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한 후 3개월째를 맞은 지난 9월21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본부 사무실 폐쇄 강제대집행을 하루 앞두고 제주도내 시민.사회단체 대표자들이 제주도청을 찾았다. 제주도청에 강제대집행의 부당성을 알리는 의견서를 전달하고자 하는게 이들의 목적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문전박대 당했다. 명색이 시민운동의 대표자들인데, 제주도청으로 들어서려 하자 황급히 현관문을 걸어 잠그고는 이들의 출입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일이 있은 후 두달 가까이 지난 11월17일. 이날은 한미 FTA 저지 제주도민운동본부에서 제주도청 현관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밝힌 날이다. 기자회견이 열리기 직전 연동 상가 CCTV 철거를 주장하는 집회가 도청 앞에서 있었다. 그 집회 때문인지 많은 경찰력이 동원돼 정문이 봉쇄됐다. 그러나 집회가 끝나자 봉쇄된 경찰력은 풀리고, 11시 예정된 FTA 기자회견은 원만히 열리려나 하고 취재진들은 현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곧이어 현애자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제주도청 정문 앞에 도착했다. 그러나 경찰봉쇄는 계속됐다. 바로 며칠전까지만 하더라도 국정감사를 전후해 국회의원을 '하늘 같이 받들던' 그런 도정이 아니었다.
입만 열면 '도민 대화합'과 '도민과의 대화'를 강조해 온 제주도정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지난 7월3일 제주특별자치도사에 취임한 김태환 지사는 취임사에서 10가지 대원칙을 밝히며 제주특별자치도를 흔들림 없이 이끌어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원칙 중 첫번째가 바로 '도민과의 대화'를 통한 현안 해결이다.
또한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고 더불어 함께하는 수눌음 복지공동체를 구현해 나감과 동시에 변화와 개혁의 열린 행정을 통해 무한 책임의 행정을 펼쳐나가겠고 약속했다. 그의 이러한 약속에 새로운 행정조직시스템에 따라 뭔가 불안해 하면서도, 행정마인드는 과거와 상당부분 달라질 것이란 기대를 갖는 도민들도 적지 않았을 법 하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가 출범하고도 달라지지 않은 점이 있는 듯 하다. 바로 소수 간부공무원들의 '구시대적 마인드'다. 종전 행정조직시스템이 단일 광역체제로 바뀌면서 업무혼선이 나타나고 있다면 이는 문제점만 잘 꿰뚫고 하나하나 개선해 나가면 바로 잡을 수도 있다. 또 조직시스템의 전환으로 인해 도민들이 다소 혼란스럽고 불편하더라도, 도정이 이를 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머지않아 개선될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일부 공무원의 구시대적 작태와 마인드는 좀처럼 개선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강경한 자세가 김태환 지사의 지시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도 백성 위에서 군림하려는 일부 간부공무원의 비뚫어진 행태에 의해 촉발된 것인지 그 이유는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상식 이하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은 다른 사안도 아닌 FTA관련 사안이다. 제주도민이면 누구나 제주의 생명산업인 감귤을 지켜내기 위해 힘을 한데 모아나가고 있는 마당에, 유독 제주특별자치도만 이를 부정하려는 듯, 기자회견마저 가로막는 것은 독선과 오만, 그리고 횡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제주도당국은 지난 9월과 11월에 있었던 일련의 상황에 대해 분명한 해명을 해야 한다. 선거 때 표가 되는 사회단체 등에는 단체보조금 지원 등 적극적 배려를 하면서, 이런 재정적 지원없이 꿋꿋하게 시민운동을 펼쳐 나가고 있는 이들 단체 대표들에게는 '문전박대'를 되풀이 하는지, 그에 대한 대답을 해야 한다.
보셨다면 언제인지요?
님 걍 민원업무나 잘 챙겨드리세요 그런다고 승진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