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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복지정책, 그리고 '수눌음'
현대 복지정책, 그리고 '수눌음'
  • 미디어제주
  • 승인 2006.12.29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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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 고현수 제주도의회 정책자문위원

몆 달 전 도내 여러 언론에서 기초생활수급권자의 자활을 유도하기 위해 적립한 25억원 규모의 기초생활기금 집행과정에 신청과 홍보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아 빈곤탈출을 제주도의 복지정책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 진 적이 있었다.

정책을 집행하는 기관에서 보면 법과 조례에 의해 보증인과 기타 자격을 설정하고 있는데, 과연 이에 개의치 않고 신청할 수 있는 개인과 집단이 희소하다는 현실성의 예를 들며 억울하다고 애둘러 변명할 수 있겠지만 빈곤문제와 사회적 양극화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그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생각한다.

비슷한 시기 방글라데시 빈민의 가난 구제를 위해 사회연대은행인 그라민은행을 창립하여 실제 3백만명의 빈민층의 절대빈곤으로부터 탈출시킨 유누스총재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된 후, 때마침 한국을 방문하면서 우리 사회에서 '사회연대은행'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다.

사회연대은행은 이름 그대로 사회적 연대를 통해 만들어진 기부금과 그 밖의 투자금을 바탕으로 빈민에게 담보없이 지원하며 공동체 연대를 형성하고자 하는 은행이다.

이 은행은 일반은행 창구에서 상냥한 목소리 뒤에 숨통을 조이는 연대보증과 담보를 요구하지 않으며 자활하고자 하는 의지만 확실하다면 그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빈곤문제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의 열과 성으로 설립한 사회연대은행이 몇 있으나 제주지역의 경우 구체적인 준비는 미비하며 기초생활보장기금집행의 사례를 보듯 정책의 기조도 취약한 실정이다. 기초생활보장기금 신청이 전무한 이유는 단순한 것이다.

그냥 빌려준다고 해도 상담과 사례관리 지원 등 후속지원이 없으면 빈곤층의 자활의욕에도 불구하고 정보부족 등 사회의 환경적 제약으로 자활이 성공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 과정이 녹녹하지 않다는 것을  빈곤당사자 및 관련기관인 자활후견기관의 자활공동체 창업과정을 통해 헤아리고 있다. 

도정은 수눌음의 정신을 현대적 복지정신으로 각색하고 창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눌음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서 일을 해주고 다시 제공 받는 것으로 꽤 경제적인 상부상조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더 깊이 들어서 살피면 선인들은 병들고 어렵고 약자인 집에는 대가없이 품앗이를 제공했었고 이러한 조건없음이 살아 있는 수눌움의 정신일 것이다. 사회연대은행은 '있는 자의 기부를 통해 없는 자의 조건 없는 빈곤탈출'을 목표로 하여야 하며 수눌음의 조건도 조건없음에서 출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수눌움정신을 다른데서 찾지 말고 사회연대은행과 같은 도민밀착형 복지정책으로 찾기를 권한다. 논의의 시작주체를 기피하지 말고 유사한 사업경험이 있는 관련기관 등과 함께 행정기관이 논의구조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은행의 재원확보문제이고, 제도권의 빈곤탈출을 위한 시책의 적절성 있게 활용되고 있는지 여부일 것이기에 이 두 가지를 중심의제로 하여 프랑스의 '창업금고'와 같은  민·관협력사례를 참고로 하여 의논하면 좋은 방안이 나오지 않을까 기대한다.

<고현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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