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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딱이'와 '짝짝이', 그리고 '발상의 전환'
'딱딱이'와 '짝짝이', 그리고 '발상의 전환'
  • 윤철수 기자
  • 승인 2007.01.27 10:2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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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논단] 도마에 오른 '제주 지역축제'

숀 레비 감독의 박물관이 살아있다(Night at the Museum, 2006)'는 가족과 함께 맘껏 웃을 수 있는 전형적 판타지 영화다.

원제 '박물관의 밤'이 '박물관이 살아있다'로 명명돼 국내에 개봉된 이 영화는 '살아있다'는 각색된 의미만큼이나 생명력이 강조된다. 시간을 품은 채 정지돼 있는 것들의 집합소인 박물관에 생명력을 불어넣어, 밤만 되면 살아움직이는 박물관. 모두가 잠든 순간, 환상의 세계가 깨어난다.

박물관의 전시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놀라운 광경을 목격한 야간 경비원 래리가 '뒷수습'에 얽히고 채이는 모험담을 그린 이 영화에서는 여러 부분에서 '발상의 전환'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전달된다.

두 달 이상 한 직장에 머문적이 없다는 래리가 발명해 사업화하고자 했던 물건 '딱딱이'. 손가락을 튕겨서 딱딱 소리를 자동화시스템과 연결시킨 장치인 '딱딱이'를 발명했지만, 애석하게도 실패했다. '딱딱이' 보다는 박수 두번을 치는 장치인 '짝짝이'가 더 쉽다는 핀잔이 그 첫번째다.

여기에 영화 말미, '죽은 박물관'이 '살아난 박물관'으로 반전되는 부분은 단지 관람객의 증가의 의미 뿐만 아니라, 발상의 전환에 대해 좀더 깊게 생각케 한다. 전시물을 만져서도 안되고, 어린이들이 뛰어다녀서도 안되고, 엄격한 통제가 이뤄졌던 조용하고 스산한 박물관을 어떻게 활력화시킬 것인가. 항상 이 고민에 빠져있던 박물관이 활력이 넘치는 박물관으로 대변신했다.

아침 뉴스에 '눈에 공룡 발자국이 찍혔다', '지붕위에서 누군가가 원시인처럼 불을 피우고 난리를 쳤는데 그건 아무래도 박물관의 홍보같다. 그런데 진짜 원시인 같다'등등의 속보가 나온 것이 기폭제가 됐다. 그 뉴스를 듣고 벌떼같이 몰려든 사람들.

그 뉴스가 나오기 전의 '밤의 생명력'은 가상이었다고 치더라도, 지붕 위의 원시인 모습이 뉴스를 타고 전해진 다음날 아침부터의 박물관은 정말 '살아있는' 현실이 된 것이다.

살아있는 박물관. 그것은 박물관의 외형 그 자체가 아니라, 박물관을 사랑하고, 보고 싶어하고 관람객의 입장에서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획기적 아이템 또는 이벤트가 모티브가 되고 있다. '딱딱이'냐 '짝짝이'냐의 차이, 원시인들의 모습이 비춰진 TV뉴스, 소구는 단순하지만 파급효과는 달랐다.

이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현재 조신하게 운영되는 제주도내 박물관 뿐만 아니라 관광지 등 관광사업과 연계해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마인드에 있어서도 원칙과 기준만을 고집하지 말고, 좀더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제주 지역축제에 대한 대대적인 선별작업은 의미가 있다. 민선자치시대 이후 우후죽순격으로 증가한 제주의 지역축제를 어떻게 경쟁력있는 축제로 육성할 것인가가 요즘 제주 관광당국의 큰 고민이다. 박물관이나 관광지 처럼 축제 역시, 상만 차려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축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뭔가 모티브가 필요하다.

수년째 이어져오는 비슷비슷한 프로그램, 선택과 집중이 아니라 여기저기 축제에서 괜찮은 프로그램들을 그대로 나열식으로 조합한 듯한 느낌의 축제들. 프로그램 건수만 많았지, 지나친 산만함으로 특성화를 찾아볼 수 없는 축제들. 이제 축제도 경쟁력을 갖춘 축제는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관광당국의 견해에 동의한다. 경쟁력있는 축제들과, 공적자금만 축내는 축제들은 분명히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 구성된 축제육성위원회를 중심으로 부단히 논의와 토론을 갖고, 그리고 공모를 통해 축제에 대한 평가작업을 갖고 있다고 한다. 늦은 감이 있지만, 꼭 해야 할 일이기에 그 평가작업과, 평가작업 후 차별화된 지원계획에 기대를 갖게 한다.

출발만 요란하게 시작했다가, 어설프게 매듭짓는 그런 평가작업이 아니라, 이번 기회에 뭔가 제대로 된 통폐합 작업을 벌여주길 기대해 본다. 쳇바퀴도는 듯한 식상한 느낌에서, 관람객과 참가자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모티브가 어떤 것이 있는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제주관광, 이제 발상의 전환을 꾀해보는 것은 어떨까.

<윤철수 / 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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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01-27 10:52:43
동감합니다. 철마다 다양한 축제들을 개최하지만 수년간 정말 똑같은 모습. 식상합니다. 주최측과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의 축제인 듯 보일때도 많구요. 먹거리장터밖에 생각이 안나니...외국의 축제들 처럼 다양한 내용, 도민들의 자발적인 참여 그리고 관광객도 같이 동참할 수 있는 그런 구상들이 필요할 것 같고 도민들이 이런 축제문화 참여에도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