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3:47 (금)
영화 <더 킹>의 ‘열린 결말’이 인상적이었던 이유
영화 <더 킹>의 ‘열린 결말’이 인상적이었던 이유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1.30 1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디어 窓] 설 연휴, 딸의 선택과 아들의 소감 한 마디를 듣고 쓴 영화 감상문

설 명절 이튿날인 지난 29일, 모처럼 가족들과 함께 영화 관람을 다녀왔습니다.

저희 가족이 선택한 영화는 제주 출신 한재림 감독의 ‘더 킹’. 올해 고 3 수험생이 되는 딸이 보고 싶다고 해서 고른 것이지 결코 제 의견이 반영된 영화 선택이 아니었음을 미리 밝혀둡니다.

<연애의 목적>으로 데뷔한 한 감독은 <우아한 세계>로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최우수작품상과 청룡영화상 최우수작품상, <관상>으로 대종상영화제 감독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가 제주 출신이라는 것은 이번 <더 킹>을 본 후에 다른 기사 자료들을 찾아보면서 처음 알게 됐습니다.

영화 평론가도 아닌 제가 설 연휴 마지막날 기사를 영화 <더 킹> 리뷰 기사로 쓴 이유는 영화가 끝난 후에 아들의 한 마디 때문입니다.

주인공인 박태수(조인성 분)가 검사 옷을 벗고 자신의 고향인 목포가 아닌 서울 종로에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 5선의 여당 국회의원과 맞붙지만, 마지막 순간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카운트다운과 함께 박태수 선거 캠프의 표정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관객들도 카운트다운 화면을 보면서 선거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지만, 결과는 보여주지 않습니다. (결과를 보여주지 않는다는 걸 적는 것도 스포일러가 될 수 있겠군요. 죄송합니다)

주연배우 조인성의 나레이션 “이 나라의 진정한 킹은 당신이니까요”라는 멘트가 올해 중 3이 되는 아들에게 인상적이었나 봅니다. 무척 흥분한 표정으로 그 멘트에 ‘소름이 돋았다’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대부분 저와 마찬가지로 최근 구속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나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모습을 떠올렸을 테지요. 사실 영화 내용의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정치권력을 좌지우지하는 검찰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게다가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역대 대선 때 모습이 스쳐지나가면서 80~90년대 한국 현대사를 직간접적으로 체험한 이들에게는 영화가 개봉되기 전부터 대략적인 영화 내용이 소개되면서 입소문이 퍼지기도 했구요.

설 연휴가 시작되기 며칠 전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의 발언으로 사실상 조기 대선이 가시화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영화의 열린 결말이 더 인상적이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결정 시기가 2월말 또는 3월초가 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른바 ‘벚꽃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대선 주자들의 행보도 더욱 빨라지고 있습니다.

사실상 대선은 지난해 연말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이미 시작된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곧 신문, 방송마다 여론조사가 봇물을 이룰 것이고 국민들의 눈과 귀를 어지럽히는 온갖 뉴스가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지난해 11월부터 탄핵 정국을 주도해온 국민들의 촛불에 담긴 뜻은 단순히 누구는 되고 누구누구는 안된다는 의미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선 주자들은 이제 대한민국이 더 이상 몇몇 사람들의 농간에 휘둘리지 않도록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춰 굴러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분명한 정책 소견을 밝혀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들여야 할 것입니다.

설 연휴의 민심은 무슨 ‘빅 텐트론’이나 연합정부 구상 어느 쪽이든 모두 단순하게 집권만을 위한 합종연횡이 아니라, 진정한 ‘더 킹’인 국민들의 요구를 담아낼 수 있는 그릇의 크기와 모양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