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10:04 (토)
재상(宰相)만 많은 공직사회
재상(宰相)만 많은 공직사회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6.12.28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데스크논단] 달라져야 할 특별자치도 '공무원 마인드'

병술년 한해를 총화하는 사자성어로 우리나라 교수들은 '밀운불우(密雲不雨)'를 꼽았다. 구름은 끼었으나 비가 오지 않는다는 뜻이다. 시원스럽게 풀리지 않고, 풀릴 듯하면서도 좀처럼 풀리지 않는 답답한 형국을 이르는 말이다.

사회 전반적인 문제를 놓고 이 성어가 비유된 듯 하나, 사실 올해 제주사회 역시 '밀운불우' 이상 적절한 단어는 없는 듯 하다. 제도와 관직은 잘 갖춰졌다 하나, 이 골격이 쉽사리 민생 속으로 파고들지 못하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올해 제주에는 여러가지 측면에서 보더라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7월1일 종전 기초자치단체 폐지되면서 제주특별자치도가 새롭게 출범했다. 국방과 외교를 제외한 전 분야의 권한을 제주로 위임받아 '특별한 자치'를 시행하게 된 것이다. 지방자치사(史)의 관점에서 올해 제주는 '대전환기'라 할 수 있다.

물론 특별자치도를 출범시키기까지 제주사회는 순탄치만은 않았다. 시.군 폐지에 대한 논란도 많았고, 시장개방 문제 때문에 많은 홍역도 치렀다.

어쨌거나 말 많고, 여러가지 우려 속에서도 특별자치도는 출범했다. 출범 후 제주사회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행정조직이 개편되면서 종전 시.군의 권한이 제주특별자치도로 이관됐다. 각종 분야에 있어서도 제도적으로 변화가 뒤따랐다.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 후, 많은 성과가 있었다고 자부하고 있다.

그러나 특별자치도 출범 후 성과가 많았건 적었건, 불안정한 요소는 극명히 나타났다. 그 중에서도 행정조직시스템의 불안이다. 민원업무를 처리하는데서 좌충우돌식 허술함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과학영농단지 부지변경 등 정책변경으로 인한 도민혼란도 잇따랐다. 민원 하나를 처리하기 위해 '헛걸음'을 했던 도민들의 불만도 쏟아져 나왔다.

결국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 6개월만인 최근 행정조직시스템을 개편하겠다고 밝히기에 이렀다. 그리고 잇따른 '행정 엇박자'를 인정했다. 지난 21일 김태환 제주지사가 간부회의 석상에서 일선 간부공무원들이 도정업무에 제대로 숙지하고 있지 못한 점을 꼬집으며 이의 잘못은 도청 공무원들에게 있다고 지적한 부분은 이를 반증한다고 하겠다.

이날 간부회의에서는 행정시의 담당과장 또는 담당들이 특별자치도 출범 후 달라진 행정환경이나 투자유치 관련 민원처리기간이 22개월에서 13개월로 단축된 것 등을 전혀 모르고 있어 김 지사는 놀라움을 표시했다고 한다.  또 "조직간 엇박자가 발생하는 것 아니냐"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는 전언이다. 김 지사는 "주민접촉이 많은 일선 행정공무원들이 제주특별자치도 출범 6개월의 상황을 잘 모르는 것은 제주도 공무원들의 잘못"이라며 도청 간부공무원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이처럼 행정조직체계만을 놓고, 특별자치도 출범 6개월을 되돌아보면 '엇박자'라는 불안정한 시스템이 노출된 것을 가장 큰 문제로 꼽을 수 있다. 그런데 이러한 행정조직시스템의 문제는 단순히 '조직'을 이런저런 방법으로 재구성했다고 풀릴 문제는 아니라고 여겨져 또다시 걱정이 앞선다. 불안정한 조직시스템을 노출한 그 이면에는 무엇보다 과거 행태에서 탈피하지 못한 공무원들의 '마인드'가 큰 문제인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사실 제주도청 공무원 조직을 놓고, 항간에는 "재상(宰相)은 많되, 민생 속으로 파고드는 공무원은 없다"고 빗대고 있다. 이런저런 아이템과 정책을 논하기 좋아하는 말많은 '코드 공무원'만 많을 뿐, 민생 속에서 정책을 구현하는 실질적인 역할을 하는 공무원은 드물다는 뜻이다. 이런 기형적 역할 때문에 제주도청 차원에서 각 분야의 무수한 정책이 입안되고 있으나, 이의 내용이 행정시로 내려가지 못하는 '엇박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관직이 제 아무리 잘 갖추어졌다 해도 제대로 일할 사람이 없는 형국이 바로 제주특별자치도의 현주소다. 김 지사는 연말 확대간부회의에서 '줄탁동기(口卒啄同機)' 정신을 강조했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의미다.

2007년 정해년(丁亥年), 제주특별자치도 공무원들이 '줄탁동기'를 화두로 삼아봄은 어떨까.

<윤철수 / 대표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