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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소양(隔靴搔痒)식 심의, 안된다'
'격화소양(隔靴搔痒)식 심의, 안된다'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6.12.03 14:1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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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제주도의회 예산심의에 즈음해

제주특별자치도의회가 출범 후 처음 열린 행정사무감사가 지난달 30일 모두 마무리됐다. 기초자치의회가 폐지돼 단일체제로 구성된 의회였기에 이번 행정사무감사에 거는 도민들의 기대는 사뭇 컸다.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다.

도의회는 지난 행정사무감사에서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도교육청, 그리고 직속기관 등에 대한 주요 시책 및 사업 추진과정에서의 문제를 제기하며 나름대로 집행부를 견제하는 성과를 올렸다고 자평하고 있다. 각 상임위원회에서는 행정사무감사 마무리에 따른 총평을 내고 저마다 성과를 제시하고 있다. 행정자치위원회는 제주도감사위원회의 직무태만, 공직기강 해이, 제주도 업무추진비 과다 지출, 제주도와 행정시간 혼선, 제주발전연구원의 연구용역 미흡 등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복지안전위원회도 제주의료원 경영 적자 해소 대책, 탐라장애인복지관 재활공간 부족, 자치경찰 운영난 등의 문제를 지적한 것을 감사의 성과로 꼽고 있다. 환경도시위원회는 특별자치도 통합 상수도 요금 인상 방침의 문제점 제기를 비롯해 환경오염 단속 강화 및 저감 방안 마련, 하천정비심의위원회 구성 방안 필요성을 제기했다.

문화관광위원회는 한라문화예술회관 건립 관련 관람석 확장을 이끌어냈고 사업운영본부 조직 재편, 컨벤션센터 정상화 등을 촉구한 것을 성과로 제시하고 있다. 농수축·지식산업위원회는 한미 FTA협상 관련 대책, 감귤 등 농정정책 내실화 등을 견제한 것을 성과로 제시하고 있다. 또한 교육위원회는 학교 예산 공금 유용, 제학년제학력평가지 유출관련 관리 소홀, 시설공사시 공사감독 소홀 문제, 수학여행 입찰과정 문제 등을 지적하고 재발방지대책을 촉구했다.

#한 팩트의 질문 했다는 자체만으로 자기 성과 챙기려는 의원들 '눈총'

그러나 이번 행정사무감사에서 가장 큰 문제는 각 사안에 대해 심층적인 분석과 그 대안을 제시하기 보다는 '일회성 질문'으로 끝나는 것이 태반이어서 아쉬움을 갖게 하고 있다. 한 팩트의 질문을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 자기 나름대로의 성과를 챙기려는 의원들도 눈에 띄었다. 자기 순번이 되니까, 의례적인 질문 몇가지 던지고 제 역할을 다한 듯 행세하는 '불성실한' 의원들 역시 있었다.

핵심을 비켜간 질문에 무성의한 답변, 이것이 행정사무감사의 한 단면으로 지적되면서 달라진 '특별자치도의회'의 역할을 해주길 바랐던 도민들의 실망감 또한 적지 않다. 시.군의회와 도의회 체제로 운영될 때의 도의회 모습과, 새로운 특별자치도의회 모습의 차이점은 단지 명칭만 다르다는 것 뿐, 의정활동은 크게 변하지 않은 듯 하기 때문이다.

특별자치도 출범과 함께 달라진 위상에 걸맞는 연구 자세와 대안 제시 등이 더욱 요구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도의회가 이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도의회는 행정사무감사를 마무리하고, 제주특별자치도 원년이라 할 수 있는 2007년도 예산안 심의를 하고 있다. 그러나 예산안 심의에서 도의회가 얼마나 원칙과 기준을 갖고, 소신있는 심의를 해줄지는 여전히 미심쩍기만 하다.

#요구하고 촉구해야만 행동하는 도의회에 대한 못미더움

이러한 가운데 민주노동당 제주도당, 제주주민자치연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제주본부가 제주도청 예산안의 7대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번 도의회 심의에서 이것만이라도 반드시 고쳐줄 것을 촉구한 것은 도의회에 대한 미덥지 못한 마음이 내재된 것으로 풀이된다. 요구하고 촉구해야만 심의에 착수하는 도의회에 대한 못미더움을 말하는 것이다.

이들 단체들이 이번에 문제를 삼은 것은 당초 김태환 제주도지사는 내년 예산안과 관련한 시정연설에서, 공무원 내부는 물론 민간단체 보조금도 20% 이상 감축되는 등 초긴축적으로 편성하겠다고 밝힌 내용에 기인하고 있다.

시정연설의 내용을 보면 내년 주요예산의 재원배분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서민생활 안정사업, 제주특별자치도의 핵심산업 육성, 산업 인프라 및 여건의 조성, 행정구조 개편 및 고도의 자치권 강화 등에 중점을 두고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시책추진업무추진비를 30% 이상 감축편성하는 한편 경상적 경비도 20%(행성시 18%, 읍면동 15%) 의무적으로 절감하는 한편, 공무원 연가보상비는 일률적으로 20일에서 10일로 50%를 감축키로 했다.

민간지원 운영관리비에 대해서도 20%이상 감축 편성키로 하고, 사회단체보조금 성격의 풀예산도 20%이상 감축키로 했다. 그러나 사업비적 성질의 '경상사업비'는 사업목적의 타당성과 사업의 시급성 등에 따라 증액 계상키로 했다.

이게 제주도당국이 밝혔던 내년도 예산안의 편성방침이다. 하지만, 제주도의회 심의가 착수된 현 시점에서 예산안을 다시한번 찬찬히 들여다보면, 초긴축 재정편성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기만 하다. 제주주민자치연대 등이 밝힌 내용에 따르더라도 내년도 민간경상보조금이 올해 1272억원보다 702억원 증가한 1975억원에 이르며, 민간위탁금 역시 올해보다 212억원 증가한 636억원에 달했다.

#회계질서 문란 편성사례 바로잡으려는 제대로운 심의해야

또 민간자본보조도 390억원이 늘어난 1150억원이며, 다만 사회단체보조금과 민간행사보조금은 올해보다 각 14억원과 38억원이 감소한 27억원과 5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결국 사회단체보조금과 민간행사보조금에서 약간의 감축이 있었지만, 민간경상보조금과 위탁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전체적인 민간지원예산 규모는 3838억원으로 올해 2584억원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절실히 요구되는 사회복지분야 사업예산은 도지사 선거공약에서 제시한 19%에 훨씬 못미치게 배정됐을 뿐만 아니라, 읍.면.동 민원실 운영경비는 크게 삭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새해 예산안이 시정연설의 기조와 달리하는 부분들이 나타나면서, 이제 남은 것은 도의회가 이를 제대로 심의하는 일 뿐이다. 겉핥기식 심의가 아니라 제대로운 심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구 선거구민에게 알리기 위한 '의례적 발언'이나, 지나가며 한마디 툭 던지는 식의 질문이 아니라, 근본적 회계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

회계질서를 문란시키는 예산편성 사례에 대해서는 따끔한 지적과 함께 과감한 개선을 해야 할 것이고, 소중한 세금으로 이뤄진 세입재원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을까 하는데에 고심 또 고심하고 결정해야 할 것이다.

#격화소양(隔靴搔痒)식 심의, 비난 책임 면키 어려워

우려되는 것은 이번 예산 심의 역시 신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 것을 의미하는 격화소양(隔靴搔痒)식으로 전락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사안의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겉돌기만 하고, 무슨 일을 하기는 하나 요긴한 곳에 미치지 못하여 도민으로 하여금 감질나는 마음을 갖게 한다면, 도의회 역시 도정과 함께 그 비난의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윤철수 대표기자 /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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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04 10:30:54
도의회의 문제점을 잘 지적하셨네요...
특히 몇몇 의원은 감사를 위해 질문을 했을 뿐이지...그 후 과연 공무원들은 그것을 고쳐 나갈 까요....
도에 대한 도의회의 계속적인 견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