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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나,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참석도 못한다니”
“세상에나,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참석도 못한다니”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6.14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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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최근 불거지고 있는 아라지구 학교 신설 논란을 보면서

초등학교는 많으면 좋다. 교육청 차원에서는 예산을 쓰는 일이지만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다.

 

최근 제주시 아라동과 이도동 일대에 인구가 몰리면서 학교 신설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13일 열린 제주도의회 제352회 정례회 교육위원회 1차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됐다. 도교육청은 이에 대해 ‘과대·과밀 해소를 위한 초등학교 신설 검토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학교가 늘어나면 나쁜 건 없다. 과밀학급에, 과대학교에 자녀들을 보내고 싶은 부모는 어디에 있을까.

 

아라지구 개발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학교 신설 문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사진은 아라초등학교.

아라초등학교는 지난 2012년 20학급에 불과한 작은 학교였으나, 올해는 49학급 1426명이 다니는 과대학교로 변신했다.

 

이도초등학교도 마찬가지다. 신설 당시엔 16학급에 지나지 않았으나 올해는 40학급 1137명으로 불어났다.

 

아라초등학교와 이도초등학교는 내년엔 학급수가 더 늘어난다. 오는 2021년이 되면 아라초는 60학급 규모로, 이도초는 50학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왜 이 지경이 되도록 했느냐에 있다. 도교육청에 탓하기에 앞서 도시개발의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무분별한 개발행위가 작금의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제주도는 틈만 나면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한다. 자연녹지지역은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뀌고, 준주거지역은 일반상업지역으로 제한을 풀어주고 있다. 일반주거지역도 제1종이 제2종으로 바뀌기를 반복한다. 행정은 선거를 통해 표를 먹고 살기 때문인지 모르지만, 지구단위 계획을 변경하는 일은 결국 인구유입을 부를 수밖에 없다.

 

결과는? 학생들에게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힌다. 애초 아라지구 개발을 할 때 학교부지를 뺀 게 화근이다. 제주도와 제주도교육청이 욕을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제 와서야 컨설팅을 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학교신설을 하기에도 겁이 난다. 몇 년 후 학생수 감소가 눈에 선하기 때문이다.

 

더 웃긴 건 도시계획심의위원회에 도교육청은 참여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시개발이 이뤄지면 당장 피해를 입는 건 학생들인데, 관련 위원회에 참여하지 못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묻고 싶다. 때문에 도청이 지구단위 계획을 풀어주더라도, 할 말이 없어진다. 결국 과대학교가 되는 걸 눈앞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상황이 펼쳐지는 형국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신설은 도박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고 그냥 놔두면 과밀·과대학교가 되도록 방치하는 꼴이 된다. 반면 원도심 일대는 학생수가 줄어서 애를 먹는다. 한쪽은 인구가 늘면서 문제가 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인구 감소로 초등학교도 소규모로 전락하고 있다.

 

원죄는 도시개발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제주도에 있다. 그렇더라도 교육청의 책임이 없는 건 아니다. 도시계획심의위원회의 위원으로 참석하지 못하고 있는 교육청의 처사는 욕을 먹을 일이다. 학교 신설이 어렵다면 원도심 학교를 살리는 방안은 어떨까. 제주도청와 제주도교육청은 도시개발에 대한 잘못을 인정하고, 지금이라도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기를 요청한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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