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남성들이 쓰는 말은 알아듣지 못하니 표준어로 하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여기 술 취한 기업이 있다. 자칭 도민의 기업이라는 회사이다. 이름을 대겠다. ㈜한라산이다. ㈜한라산은 술을 생산하는 기업임에도 좋은 일도 많이 하길래 술독에는 빠지지 않은 줄 알았다. 그런데 오산이었다. 술독에 빠졌고, 숙취가 얼마나 심한지 깨어나지도 못한다. 아래 문장을 읽어보자.
“제주도 오빠들, 내가 굿 바디에 매력이 좀 있어서 저한테 작업 거는 거 알겠는데요.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저도 밀땅도 하고 싶고, 튕기고도 싶은데 이제 작업 걸 땐 사투리 말고 표준말로 합시다. 저도 제주도의 멋진 로맨스를 꿈꾸는 여자라구요.”
㈜한라산의 광고문구다. 제주소주처럼 노이즈 마케팅을 통해 술꾼들에게 작업(?)을 걸겠다는 심산인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한라산 광고문구는 제주소주보다 더 심각하다는 데 있다. 제주소주는 ‘긴밤’과 ‘짧은밤’이라는 성매매를 연상시키는 은어를 등장시켰다면, ㈜한라산은 제주도민을 깔보고, 제주남성을 비하하고, 여성을 상품화시키고 있다.
문구를 다시 읽어보자. ‘제주것’들이 육지의 여성을 대할 때는 제줏말을 쓰지 말라는 그 당당함에 울화가 치밀어 오른다. 제주 남성들이 내뱉는 말을 알아듣지 못하겠으니, 표준어로 말하라는 게 맞는 말인가.
제줏말은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위기에 처한 이유는 있다. 촌놈들이나 쓰는 사투리라면서 학교에서 쓰지 말라고 했던 시절이 있다. 그래서 위기를 자초했다. 제줏말을 쓰는 어르신들이 세상을 뜨게 되면 제줏말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 유네스코가 제주도 사람들이 쓰는 말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제줏말은 경상도나 전라도, 충청도 사람들이 쓰는 사투리와 달리 유독 언어로 불린다. ‘제주어’라는 특별한 대접을 받고 있다. 그만큼 가치가 있고,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말이다. 제주어 보존 조례도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한라산은 왜 제주사람들이 쓰는 언어를 무시하면서까지 광고를 해댈까. 술꾼들에 작업을 걸어서 소주 몇 병 파는 게 제주어를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할까.
㈜한라산 광고문구는 이처럼 도민을 깔보고 있다. 더욱이 제주남성을 아주 불쌍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 ‘제주것’들은 알아듣지 못하는 말만 내뱉기 때문에 고귀한 육지 여성을 넘보지 말라는 것 아닌가. 표준어를 써야만 육지 여성들이 받아주겠다니, 제주남성들이여 분기탱천하며 ㈜한라산으로 달려가야 할 판이다.
광고는 여성도 상품화시켰다. 술 광고는 늘 여성을 등장시켜 남성을 유혹하려 든다. ‘굿 바디’라는 단어를 통해 상품화된 여성의 이미지를 광고가 말하고 있지 않은가.
㈜한라산은 과연 제주도민의 기업이 맞을까. 제주어를 비하시키고, 제주남성 역시 싸잡아 뭉개는 걸 보니 제주도민의 기업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제주사람들이 그렇게 가치 없게 보이는지 ㈜한라산에 묻고 싶다.
동네 기업들 다 잡아먹을려고 단체나 기자나 ㅉ 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