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17:38 (금)
“도민 편리보다 공무원 편리 쫓는 행정편의주의 극치”
“도민 편리보다 공무원 편리 쫓는 행정편의주의 극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6.08.12 09:24
  • 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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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대형마트 ‘종이박스 무상제공 중단’을 고집하는 도정
제주특별자치도가 도내 대형마트에 공문을 보내 오는 9월 19일부터 종이박스를 무상으로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공무원들은 욕을 먹으면서 일하는 직업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당연히 그래야만 한다. 공무원이라는 이름 자체가 ‘공공의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던가. 때문에 민원인과 숱하게 대하고, 민원인들로부터 욕을 먹기도 한다. 공무원들은 욕을 잘 먹어야 하고, 그 욕을 듣고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것 역시 그들의 역할이다.

최근 날아든 소식 가운데 이런 게 있다. 대형마트에서 공짜로 제공하고 있는 종이박스를 없애겠다는 게다. 대형마트에서 스스로 없애겠다는 건 아니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직접 나서서 종이박스 무상제공을 중단하도록 대형마트에 공문을 발송했다. 기한은 올해 추석 다음주인 9월 19일부터이다.

무상제공을 중단하라는 가장 큰 이유는 클린하우스 관리 때문이다. 제주도가 종이박스 무상제공의 문제점으로 지적한 문건에 따르면 “종이박스 원형 배출로 쓰레기 넘침 현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무슨 뜻이냐면 종이박스를 접지 않고 네모난 상자 형태 그대로 분리 배출하기에 클린하우스가 깨끗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문건만 보면 종이박스를 접어서 배출하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그런데 왜 제주특별자치도는 종이박스 무상제공을 중단하라고 할까. 시민들이 지금처럼 종이박스를 접지 않고 분리 배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다시 정리하면 제주특별자치도는 도민들의 수준을 믿지 못하겠다는 게 아닌가. 쓰레기 넘침 현상의 문제를 정리하려면 종이박스를 네모난 원형으로 배출하지 않고, 접어서 배출하도록 하면 될 것을, 도민들의 수준이 그렇게 되지 않기에 ‘무상제공 중단’이라는 카드를 꺼낸 건 아닐까. 그건 다른 말로 행정편의주의의 극치라고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종이박스를 그냥 그대로 버리는 일도 줄어들테니 말이다.

기자가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서 “종이박스 무상제공 중단이 예정대로 시행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답은 “그렇다”였다. 그러면서 담당 공무원은 “시민의식 개혁이 주목적이다”고 강조했다. 지금 이대로는 시민의식이 올라오지 않기에 강제로라도 ‘종이박스 무상제공 중단’이라는 카드를 쓰게 됐다고 말한다.

해당 공무원은 단편적인 생각으로 그런 정책을 쓰게 된 것이 아니라고 항변한다. 그런데 기자가 보기에는 너무 단편적이며, 너무 행정편의주의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기자도 대형마트에 가면 종이박스를 활용한다.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담은 종이박스는, 집에서는 종이를 분리 수거하는데 쓰인다. 클린하우스에 종이를 배출한 후엔 접어서 그 박스를 배출한다. 이렇게 하면 뭐가 문제가 되나.

시민들이 대형마트를 찾는 이유는 편리성 때문이다. 한꺼번에 많은 물건을 사러 들른다. 물건 하나를 사려고 대형마트를 찾는 이들은 거의 없다. 때문에 카트엔 아주 많은 물건이 담길 수밖에 없다. ‘장바구니를 활용하면 될 것 아닌가’라고 항변하는 이들도 있으나, 그 많은 물건을 담으려면 장바구니를 몇 개나 가지고 가야 한다. 그걸 현실적으로 실행하는 이는 거의 없다.

행정이 시민의 편리를 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종이박스 무상제공은 그대로 놔두도록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기자가 만난 이들 대부분이 그런 답을 한다. 심지어는 다른 부서의 공무원들도 그렇다. 행정은 공무원들의 편리를 우선으로 생각하는 게 아니라, 시민들의 편리를 우선하는 게 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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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눈 2016-08-22 16:40:55
요번 인사로 인사이동하니 위에 잘보일려구 광고물 일제단속 문서완 당연 불법 집행해야지 그런데 깔끔히 돈들여 알기쉽게 집이름 세주소해 지나가는의 다좋아 처다보는데 뭐가 짅천나요 참 넘처나는 혈세 공직자 할일없으니 앉아두서 돈거둬들일궁리 도민만 못살게 구는구만 어의가 없다 3/2 감축해야 한다.

헐^^^ 2016-08-20 17:30:56
의식개혁 대상은 시민이 아니라,
지사와 패거리, 그리고 철밥통 공무원들이다
언제까지 무능하고 부패한 이들에게 제주를 맡겨야 하나
해답은 제대로 투표를 하는 길에 있다

헐^^^ 2016-08-20 17:29:24
의식개혁 대상은 시민이 아니라,
지사와 패거리, 그리고 철밥통 공무원들이다
언제까지 무능하고 부패한 이들에게 제주를 맡겨야 하나
해답은 제대로 투표를 하는 길에 있다

이럴수가 2016-08-12 14:58:14
누군가는 일을 해야겠지만 종이박스는 늘 없고 비닐봉투, 스치로폴 등만 대부분 남아요~~
좀 더 도민의견 듣고 추진하는 자세가 필요하네요 ~~

지당한말씀 2016-08-12 10:52:34
정신차리슈 한번만이라도님 ㅠㅠ
공무원이 도민한테 갑질하는 행태룰 어찌하면 고처질건지 ㅠㅠ
도민하고 의논이나 제대로 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