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제주시에겐 ‘귀’가 필요하다
제주시에겐 ‘귀’가 필요하다
  • 조수진 기자
  • 승인 2017.01.24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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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 논란' 기획을 마치며
지난 13일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모임이 '쓰레기산 만들기' 퍼포먼스를 벌였다. ⓒ미디어제주

‘생활쓰레기 요일별 배출제(이하 요일배출)’ 기획기사는 원래 ‘1편짜리’였다. 제주시 요일배출 시범 시행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 사례만 다룰 계획이었다. 기사 분량이 1편에서 8편으로 늘어난 계기는 제주시 A동장의 우스갯소리였다.

지난달 21일 열린 ‘제주시 제2차 쓰레기 줄이기 전략보고회’에서 각 읍면동장이 시장에게 요일배출 시행 상황을 보고했다.

“우리 동은 1인 가구들이 말을 참 안 들어요. 다른 집들은 말 잘 듣는데”

A동장의 한마디에 회의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몇몇은 “맞아 맞아”하며 크게 공감했다. 그가 사용한 ‘말을 듣다’의 의미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지시를 받아들여 따르다’이다. A동장과 회의장에 있던 제주시 공무원들에게 시민은 행정의 지시를 따르는 대상에 불과했다. 자리에 있던 그 누구도 “1인 가구의 요일배출 참여율이 왜 저조한지”에 대해 묻지 않았다. 1인 가구는 그저 말 안 들어 골치 아픈 부류였다.

이날 고경실 제주시장은 클린하우스에 요일배출 홍보 현수막이 잘 보이게 설치하고, 주민들에게 자신의 논리를 잘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일방적으로 알리는 데만 초점이 맞춰있었다. 시민들이 불편해 하는 이유를 들으려는 노력은 없었다. 제도를 따르지 않는 시민은 그저 말 안 들어 골치 아픈 부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의식 개선’이 필요한 대상으로 여긴다.

지난달 21일 제주시청에서 '쓰레기 줄이기 전략보고회'가 열렸다. ⓒ제주시

요일배출 시행에 대한 반발은 여기서 발생한다. 제주시 홈페이지에 민원 글이 수백 개 올라가도, ‘쓰레기산 만들기’ 퍼포먼스를 벌여도 이 모든 게 제주시의 입장에선 ‘미성숙한 의식’으로 비춰진다. 그렇다면 시민에게 공무원은 어떤 존재인가?

공무원을 영어로 표현하면, ‘public servant’이다. 공공에 종사하는 고용인. 공익, 대중을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직업이다. 시민을 가르치고 부리는 사람이 아니다. 제주시정은 제주시가 더 나은 공동체로 가기 위해, 제주시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하기 위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시민들은 그 대가로 세금을 지불한다.

많은 시민들이 자신은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으며 그에 상응하는 공공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행정기관이 새로운 정책을 시행할 땐 시민들에게 제도를 충분히 알리고 설득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 때문에 각 사업마다 홍보비가 편성된다. 1회성으로 7억짜리 음악공연을 하는 게 홍보가 아니다. 홍보비는 주민의 의견을 듣고 이해를 구하는 과정에 들어가야 하는 예산이다.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 모임의 한 회원은 “공무원 의식이 시민 의식에 비해 한참 뒤처져 있다”고 말한다. 이 거리를 좁히는 쉬운 방법이 있다. 바로 말을 듣는 것이다. ‘말을 듣다’의 또 다른 의미는 ‘다른 사람의 말이나 소리에 귀를 기울이다’이다.

A동장과 제주시에겐 ‘말 잘 듣는’ 시민이 필요한 게 아니다. 시민의 말을 잘 듣는 ‘귀’가 필요하다.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한 클린하우스. ⓒ미디어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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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노하는 시민 2017-01-25 23:01:21
좋은 기사네요, 21세기 행정은 밀어 붙이기 식이 아니라, 본질을 행정이 풀어나가는 행정 이라야 시민들이 동참 합니다, 개코 같은 제주 시장 사퇴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