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제주 하주홍 기자] 농업·농촌융복합산업인 이른바 ‘6차산업’이 제주지역에서 뜨고 있다. 전국 어디와 견줘도 가장 알차고 활발하다. 6차산업은 농특산물(1차)을 바탕으로 제조·가공(2차), 유통판매·문화·체험·관광·서비스(3차) 등을 이어 매 새 부가가치를 만든다. 올해까지 도내에서 73명이 농림축산식품부 6차산업사업자로 인증 받았다. 현장에 직접 만나 이들이 실천하는 기술력·창의력·성실성·마케팅 능력과 철학 등을 통해 앞으로 도내 1차산업의 미래비전을 찾아보기로 한다. <편집자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커피와인(Coffee Wine)을 수출하기 위해 해외 전시회에 참가해 판로를 개척하려 해요. 처절한 실패와 비참함, 절박감이 끊임없는 도전을 할 수 있게 했죠. 그 결과 제주커피 생산과 커피와인 개발이란 창조적인 도전을 할 계기를 만들어 준 것 같네요. 앞으로도 도전은 계속 이어가려해요”
서귀포시 산방산 자락에 커피농장을 만들고 커피생두를 발효시킨 커피와인과 커피브랜디를 개발해 낸 김영한 제주커피수목원 대표(69).
국내 최대기업 이사와 프리랜서 강사, 컨설턴트, 대학 교수, 베스트셀러 작가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진 김 대표는 제주에 옮아와 터전을 마련한 귀농 1세대이다.
김 대표는 주위에서 말렸던 커피 재배를 제주 땅에서 시작해 ‘제주형 커피’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커피 생산에서 가공·브랜드 개발·판매·체험을 아우르는 6차산업화를 이뤄가고 있다.

# “제주에서도 커피재배 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안덕면 사계리 해안가 경치 좋은 곳에 웨딩 포토숍을 차렸다. 하지만 손님이 적어 문을 닫는 실패를 딛고 같은 자리에 ‘씨엔블루’란 커피 전문점을 열었다.
커피전문점은 운영이 잘 됐지만 “왜 우리는 수입커피만을 마셔야 하나”란 의문이 늘 맴돌았다. 제주에서 커피를 직접 생산할 수 없을까 생각하며 커피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카페를 운영하다 ‘커피’란 원천기술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이 들데요. 커피 원두를 단지 볶는 것이 아니라 응용을 통해 새로운 것을 탄생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커피 잎을 이용한 녹차, 열매 껍질을 이용한 화장품이나 와인 등을 구상했어요”
김 대표는 제주형 커피’를 만들어내기 위해 커피농장인 제주커피수목원을 2013년에 만들었다.
제주도 따뜻한 날씨와 화산토양에서 커피를 재배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미 오래 전부터 “제주도에선 커피나무를 재배할 수 없다”고 알려졌던 얘기가 현실로 나타나 재배에 들어간 나무 절반이 얼어 죽었다.
하지만 약 200그루는 새싹을 틔워 열매를 맺었고, 겨울 온실 내부 온도가 영하 2℃까지 떨어졌지만 절반은 살아남은 걸 보면서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처음 김 대표는 겨울에도 별도 가온 없이 비닐하우스에 커피산지 12개국에서 구해온 씨앗으로 추위에 적응력 있는 나무를 선발해 키웠다.
2014년 커피나무에서 제주산 생두(Green bean)인 ‘제주몬순커피’를 개발해 커피열매를 수확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영하에서도 자랄 수 있는 ‘제주형 커피나무’를 생산했다.
그 뒤 제주산 생두를 직접 로스팅하고 직영카페에서 팔았다. 아울러 커피를 직접 내리고 볶아내는 로스팅 체험교실을 운영했다.
그 결과 커피나무 잎,열매, 생두를 이용한 가공품인 커피화장품과 커피체리와인을 만들었다.
커피열매 과육(Cherry)은 와인을 담글 수 있을 정도의 당분을 함유하고 있어 이를 이용한 커피체리와인을 제주대학교와 공동으로 개발했다.
농촌융복합산업(6차산업)인증을 받았고, 서비스 산업으로 농장 안에서 커피체험과 와인 만들기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 커피와인, 커피 생두 발효시킨 알코올 11%
2016년 김 대표는 재배한 커피 생두를 발효시킨 커피와인인 ‘제주 화산의 눈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커피생두를 발효시켜 만든 커피와인은 알코올 11%로, 화이트와인 맛과 약간의 커피 맛을 느낄 수 있다.
커피 생두에 열을 가하지 않고 효모작용으로 발효해 폴리페놀과 체지방분해 효과가 있는 클로젠산이 파괴되지 않는 와인이다.
제주 청정화산수로 와인을 담가 ‘화산의 눈물처럼 깨끗하다’는 뜻을 담아 이름을 붙였다.
커피 브랜디는 커피와인을 증류해 40%브랜디로 만들었다. 꼬냑과 비슷한 맛이 나면서 커피향을 느낄 수 있다.
“당초 커피와인은 세계적으로 개발된 사례가 없어 성공하면 세계유일 상품이 될 거란 발상이 떠올랐어요. 그러나 커피와인과 브랜디를 상품으로 만들어놓고도 팔기 위한 과정은 순탄치 않았죠. 하지만 수많은 좌절과 어려움을 겪은 뒤에 당당히 이뤄냈어요”
김 대표는 제주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와 함께 성분검사 등을 통해 커피열매 껍질에 당분이 많다는 것을 확인하고 제주대학 LINC 사업단의 도움을 받아 ‘커피 껍질 와인’을 만들었다.
그 와인을 만들어 팔기 위해 김 대표는 주류제조면허를 따내고 국세청에 주류제조매매 신청을 했다.
하지만 ‘커피열매 껍질’이 식약청 식용가능 식품 리스트에 없으므로 식용으로 쓸 수 있는 걸 증명해야한다는 ‘불가’통보를 받았다.
김 대표는 커피 껍질이 안 된다면 먹을 수 있는 커피 생두(알맹이)로 해보려고 당도를 측정한 결과 26브릭스가 나와 와인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국세청은 커피 생두로 만든 와인은 과실주가 아니라며 난색을 표했지만, 김 대표는 10여 차례 찾아가 설명한 끝에 2017년 주류 판매 허가를 받아내 팔 수 있게 됐다.
커피와인과 브랜디는 도내에선 제주시내 바우젠거리 판매점과 한화리조트 특산품 매장에서 팔고 있다.
전국적인 유통으론 신세계 백화점 주류코너에서 12월부터 팔 예정이다. 온라인으론 네이버의 스토어팜과 쿠팡에서 판매되고 있다
“커피는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음료이어서 전국적인 판매가 이뤄지고 있죠. 커피전문점에서도 팔 수 있지만 커피 와인과 브랜디에 관해선 아직까지 인식이 부족해 마케팅에 애로를 느끼기도 하죠. 하지만 인식제고를 위한 각종전시회와 행사에 참여하고 있어요”


# 새로운 명물 ‘밭담 카페’
제주커피수목원 옆엔 ‘밭담카페’가 생겨 새로운 명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이곳은 김 대표가 우연한 계기로 올해 제주커피수목원 옆에 있는 팽나무 밑 밭담에 머물러 쉴 수 있는 공간인 이른바 ‘밭담 카페’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올 여름철 커피수목원 주변 밭에서 일하던 여성들이 나무 밑에서 쉬면서 음식도 먹고 얘기를 나누는 걸 보면서 착안해 나무 의자와 탁자를 들여놓았죠. 이곳은 밭에서 일하는 이들의 쉼터일 뿐만 아니라 동네주민들이 모임도 자주 열어요. 올 여름엔 작은 음악회도 여느 등 다양한 용도로 이곳을 이용하려고 찾는 발길이 잦네요”
김 대표는 커피와인과 브랜디를 수출하기 위해 해외전시회에 참가, 판로를 개척하려 한다.
“처음엔 특별한 제주커피를 만드는 게 내 비전이었죠. 남들이 하지 않은 새로운 길에 도전하는 건 언제나 위험부담이 있지만 남과 같이 가는 건 역시 실패확률이 있어요. 새로운 시각과 철저한 차별화 전략으로 농업분야에 도전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제주커피수목원은 서귀포시안덕면사계리3136이다.
연락처 ☏064-794-5554, 홈페이지 www.coffeediet.co.kr, 이메일 ykimceo@naver.com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