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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과 ‘공동 운명체’인 원희룡 지사, 내년 지방선거는?
유승민과 ‘공동 운명체’인 원희룡 지사, 내년 지방선거는?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7.05.0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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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제주 현안 속성과외 강사로 나선 원 지사의 속내 들여다보기
지난 1일 오전 제주공항 의전실에서 원희룡 지사와 면담을 가진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운데)가 고충홍 바른정당 제주도당 선대위원장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 ⓒ 미디어제주

 

5월 첫날인 지난 1일 오전 7시30분 제주국제공항 의전실. 제19대 대선에 바른정당 후보로 나선 유승민 후보와 같은 당 소속의 원희룡 지사가 만남을 가졌다.

 

이날 주고받은 대화는 제주 현안과 관련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제주4.3 문제 해결과 제2공항, 농수산물 해상물류 운송비 지원 등 제주도정이 대선 정책 공약으로 건의한 내용을 재차 확인하는 자리였지만, 이날 제주를 방문한 유 후보를 위한 원 지사의 ‘속성 과외’ 시간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유 후보는 이날 제주4.3평화공원 참배 직후 유족들과 만남을 가진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전기차 특구 지정 등을 약속하면서 원 도정의 역점 시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유 후보가 제주를 방문한 바로 그날 밤, 바른정당 소속 국회의원 13명이 유 후보를 버리고 탈당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급기야 이튿날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가졌다. 일부 의원들이 싸늘한 여론을 의식한 탓인지 당 잔류 의사를 밝히며 탈당 뜻을 번복, 가까스로 국회 원내 교섭단체 지위는 유지할 수 있게 됐지만 유 후보로서는 적진을 코앞에 두고 전열에서 이탈하는 동료들의 모습을 보는 착잡한 기분이었을 게다.

 

잠시 대선에서 눈길을 돌려 내년 지방선거에 대한 전망을 해보자면, 원 지사와 유 후보는 공동 운명체라고 할 수 있다.

 

바른정당 창당 99일만에 돌아선 이들은 탄핵 정국에서 이른바 ‘친박 지도부’와 날선 공방을 벌이면서 탄핵 표결에서 찬성 표를 던졌던 의원들이다. 유 후보의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는 데 위기의식을 느끼고 당명을 바꾼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들에게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심지어 자유한국당에서조차도 환영을 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더구나 이들의 탈당 결행과 후보 단일화 압력에 굴하지 않고 완주를 선언하고 나선 유 후보는 그동안 수차례 토론 과정에서 터무니없는 가짜뉴스만 쏟아내고 있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는 결이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원 지사 입장도 마찬가지다. 지금 상황에서 새누리당을 뛰쳐나올 때 내뱉었던 그 결의에 찬 발언들을 모두 뒤로 한 채 다시 ‘원대복귀’를 선언한다면 어떻게 될까. 단언컨대 원 지사가 자유한국당 후보로 내년 지방선거에서 재선을 노린다면, 현직 지사로서의 프리미엄은 고사하고 도민들로부터 준엄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와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 바른정당에 합류한 제주도의회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이미 바른정당 탈당을 선언한 해당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상황까지 자세히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제주 지역에서만큼은 그같은 적폐 세력이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 생명을 위해서라도 원 지사로서는 유 후보가 대선 완주를 통해 ‘개혁 보수’로서 유의미한 입지를 다져줄 것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그렇기에 원 지사가 작금의 탈당 사태를 지켜보면서 유 후보와 동병상련일 거라고 생각한다면 지나친 억측일까?

 

개인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 후보가 건전한 보수 세력으로서의 입지를 다져 치열한 정책 경쟁을 통해 대한민국의 정치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데 일조하기를 바라면서 원 지사의 속 마음을 대신해 응원을 보낸다. 힘내라! 유승민!!

 

<홍석준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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