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4 17:54 (수)
“도교육청은 왜 학교급식 조례에서 병설유치원을 뺄까”
“도교육청은 왜 학교급식 조례에서 병설유치원을 뺄까”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7.07.24 12:21
  • 댓글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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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한참 수준 낮은 제주도교육청의 급식관련 조례를 보며
17개 시도 조례 유치원 모두 포함…도교육청은 ‘초중등교육법’ 제한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 생겨서 이 글을 쓰고자 합니다. 다름 아닌 병설유치원의 지위입니다. 이를 논하기에 앞서 유치원은 보육인지, 교육인지 물어볼게요. 교육을 전공하는 이들이야 다들 교육이라고 하죠. 그런데 그렇게 외치는 사람들이 유치원을 교육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부터 말씀을 드릴까 합니다.

 

국정농단을 다 아실 겁니다. 그 배경이 누구던가요. 현재 수감돼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 아닌가요. 박근혜 전 대통령 얘기를 꺼낸 이유는 누리과정을 완전 무상으로 하겠다는 공약 때문입니다. 공약대로 됐나요? 안됐죠. 박근혜 정부 당시 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가장 골머리를 앓은 곳은 어디입니까. 제주도교육청을 비롯한 전국의 시도교육청입니다.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까지 떠안는 바람에 재정타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어요. 그때 교육청이 중요하게 내건 게 있습니다. 바로 유치원은 교육이라는 것이죠. 제주도교육청은 예산안을 짜며 유치원만 전액 지원하고,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교육청은 그만큼 유치원에 대한 애착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건 돈 앞에서만 그런 모양입니다. 누리과정을 다시 한 번 설명드린다면 도교육청은 돈이 없으니 더 이상 어린이집에는 예산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논리였습니다. 자칫 교육재정에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였죠.

 

하지만 최근엔 좀 이상한 걸 봤습니다. 며칠 전입니다. 도교육청 기자 단톡방에 사진 하나가 떴어요. 사진을 들여다보니 누군가가 교육청 현관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시위를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학교급식법으로 채용된 영양사가 유아교육법으로 설립된 유치원 방학중 급식 업무 부당하다”라고 써 있는 플래카드였죠. 대게 시위를 하면 기자들에게 알립니다. 그런데 그날 시위는 기자들에게 알리지도 않았더군요. 다음날 플래카드를 든 그들이 제주도교육청의 담당 국장이랑 면담을 하는데 기자들이 들어가는 것도 통제를 했어요. 참 이상하다 싶더군요.

 

시위를 한 이유는 플래카드에 쓴 것처럼 영양사들이 방학중 병설유치원 급식을 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죠. 올해 여름방학부터 제주도내 영양사들이 학교급식을 맡기로 했는데, 시위 덕분에 그게 계획대로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분위기입니다. 그럼 급식은 누가 하는 거죠?

 

앞서 얘기한 플래카드 내용을 다시 곱씹어봅니다. 솔직히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학교급식은 영양사가 책임지는 게 아니었나?”라는 의문이었습니다. 플래카드 내용을 찬찬히 뜯어보면 영양사는 초등학교와 중·고교 급식을 할 수 있으나, 유치원은 못해주겠다는 그런 내용이죠. 그럼 유치원 급식은 누가 하죠? 학교급식은 영양사의 영역이지만 유치원은 책임지지 않는가봐요. 그렇다면 방학이 아닌, 평상시에 학교 급식실에서 밥을 먹는 유치원 원아들은 불법적인 행동을 하는 게 되는군요.

 

제주도교육청 조례에는 학교급식 대상에 초중등학교로만 제한시키고 있다. ©미디어제주

이런 상황을 만든 건 영양사 탓은 아니었어요. 조례를 뒤져보니, 조례가 문제더군요. 급식과 관련된 조례는 굉장히 많습니다. 전국적으로 330개가 넘는 급식조례가 있죠. 대부분의 조례는 학교급식에 초·중등학교와 유치원을 포함시킵니다. 17개 시·도 가운데 유치원을 학교급식에서 뺀 곳은 없습니다. 다만 교육청이 유치원을 빼는 경우는 있죠.

 

어딘지 궁금하시죠. 전남교육청과 전북교육청, 그리고 제주도교육청입니다. 전남북교육청은 그나마 조례에 지원 대상을 ‘학교급식법’이라고 다소 유연성을 두고 있으나, 제주도교육청은 아예 ‘초중등교육법’으로 못박고 있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이 만든 조례는 ‘제주특별자치도 안전한 학교급식 운영에 관한 조례’입니다. 지난 2014년 만들어진 이 조례는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학교급식 운영은 초등학교와 중·고교가 아니면 안된다고 한 겁니다. 유치원은 급식을 해야 할 이유도 없고, 조례만 따진다면 유치원 원아들은 학교에서 밥을 먹을 이유가 없어진 겁니다.

 

제주도청 급식 관련 조례는 지원대상에 유치원도 포함시키고 있다. ©미디어제주

경기도교육청을 한번 볼까요. 거긴 학교급식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어요. “유아교육법 제2조 제2호에 따라 설립·운영되는 유치원과 초중등교육법 제2조의 학교에 지원되는 급식을 말한다”라고 말이죠. 어디가 선진적인 조례인가요. 경기도교육청일까요, 제주도교육청일까요.

 

조례만 보면 해당 교육청의 수준이 읽힙니다. 아무리 유치원을 교육이라고 떠들면 뭐합니까. 돈 앞에서만 교육이고, 정작 급식 담당자들의 민원이 많아지는 게 두려워 유치원은 교육이 아니라 ‘떼고 싶은 혹’이라고 생각을 하는 수준입니다. 그러니까 도교육청은 조례에다가 유치원을 완전 제외시킨 ‘초중등교육법’이라고 했겠죠.

 

교육을 행하는 사람은 교육 앞에서 따지는 게 아닙니다. 우리 애들이 얼마나 편안하고, 즐겁게 교육을 받을까에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앞에서는 유치원을 교육이라고 하면서 “너는 내 편, 너는 네 편”이라고 가르는 건 교육이 아닙니다. 그렇게 하고 싶은 이들은 교육이라는 이름을 입에도 달지 마세요.

 

<김형훈 기자 / 저작권자 ⓒ 미디어제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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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 2017-07-24 15:29:53
언론의 역할과 기능이 어느때보다 중요한 시점에서 기본적인 보도의 원칙조차 무시하여 편파적인 보도를 일삼는 현실에서 김형훈 기자님은 기자로서의 객관적인 사실을 근거로 위 내용을 기사화 해주셔서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한 고마운 마음 전합니다.
지금처럼 언제나 기자로서 당당하게 취재의 원칙에 근거하여 왜곡된 사실들을 바로잡는 기사를 써 주심에 감사하고 응원합니다.

박수진 2017-07-24 16:10:54
이해하기 쉬운 좋은 기사글 감사합니다
제주도 유치원 원아들의 안전한 급식을 위해 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할것 같네요!

외면받는 아이들 2017-07-24 15:11:43
제주지역에 학교급식을 시행해 온 이래 그 긴 시간동안 병설유치원 아이들은 급식에서 조차 완전한 더부살이였네요. 법으로도 보호받지 못하고 방치된 아이들.. 급식 파행 원인 제공자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입니다. 실망입니다.

유아맘 2017-07-24 20:52:49
우리 아이도 불법으로 유치원에서 밥을 먹었나봐요? ㅎ
누군가를 보호하고자 법이 있는 것이 아닌가요?
법이 잘못되었다면 시정하고 개정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조례 개정이 필요하겠습니다.

제주 유아 공교육 정상화 2017-07-24 19:13:00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저출산시대에 부모들이 마음 놓고 아이를 기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하며 그 중 필요한 정책중에 하나는
유아 공교육 정상화라고 생각합니다. 김형훈 기자님 냉철한 기사 앞으로도 부탁드리며 교육청은 단 한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교육감님 의지 속에 유치원 아이들도 포함시키는 정책을 펼치시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