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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번 아니라 수백번이라도 함께 머리 맞대고 논의해야”
“수십번 아니라 수백번이라도 함께 머리 맞대고 논의해야”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1.1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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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재검토 요구 쏟아진 제2공항 온평리 주민설명회 취재 후기
지난 15일 오후 온평리사무소 정문 앞을 막고 제2공항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는 온평리 청년회 회원들의 모습. ⓒ 미디어제주 자료사진

“오늘 설명회 주최는 제주도와 국토교통부 중 어디에서 하는 겁니까?”

지난 15일 저녁, 제주 제2공항 설명회가 열린 온평리사무소 앞에서 원희룡 지사와 나웅진 국토교통부 공항정책과장에게 던진 기자의 질문이었다.

이 날 설명회는 제2공항 예정 부지가 성산읍 지역으로 확정된 후 1년여만에 원희룡 지사가 온평리를 방문한 자리였다.

이사무소 정문 앞에서 국회 예산 통과의 부대조건으로 제시된 ‘주민과의 협의’를 이행하기 위한 형식적인 설명회가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달라는 현은찬 온평리장의 질문에 이어 설명회의 주체를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질문한 것이었다.

“국회 부대조건과는 전혀 관계 없다”고 얘기한 원 지사나, “부대조건을 이행하기 위해 보여주기로 이런 걸 하는 게 아니고 도와 저희가 합의해서 소통을 잘 해나가자는 취지에서 지사님이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거다”라고 답변한 나웅진 과장 모두 기자의 이 질문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나 과장은 “도와 저희가 같이 하는 거다”라고 얘기하면서 말끝을 흐렸고, 곧바로 원 지사가 “그게 부담이 된다면 도에서 하는 거고, 국토부가 어차피 와야 책임 있는 내용이 얘기가 때문에… 형식에는 구애치 않겠다”는 말로 정확한 답변을 피해 갔다.

‘주민과의 협의’ 이행 차원이 아니라는 확답을 듣고서야 비공개로 진행된 설명회에서는 온평리 주민들의 제2공항 재검토 요구가 봇물처럼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원 지사는 “다수의 도민들은 공항 확충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다만 관광객 증가에 따른 이익이 도민들에게 돌아가도록 해야 하는 부분은 이후의 과제가 될 거다”, “(제2공항이) 25년 제주도민의 숙원사업인 것으로 알고 왔다. 특별법을 만들든지 조례를 제정해서라도 이후 과정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는 등 그동안의 입장을 재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원 지사도 이날 설명회와 같은 방식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반대 여론을 설득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것을 분명히 깨달았을 것이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제주해군기지 때문에 10년이 넘게 마을 공동체가 찬성, 반대로 갈린 채 갈등의 골만 쌓여 있는 강정마을의 상황이 떠올랐다.

이제 곧 설 명절이다. 강정마을에서는 아직도 한 가족이 모여 명절과 제사를 지내지 않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고 한다. 해군기지 찬성, 반대로 갈라지면서 마을 공동체가 완전히 무너진 상태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지만 원희룡 지사의 진상조사 약속조차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지금 공항이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서둘러야 한다거나, 제2공항 입지 문제는 전문가들이 모두 검토한 사항이라는 얘기만 듣고 그동안 제기된 사전타당성 검토 용역의 문제를 덮고 지나가려 한다면 탐라 개국신화가 깃들어 있는 온평리 마을 공동체가 무너지는 상황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수십번이 아니라 수백번이라도 지역 주민들과 전문가, 시민사회단체 등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대안을 찾아나가는 것이 갈등 해결의 방법이다.

원희룡 제주도정과 국토교통부가 전임 김태환‧우근민 도정과 국방부가 ‘국책사업’이라는 것을 내세워 사업을 강행했던 전철을 밟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업 주체인 국토부가 제2공항을 추진하는 데 가장 중요한 갈등 조정의 과제를 제주도정에만 떠넘겨서도 안될 일이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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