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1:14 (금)
"한라산 산불방지, 예방만이 최선입니다"
"한라산 산불방지, 예방만이 최선입니다"
  • 김수철
  • 승인 2007.05.02 08:4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특별기고]김수철 한라산국립공원 공원단속담당
며칠 전, 한라산국립공원 접경 목장지대에서 소규모 들불이 발생한 적이 있습니다. 오랫동안 산림관계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산불예방 업무를 맡았던 제게는 정말이지 커다란 충격이었습니다.

다행히 들불이 발생한 장소가 도로에 근접한 곳이어서 신속한 초동조치와 함께 많은 인력이 동시에 투입되어 빠른 시간 안에 진화하여 큰 피해를 막았습니다. 그러나 이 들불이 만약 대형 산불로 번져 한라산 원시림까지 피해를 입혔다는 상상을 하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참으로 소름 끼치는 일이지요.

아시다시피 한라산은 제주도 생태자원의 보고이자 제주 사람들에게는 성소와도 같은 곳입니다. 또한 백록담을 중심으로 한 산록지대는 국립공원과 천연기념물(제182호)로 지정된 우리나라 3대 명산의 하나입니다. 2002년에는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이라는 영예까지 안았고 특히 올해에는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성산일출봉, 용암 동굴계 등과 함께 『세계자연유산』등재를 목전에 두고 있습니다.

이런 한라산이 수만 년을 간직해온 천연원시림이 순식간에 부주의한 산불로 잿더미가 된다고 생각하니 그 동안 메스컴을 통해 보고 들었던 산불의 무서움을 실감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사실 그 동안 한라산에서는 육지부에 있는 다른 산과는 달리 산불로 인한 피해발생이 거의 없다시피 했습니다. 그 동안 한라산에서는 당일 등산 원칙이 비교적 잘 지켜져 왔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탐방객들이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해왔습니다.

특히 육지부의 산처럼 생계형 약초 채취자가 극히 적을 뿐 아니라 공원의 단속반원들이 정기적인 순찰과 단속 활동으로 무단출입 사례가 거의 없었지요. 

그러나 최근 유행하는 웰빙 바람을 타고 제주도내에 급증하고 있는 산악자생단체 또는 오름 관련 동호인들 중심으로 한라산국립공원 출입제한 구역에 대한 무단출입이 웹 사이트 등에서 확인되고 있고 또한 국립공원단속반에 포착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특히 산나물 채취나 공원 내 오름 답사 후 각종 인터넷사이트에 무단입산 경로와 사진자료 등의 정보가 유출되면서, 이를 모방한 무단출입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사실 무단입산자는 약초나 산나물채취, 희귀수목 도채 등 불법행위의 개연성이 높고, 지나간 흔적이 훼손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인적이 드문 지역에서 부주의에 의한 산불이 발생할 경우 제주도 생태계의 핵심지대인 한라산이  하루아침에 잿더미로 변해버릴 수 있습니다.

특히 한라산의 경우 바람이 세고 대부분의 계곡이 건천을 이루고 있어 자연 방화선 구축이 어렵습니다. 게다가 산불에 취약한 제주조릿대와 억새 등의 수종이 많아서, 일단 산불이 발생하면 제주도 전체에 커다란 생태적 재앙을 부를 수 있습니다. 

국립공원에서는 지난 십 수 년 동안 수많은 등산객의 발길로 인해 식생이 파괴되고 훼손된 지역에 출입을 막고 막대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훼손지 복구사업과 식생복원사업을 추진하여 서서히 식생들이 살아나고는 있습니다만, 또 다시 훼손되는 우려를 범하지 않게 하기 위해 지정등산로를 제외한 지역에 대한 출입을 제한하고 있으며 자치경찰과 합동으로 지속적인 단속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라산은 제주도의 상징이자 미래의 후손들에게 온전히 물려주어야 할 보배이기도 합니다. 한라산을 본래의 모습으로 지켜낼 수 있도록 한라산과 자연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몇 가지만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국립공원에서는 야간등산은 물론 지정된 등산로 이외의 출입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지정된 등산로를 이용하여 등산에 임해주시고, 특히 국립공원에 위치한 오름에 대한 무단입산을 자제하여 주십시오.

둘째로 현재 국립공원 전 구역은 흡연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쾌적한 등산문화의 정착과 산불예방을 위하여 등산로에서 만큼이라도 흡연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한라산에서는 전국의 20개 국립공원 중에서 최초로 산악지역에 있는 모든 쓰레기통을 없애고 <자기쓰레기 되가져가기 운동>을 전개하여 대부분의 탐방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어 지금은 정착단계에 있습니다.

한라산을 깨끗한 자연 공원으로 보전하는데 산악인과 오름동호회 회원 여러분을 비롯한 도민 여러분의 각별한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한라산은 우리의 아들과 딸들에게 잠시 빌려온, 지금의 모습 그대로 물려줘야할 영원한 우리의 보배이기 때문입니다.

                                                       <김수철 한라산국립공원 공원단속담당>
# 외부원고인 '특별기고'는 미디어제주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딥페이크등(영상‧음향‧이미지)을 이용한 선거운동 및 후보자 등에 대한 허위사실공표‧비방은 공직선거법에 위반되므로 유의하시기 바랍니다.(삭제 또는 고발될 수 있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