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명 위원 중 유일하게 3회 연임 … 전공 분야도 ‘자연경관’ 과 무관
‘청정과 공존’을 제주 미래비전으로 내세운 원희룡 제주도정이 스스로 관련 조례를 위반해가면서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를 거수기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위촉된 제9기 환경영향평가심의위원회 위원 구성에 대한 얘기다.
제주도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심의위 구성 기준으로 2회 연임 위원을 교체하고 도 소속 각종 위원회 중복 참여를 배제, 대학 전공 교수 5명과 분야별 환경 전문가 6명, 환경단체에서 3명을 추천받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위촉된 15명 명단을 확인한 결과, 교수 한 명이 ‘2회 연임 위원 교체’라는 기준에 맞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정이 스스로 제시한 기준을 어긴 셈이다.
더구나 해당 교수는 제8기 심의위에서 위원장을 지낸 데 이어 이번 9기 심의위에서도 다시 위원장을 맡게 됐다.
실제로 ‘각종 위원회 설치 및 운영 조례’ 규정을 보면 2회 이상 연임과 3개 위원회 중복을 제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특수 분야 한정된 인원의 경우에는 예외를 둔다는 규정이 있기는 하다.
도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제주>와 전화 통화에서 “각종 위원회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에 문의한 결과 3회 연임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를 듣고 심의위원을 위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내에 경관 분야 전문가가 많지 않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하지만 <미디어제주>가 해당 교수의 전공 분야를 확인해본 결과, 이 교수의 전공 분야는 도가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밝힌 ‘자연경관’ 분야 전문이 아니라 건축구조공학 전공인 것으로 확인됐다.
논문 목록을 보면 ‘제주도 송이를 이용한 경량벽돌의 역학적 특성에 관한 연구’, ‘인장력을 받는 용접접합부 인장재 감소계수 U값에 관한 실험적 연구’, ‘편심 인장재 접합부의 블록전단 파단시 전단 지연에 관한 연구’, ‘가스폭발사고 건물에 대한 재난 대응’, ‘고력볼트 인장접합부의 블록전단 파단 강도’ 등으로 경관 분야가 아닌 전형적인 공학 논문들이다.
직접 쓴 저서도 건축구조학(공저), 철근콘크리트구조설계(공저), 강구조 설계(공저) 등 3권 모두 자연경관 분야와는 무관한 책들이다.
더구나 이 교수는 4년 전 ‘카사 델 아구아’ 철거 문제가 이슈가 됐을 당시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 카사 델 아구아 철거를 주장했던 인물이기도 하다.
원희룡 도정이 취임 첫 해부터 부르짖고 있는 ‘자연, 문화, 사람의 가치를 키우는 제주’와는 분명 거리가 있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도민들로부터 쓸데 없는 의혹을 사지 않으려면 제주도정 스스로 관련 규정을 엄격하게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