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9:15 (목)
연꽃처럼...
연꽃처럼...
  • 임영근
  • 승인 2007.05.26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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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제주시 일도2동 임영근

지천에는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모든 초목들이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연의 아름다움은 신비롭다는 생각조차 든다.

생존의 경쟁에서 살아남은 초목들의 앞 다투어 새로운 기쁨에 탄성을 느끼기 때문이다.

며칠 전 지화 스님의 蓮花의 四季라는 연꽃사진전을 열었다. 전시실에는 전국 각지의 60여편의 연꽃사진을 시간과 계절에 따라 생을 다하는 모습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여름철 소나기 한줄기가 지나간 사이 먹구름를 뚫고 나오는 햇살과 닮은 백년과 홍년들이다.

진흙 속에서 피어오른 풀잎 향에서 느낄 수 있는 촉촉함에 은근히 풍겨오는 향기에 젖는다.

봄이 오고 새 생명의 움트는 아침풍경이 다가왔다. 물소리와 새소리가 맑게 들린다. 쪽배같이 갓 핀 연잎이 물속의 줄기를 붙잡고 물위에 떠 있다.

연꽃은 부끄럽거나 정신없는 혼탁한 주변 환경에도 물들지 않는다. 진흙탕 속에서도 화려한 꽃을 피우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물안개가 거치고 따뜻한 바람이 지나가더니 잔잔한 수면을 흔들어 놓는다. 둥근 가슴을 펼친 연잎은 햇볕에 반사된 녹빛이 눈부시다.

그 틈 사이를 고개를 내민 연분홍 봉오리가 합장을 하고 있으니 독경을 듣는 듯하다.

결실의 계절에 높은 하늘아래 가장자리 쪽에 단풍으로 물든 연잎은 가을의 모습으로 다가왔다. 둥글고 원숙하게 익은 연밥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절로 온화해지는 것을 느낀다.

연꽃은 꽃이 핌과 동시에 열매가 그 속에 자리 잡기 때문이다.

연꽃은 버릴 것이 없이 모든 부분이 식용으로 요긴하게 쓰인다. 뿌리는 물론이고, 잎, 꽃 등 버릴 것이 없는 유용한 식물이다.

어느새 수북이 덮인 눈 위에 드러난 겨울의 연꽃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고, 전생에 왕성했던 줄기와 잎들은 순리대로 물속에 잠겨 스러져간다.

지화 스님은 연꽃의 뿌리와 줄기 그리고 꽃은 각각 전생과 현재의 삶과 극락세계를 상징하며 인간세계에 소중한 가르침이라고 일러준다.

연꽃사진전을 보면서 진흙 속에서도 화려한 꽃을 피우는 삶과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운 실정이다.

도움이 되지 않는 물질문명주의에 오염되고 약삭빠른 술책이 조작이 되고 마는 세상이다.

혹시 굳게 믿었던 사실의 바이러스에 의해 전염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 볼 일이다.

오늘 하루도 바쁘게 경쟁 속에서 정신없이 돌아가는 요즘이다. 분위기에 휩쌓여 무엇을 잃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세상은 우리가 함께 할 때가 가장 아름답게 보인다. 서로가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주는 것이 지금 우리들에게는 필요하지 않을까.

지역감정 해소와 계층간, 이념간 대립으로 극에 달한 양극화를 달리는 현실에서 우리의 마음조차 헤아리지 못한다면 그 극복이 요원하기 때문이다.

우리사회에도 그런 아름다운 경쟁틀 속에서 진흙 뿌리에서 피어오른 연꽃처럼 화려하게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를 기대한다. 

                                                                          <임영근 제주시 일도2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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