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쉬움에 가을의 끝을 부여잡았던 손길은 이제 슬슬 겨울 채비로 옮겨와야 할 때. 안전한 겨울나기를 위해 자동차 점검도 해야 하고 눈길 안전 운행을 위해 체인도 준비해야 하고 바쁘다.
미리 교통정보상황센터 전화번호도 다시 확인해 봐야 하고 마음이 바빠진 어느날 제주시 연삼로에 설치된 전광판을 보고 걱정되는 마음이 앞섰다.
'번영로 노면젖음 주의운전'.
제주의 중산간 '동부 간선도로'라는 구체성보다 지극히 추상적 의미를 담은 '번영로'가 과연 현재 운전자들에게 어느정도 어필하고 있을까.

택시운전만 10년이라는 택시운전기사 김씨도 "도로이름이 바뀐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아직도 정확하게 구분하라면 헷갈리는게 사실"이라며 "도로위를 달리는 차안에서는 쉽고 빠른 정보가 살아있는 정보"라고 말했다.
또 그는 "제주도민들도 이렇게 아리송한 명칭에 한 번은 더 고민해야 할 판인데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은 오죽하겠냐"며 "기존 지도에는 아직도 동.서부관광도로로 나와 있을 거 아니냐"며 관광객들을 우려하기까지 했다.
제주도는 지난 7월 제주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기존 동부관광도로는 제주시~표선~서귀포의 공동번영을 추구하는 뜻에서 '번영로', 서부관광도로는 제주시와중문관광단지를 잇는 도로로 제주국제평화센터와 제주평화연구소가 있는 의미를 담아 '평화로'로 개명을 했다.
특히 이번 도로개명은 지난 2002년 '동.서부산업도로'가 관광도시 이미지에 맞춰 '동.서부관광도로'로 이름을 바꾼지 4년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개명당시 기존 도로명칭에 익숙해져 있는 도민은 구체성보다는 지극히 추상적인 개념인 '번영로' '평화로'에 대한 거부감이 없지 않았다.

변변한 후속조치 하나 없는 책임성 없는 행정당국의 행태는 운동화 하나 달랑 던져주며 '슈퍼카'를 타고 가는 자신들을 따라오라는 것과 별반 다른게 없어 보인다.
분명 행정당국은 이런 상황을 예측했을 터, 그러나 이에 따른 후속조치는 어느 정도나 진행됐는지 계획이나 갖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왕지사 바꿨다면 환경에 적응해 가야한다고 보는데...
습관..익숙한것을 바꾼다는거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