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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희망대학 인문학과정 졸업식에 부쳐
제주희망대학 인문학과정 졸업식에 부쳐
  • 미디어제주
  • 승인 2007.01.23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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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칼럼]김경환 제주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 정책자문위원

폭력의 문제를 조사하던 중에 저는 중범죄를 저지른 여성들을 만나기 위해 교도소를 방문했습니다. 그녀는 살인과 강도 사건에 연루되어 15년형을 언도받고 8년 6개월째 복역 중이었지만 살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남자친구가 저지른 것이었습니다.

뜬금없이 그녀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사람들은 왜 가난할까요?”하고 말입니다. 그녀는 “시내 중심가 사람들이 누리고 있는 정신적 삶이 우리에겐 없기 때문이죠”하고 대답했습니다. 그때 저는 그녀가 말하는 ‘정신적 삶’이 종교를 말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긴 했지만 어쨌든 질문해 보기로 했습니다.

“‘정신적 삶’이 무슨 뜻입니까?”하고 묻자 그녀는 “극장과 연주회, 박물관, 강연 같은 거죠”라고 대답했습니다. “아하, 그러니까 인문학을 말하는 거군요”하고 제가 말하자 그녀는 제가 마치 이 지구상에서 가장 멍청한 사람이라도 되는 듯이 쳐다보면서, “그래요 얼, 인문학이요!”하고 대꾸했습니다.(클레멘테 인문학코스 매뉴얼에서)

클레멘테 인문학 과정을 창시한 미국의 얼 쇼리스는 이와같은 여죄수와의 대화에서 영감을 얻어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정치학적 마인드이며, 정치학적 삶으로 들어가는 길은 깊이 자신을 성찰해 보는 것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 12일 제주대학교 국제교류회관에서 열린 ‘제주희망대학 인문학과정 제1기 졸업식’이 있었다. 작년 6월에 입학하여 6개월여 과정을 마치고 열린 졸업식이었다. 한부모 여성가정과 저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주3회 철학, 역사, 작문, 예술사 과목을 진행하였다.

이 과정은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서귀포시 평생학습센터, 서귀포YWCA, 서귀포자활후견기관이 연계하여 마련하였고 도내 대학 교수으로 구성된 강사진과 많은 자원봉사자들에 의해 의욕적으로 진행되었다.

이날 졸업식은 한마디로 ‘감격과 희망’이었다. 사연(?)많은 학생들은 배움에 대한 회한과 삶에 대한 자신감, 사회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찬 모습이었다. 특히 인문학과정이 진행되는 6개월 내내 한번도 빠짐없이 일주일에 3번씩이나 야간에 ‘비로소 자신의 시간’으로 만들어 내는 열정과 의지에는 모두들 눈물이 지나쳤다.

그리고 이어진 졸업생들의 연극 공연은 그동안 배우고 닦았던 인문학의 정신이 고스란히 녹아있었다. 제주사회 아니 어쩌면 영원한 인류사의 화두인 ‘개발과 보존, 행복’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 보는 연극이었다.

졸업생들의 땀과 노력이 배여있는 ‘희망씨앗’이라는 문집은 그동안의 노고와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또 다른 즐거움이었다. 비록 문맥이 이어지지 않고 가끔 맞춤법이 맞지 않을 지라도 문집의 제목처럼 이들의 눈물과 변화는 정신적 삶이 피폐해진 우리 사회에 경종과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이렇게 졸업식은 우리를 행복하게 하였다.

왜 인문학인가!

얼 쇼리스는 이렇게 대답한다.
“빈곤이 만성적이 되는 이유는 빈곤자들에게 의지나 지적능력, 동기가 없기 때문(어떤 이들은 그렇게 주장하고 있지만)이 아니라 빈곤상태가 빈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에 대해 반영적으로 사고하기보다 반응하도록 조건화시키기 때문이다. 바로 이 반응(reaction)으로부터 반영(reflection)-그리고 나아가 자가반영(self-reflection)-으로의 이행(移行)이야말로 인간으로서의 온전한 삶을 살고 시민의식을 갖기 위한 열쇠이다. 그것은 자기통제에 이르는 길이다.”

철학과 시, 그리고 역사를 공부함으로써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반응하기보다 반영적이고 비평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인문학이야말로 빈곤으로부터의 탈피를 위한 해결책이라는 것이다.

제주희망대학 인문학과정은 이러한 취지와 이념에 공감하여 진행되어 왔다. 그리고 첫 결실을 맺은 것이다. 서울에서 노숙인을 대상으로 한 성프란시스대학 인문학 과정을 1기로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의 결실인 것이다. 이 과정을 졸업한 노숙인들은 상당수가 노숙 생활을 청산하고 일자리를 찾았고, ‘희망’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는 이들에게 ‘물고기 잡는 방법’을 기술교육이나 훈련으로 가능하다고 믿어왔으며 그렇게 지원해 왔다. 그러나 그들은 물고기 잡는 방법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빈곤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강요된 환경’(사회적배제 환경)을 능동적으로 인식하고 성찰적으로 해석하여 스스로 주인된 삶을 살아가는 것이 더욱 중요한 것이었다. 얼 쇼리스도 바로 이러한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인문학 과정을 통해 이제는 나의 삶을 받아들이고 개척해 나갈 수 있다는 확실한 자신감이 생겼다”는 어느 졸업생의 소감이 ‘희망씨앗’으로 민들레 홀씨처럼 멀리 멀리 펴져가기를 소망해 본다.

※ 제주희망대학 인문학과정이 계속될 수 있도록 뜻있는 분들의 후원을 기다립니다.

<김경환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복지안전위원회 정책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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