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6 17:57 (화)
“공기청정기를 1대만 투입하면 대체 어느 교실에 두라고?”
“공기청정기를 1대만 투입하면 대체 어느 교실에 두라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6.2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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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도의회 교육위원회의 실내 공기질 예산 삭감을 보며
올해 1차 추경예산안 52억원 가운데 90% 넘는 47억원 잘라내
제주도의회 교육위원회가 지난 20일 도교육청에서 올린 실내 공기질 개선을 위한 사업비를 대부분 삭감, 논란이 일고 있다. ©미디어제주

없앨 거면 다 잘라버리지 왜 남겼을까. 공기청정기 보급 예산을 두고 하는 말이다.

 

올해 제주도내 공사립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 2097학급에 공기청정기가 모두 투입될 예정이었다.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이 올해 1차 추경예산을 짜며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선언했고, 그 선언의 상징적 사업으로 공기청정기를 투입하는 실내 공기질 개선을 내걸었다.

 

그러나 웬걸? 제주특별자치도의회 교육위원회는 제주도교육청의 그런 행동을 용납하지 않았다. 1차 추경예산안에 포함된 실내 공기질 개선 사업은 52억4250만원이었다. 교육위원회는 지난 20일 도교육청이 올린 공기질 개선 사업비의 대부분에 해당하는 47억4250만원을 삭감했다. 남은 건 10%도 채 되지 않는 5억원이다.

 

미세먼지, 그 가운데 초미세먼지는 대부분 중국에서 날라든다. 지난해는 정부가 고등어 탓을 하긴 했으나, 최고 80%는 다른 나라에서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근원을 없애려면 정부가 다른 나라와 협의를 진행하는 게 필요하지만 당장은 미세먼지를 줄일 대책이 없다. 대책이 없으면 방어를 하는 게 우선이다.

 

미세먼지는 황사와 달리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때문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미세먼지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체계상 집안에서보다 집밖의 활동, 그것도 학교내의 활동이 많다는 점에서 미세먼지를 줄이려면 교육당국이 앞장설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전국적으로 올해 1분기 전국 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은 모두 130차례나 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 76차례에 비하면 엄청 늘었다. 이 가운데 초미세먼지 발령횟수가 86차례에 달한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결과에 따르면 미세먼지로 인해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한해 3만9000명이 조기 사망한다고 한다. 학부모들이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문재인 정부도 미세먼지를 잡겠다며 나서고 있다. 제주도교육청도 같은 생각이다. 제주도교육청이 좀 더 나갔다면 공기청정기를 도입하겠다는 점이다. 중국발 미세먼지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보다 올해가 더 늘었고, 내년 역시 미세먼지는 우리 어린이들의 활동을 제어할 ‘보이지 않는 흉기’이다.

 

그런데 도의회 교육위원회가 남겨둔 5억원은 대체 어디에 쓰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도내 공사립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5억원을 뿌릴 경우 공기청정기는 각급 학교에 딱 1대만 투입될 수 있는 예산이다. 딱 1대를 어디에 놓으라고? 교육위원회 의원들이 교사 출신이어서 교무실에 딱 1대만 구축하려는 것인지 모르겠다. 학생들은 미세먼지를 마시고, 교사들은 청정하게 살라고 1대만 놓을 예산을 준다는 건가.

 

예산을 감시해야 하는 도의회 의원들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다. 만일 공기청정기 투입 예산이 현실에 맞지 않다거나 문제가 있다면, 도의회는 교육청을 향해 아예 도입을 하지 말라고 하는 게 낫다. 학교에 1대만 준다는 건 너무 웃긴 일 아닌가. 이건 생색내기도 아니고.

 

어쨌든 90% 이상 잘려나간 공기청정기 예산을 두고 오는 26일 제주도의회 예결특위가 열린다. 의원들은 예결특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까.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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