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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장 공화국’에 사시니 행복하십니까
‘공사장 공화국’에 사시니 행복하십니까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6.16 10:1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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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무산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공청회를 바라보며
15일 개최하려던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 공청회가 일부 단체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얼마 전에 서울에서 강연을 할 기회가 있었죠. 그런 일이 흔치 않은데 제게는 무척 좋은 기회였고, 제주도 촌놈이 육지에 사는 이들에게 제가 가진 생각을 전달할 수 있었기에 더욱 좋았습니다.

그 강연 자리는 <제주는 그런 곳이 아니야>라는 제 책을 홍보하는 일이었으나 제 책에 담긴 내용보다는 제주도의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 자리였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듯합니다. 여기에 강연 내용의 일부를 살짝 풀어내죠.

제주에 대해서는 누구나 환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환상은, 지배를 하려는 탐욕의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아주 멀리는 몽골에서부터, 가까이에는 4.3을 피로 물들인 이승만 정권에 이르기까지.

최근 제주는 새로운 탐욕에 의해 물들고 있습니다. 아니, 새로운 탐욕이 지배자로 등장을 하고 있습니다. 바로 자본입니다. 있는 자들의 무대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 10억원을 주고 살 수 있는 아파트도 있다고 하잖아요. 브랜드 가치가 있는 아파트이긴 하지만 2007년에 1억8000만원을 하던 25평 아파트는 올해는 5억5000만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서울 일부 지역보다도 비싼 아파트도 있죠.

인구도 늘고 있습니다. 올해 65만명을 넘어섰죠. 2002년에 55만명이었으니 14년만에 10만명이 늘어난 겁니다. 최근 2~3년은 유입되는 속도는 더 빠릅니다. 자동차도 2002년 20만대도 되질 않았는데, 지금은 45만대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잘 살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이죠. 아닙니다. 전혀 아닙니다. 1인당 개인소득은 2002년엔 전국 4위였는데 2014년엔 14위입니다. 이것도 세종시를 뺀 것이기에 전국 꼴찌 수준입니다. 근로자 평균 연봉은 2014년 2660만원으로 전국 꼴찌입니다. 울산이 4052만원인데, 현재 제주시 동지역 아파트값이 울산보다 비싸요.

인구 65만명. 앞으로 이 섬에 100만명까지 담는다고 하잖아요. 그러면 행복할까요? 이런 수치로만 보면 절대 행복해질 것 같질 않습니다.

제주도는 난리도 아닙니다. 제주도정이 난리라는 게 아니라, 제주도내 모든 땅이 난리입니다. 가는 곳마다 공사장입니다. 뚝딱뚝딱 소리로 시끄럽습니다. 도심만 그런 게 아니라, 조용하던 중산간도 그렇습니다. 길이 있는 곳이면 무조건 집을 짓습니다. 이러다 정말 제주도가 망하는 건 아닌지 우려아닌 우려를 해봅니다. 제주도는 ‘공사장 공화국’이 돼 버렸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우려를 잔뜩 지니고 있는데, 원희룡 도정이 새로운 카드를 하나 제시했습니다. 녹지지역의 무분별한 난개발을 막겠다면서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을 내놓은 겁니다. 개정안의 골자만 말씀드리면 도로나 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우선으로 하고 나서야 건축행위를 가능하도록 하겠다는 겁니다. 한마디로 개발에 ‘숨고르기’라는 텀을 주겠다는 겁니다. 다른 건 잘 모르겠으나 이것만큼은 원희룡 도정이 참 잘한다는 생각입니다.

‘무분별한 개발에 숨고르기를 하겠다’는 생각은 모든 사람들이 같지는 않을 거라고 봅니다. 물론 반대의 목소리도 있겠죠. 땅을 많이 가진 이들이야 당장에 건축을 하면 그 이상 좋은 게 없잖아요. 제주도정은 어제(15일) 도시계획 조례 개정안과 관련된 도민 공청회를 하려 했으나 일부 단체들의 점거로 무산됐죠.

반대는 있을 수 있으나 일부 단체들의 그런 행동은 참 볼썽사납습니다. 개발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숨을 고르면서 하자는 것인데 그게 불만이었던 모양입니다.

생각 차이는 누구나 있습니다. 그걸 어떻게 표현을 하느냐에 따라 승패는 갈립니다. 화를 내면서 말을 하는 이도 있고, 그렇지 않고 설득을 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누가 이길까요.

그저저나 제주도가 불쌍합니다. 도정이 아니라 도민들이 불쌍합니다. 도민 대부분은 땅을 많이 가지고 있지 않은 이들입니다. 부동산 값이 폭등하자 자그마한 땅을 가진 이들도 행복해합니다. 이건 착각입니다. 그 땅을 팔아서는 제주도내 다른 어디를 가서도 땅을 사질 못합니다.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한가지만 부탁하렵니다. 제발 후손을 위해 땅을 팔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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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합니다 2016-06-16 11:02:18
많은 농지들이 어느새 건축물 들로 가득 차 가고있습니다. 제주도민 전체가 투기와 빈부의 격차가 더더욱 심해가고 있어 걱정이 앞섭니다. 원희룡 도정이 이 문제를 잘 해결해서 평생 농사만 일구고 살고 싶은 소망들을 잘 지킬수 있게 힘써 주세요

좋은 제안 2016-06-16 10:41:25
땅을 팔지 말자는 것은 정말 좋은 제안입니다. 가는 곳마다 공사로 자동차 운전하기조차 힘들어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