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학구열이 나를 만들었어요"
"끝없는 학구열이 나를 만들었어요"
  • 현유미 기자
  • 승인 2005.05.07 15: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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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검정고시 최고령 합격자 '강술생'할머니

“부지런하면 수확은 반드시 생기기 마련이주.”

2005년 제1회 고입검정고시에서 당당히 합격한 강술생할머니(71·남원읍 위미리).

나이가 의심스러울 정도의 외모와 목소리가 어린 학생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는 모습이 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다.

일본에서 태어나 형편이 어려워 학교도 제대로 못 다니다가 해방 후 한국으로 왔을 때는 ‘한국어를 모르는 한국인’으로 살아야했던 서러움이 그를 배움의 길로 인도했을 정도다.

“요즘 사람들은 그때 사람들이 얼마나 어려운 시절을 보냈는지 상상할 수도 없을거야.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이라 글을 배우고 싶어도 쉽지 않았거든.”

15살 야학에서 석달 간 배운 한글 외엔 그녀는 초등학교는 물론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그야말로 ‘까막눈’이었다.

그러던 그가 본격적으로 배움의 길로 들어선 것은 그녀나이 64살.

“남편이 세상을 등지고 자식들도 출가한 때에 ‘이젠 나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야학을 할만한 곳을 찾아봤지만 늦은 나이에 결정이 쉽지는 않았지.”

배울 곳을 물색하던 그녀가 발을 들여놓은 곳은 서귀포 ‘오석학교’다.

드디어 배울 수 있다는 기쁨에 학교에 입학한 날짜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그녀는 한글반, 새날반, 6학년반을 2년 동안 거쳐 중학교 입학 검정고시를 합격했다.

그녀는 “문패를 보면 한자도 알고, 텔레비전을 보는데도 나오는 글자를 아니 이보다 신기하고 기쁠 수가 없더라고.”라며 회상한다.

낮에는 밭일에 매진하며 밤에는 비가 오나 눈이오나 3년 동안 하루도 결석하지 않고 부지런히 학교를 다니는 그녀를 자식들은 우스갯소리로 ‘독한 어멍’이라고 일컫는다고 한다.

그도 그런 것이 한라봉 주문을 저녁에 전화로 받고 소개해주는 그녀가 돈 욕심도 다 버리고 학교공부에 몰두했으니 말이다.

공부하는 책상 바로 옆 벽에는 인칭대명사 격변화표, 영문이름을 비롯해 숫자까지 영어로 일일이 정리해놓고 달달히 외웠다고.

“다른 어떤 과목들보다도 영어가 어려웠지. 중학교 2학년부터 체계적으로 배우면서 영어에 대한 재미가 이루 말할 수 없어.”

하루도 안 빠지고 영어단어를 정리한 노트에 묻은 그녀의 손때가 얼마나 열심히 공부했는지 알게 해준다.

그녀는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곁에서 격려해준 가족들과 선생님이 가장 큰 힘이었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대학에 재학 중인 손자는 “용기내서 포기하지 마세요, 할머니”라며 응원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그녀는 어릴 적 가난에 찌들었던 아픔이 혹여나 자식들에게도 되풀이되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낮·밤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6남매를 훌륭히 키워내 동네에서도 칭찬이 자자하다.

‘모범적인 어머니’로 ‘자랑스런 할머니’로 ‘부지런한 학생’으로 나이에 상관없이 배움에 대한 욕구를 채워가는 강술생할머니.

그녀는 “배움엔 왕도가 없고 끝이 없는 법이예요. 이 늙은이도 하는데 젊은이는 더 정진해야되지 않겠어요?”라며 활짝 웃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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