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입회조사 한 결과 주거지 등 나와 정밀 발굴조사 불가피
사람이 살다보면 실수를 하곤 한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나. 신이 아닌 이상 실수를 하는 건 인간이기에 그러려니 한다. 하지만 해야 할 실수가 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미디어제주가 19일 첫 보도를 낸 제주시 용담1동 374번지 일대 렌터카 주차장 개발 현장. 해당 공무원은 “체크를 못했다”고 기자에게 답변을 했다. 그것도 기자가 수차례 통화를 시도하고서야 해당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정말 체크를 하지 못했을까. 기자는 공무원의 답을 듣는 순간 이해가 되질 않았다. 공무원의 심정이 되어서 이해를 하려해도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개발 현장은 매장문화재가 있는지 조사가 우선인 ‘문화재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이다. 기본적인 문화재 입회조사를 반드시 진행해야 하는 곳이다. 그런데 그런 절차도 없이 개발절차는 강행됐고, 공무원은 문화재 입회조사를 하지 못한 것을 두고 ‘체크를 하지 못했다’고 하니 누가 그 말을 이해할 수 있나.
이해를 돕기 위해 용담1동 374번지 일대 개발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해보겠다. 사업자가 개발 현장에 사무실을 짓겠다고 신고를 한 건 지난 4월이다. 그러자 건축 담당 부서는 문화재 담당 부서에 협조 공문을 보냈다. 그 지역이 문화재보존영향 검토대상구역이었기 때문이다. 문화재 담당 부서는 매장문화재 전문기관에 의뢰를 해서 입회조사를 거쳐야 한다는 점을 건축 담당 부서에 전달했다. 이때가 6월 7일이다.
문제는 건축 담당 부서가 문화재 담당 부서의 의견을 묵살한 채 6월 26일자로 사업자에게 공사 강행을 통보했다. 왜 건축 담당 부서는 매장문화재 전문기관에 입회조사를 거처야 한다는 사실을 사업자에게 전달하지 않았을까. 그러고선 “체크를 하지 못했다”고 하니, 이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나.
이번 개발 건은 그냥 묻힐 뻔했다. 아무도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한창 공사가 진행됐을지 모른다. 개발 사업이 진행되자 주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조용하던 곳에 렌터카가 오가게 되면 제주중학교를 통학하는 아이들에게 위험이 닥칠 수 있다며 주민들이 사업 중단을 요구했다. 기자도 주민들의 민원을 듣고 출동했다. 매장문화재 입회조사를 하지 않은 건 그제서야 드러났다. 공무원의 단순 실수였을까.
제주시 용담1동은 역사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는 곳이다. 유물 산포지여서 어디든 땅을 파면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용담1동 374번지 일대는 제주향교도 있지만 용담동 제사유적과도 이웃해 있다. 용담1동 374번지와 용담동 제사유적간의 직선거리는 300m도 채 되지 않는다. 유적이나 유물이 나올 가능성이 무척 높은 곳이다. 그런데 건축 담당 부서는 매장문화재 입회조사도 없이 사업자에게 사업을 하라고 했으니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뒤늦게 이 일대에 대한 매장문화재 입회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거지 2곳이 나왔고, 유물도 드러났다. 조금만 늦었더라도 땅 속에 있던 문화재가 완전 파괴될 수 있었다. 앞으로 이 일대는 정밀 발굴조사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앞서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번 건은 다르다. 분명 문화재 부서는 매장문화재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했고, 건축 담당부서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 절차를 무시한 건 행정의 오만이다. 아니면 사업자와 결탁이 있지 않고서야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제주시 담당부서는 “체크를 하지 못했다”고 항변을 하지만, 그럴 사항이 되지 못한다. 보다 철저한 검증이 있어야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을 자행한 공무원을 향해 철저한 검증을 요구하는 것은 공무원들에게 혈세를 떼어주는 시민이기에 그렇다.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