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9 09:49 (금)
“쓰레기 요일별 배출 강행한 당사자는 벌을 받나요?”
“쓰레기 요일별 배출 강행한 당사자는 벌을 받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3.23 08: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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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사실상 폐기된 재활용 정책을 바라보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쓰레기 요일별 배출. 4월부터는 사실상 폐기된다. 미디어제주
의욕적으로 추진한 쓰레기 요일별 배출. 4월부터는 사실상 폐기된다.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이럴 줄 알았다. 예고된 일이었다. 다름 아닌 쓰레기 요일별 배출 철회이다. 100% 철회는 아니지만 어제(22일) 원희룡 지사의 발언을 들어보면 사실상 요일별 배출을 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어제 원희룡 지사가 도민에게 드리는 말씀 내용을 복기해보자.

“병류, 스티로폼, 캔, 고철류는 전용용기를 배치해 품목별로 매일 배출이 가능하게 하겠습니다. 플라스틱과 종이류는 워낙 양이 많습니다. 현재 시설과 인력으로는 수거운반이 당장은 감당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격일제로 배출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플라스틱은 월, 수, 금, 일요일에 배출할 수 있다. 종이류는 화, 목, 토요일 등 1주일 가운데 3일은 배출 가능하다. 나머지는 매일 배출해도 된다. 4월 1일부터 재활용 배출이 이처럼 바뀌게 된다.

요일별 배출의 시작은 지난 2016년 1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제주시 고경실 시장이 의욕적으로 요일별 배출을 하겠다며 선언했다. 논란은 많았다. 시민 불편은 불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쓰레기 요일별 배출에 분개한 시민들이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기 시작했다. 바로 ‘쓰레기 정책에 분노하는 시민들’(이하 쓰분시)이다. 그들은 토론회도 하고, 쓰레기 버리기 퍼포먼스도 하곤 했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고교생이 쓰레기 배출 문제를 언론을 통해 글을 올린 적이 있다. 청소년 단체에 소속돼 활동하는 고교생이었다. 그러자 고경실 시장은 제주시 산하 청소년문화의집 소속 청소년지도사를 불러 닦달을 했다. 왜 그런 글이 언론을 통해 나가게 만들었느냐는 엄포였다. 인사권을 지닌 단체장의 횡포였다.

고경실 시장의 행동을 가만 둘 수 없었다. <미디어제주>가 시장의 행동을 글로 옮겼다. 제주시는 당장 그 기사를 보고 “제목만이라도 수정해달라”고 통사정을 해왔다. 물론 받아들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있을 수 없는 일이어서다. 학생들이 쓴 기사에 대해 토를 단다는 건 상상할 수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이가 제주시의 수장이라는 점은 더더욱 있을 수 없었기 때문에 글을 썼다.

그러나 쓰레기 정책은 날개를 단 듯 날아올랐다. ‘시범’이던 요일별 배출은 ‘공식’이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배출하는 시간이 제한되고, 요일별로 배출하는 품목이 달라졌다. 시민들은 헷갈리기 시작했다. 뭘 어느 요일에 버리는지 까먹기 일쑤였다. 어르신들은 더 답답해했다. 답답하다 못해 새벽에 슬쩍 버리고 오는 일도 생겨버렸다.

1년 여의 고통의 시간은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다가오고 있다. 1주일만 지나면 갑갑했던 숨통이 조금은 트이게 된다. 집안에 마구 쌓아두던 쓰레기는 차츰 사라질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제도를 만드는 건 시행오차가 따르게 마련이다. 그러나 폐기할 걸 뻔히 내다보이는 제도나 정책은 만들 이유가 없다. 요일별 배출을 시도하다가 원위치를 한 지자체는 숱하다. 왜 그들은 정책을 시행했다고 원위치를 했을까. 답을 하자면 요일별 배출은 의미가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제주도도 진작 그걸 알았어야 하는데 왜 쓰레기 요일별 배출제를 강행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

그나저나 고경실 시장은 왜 그다지도 요일별 배출에 의미를 둘까. 더불어민주당 도지사선거 김우남 예비후보가 요일별 배출을 없애겠다고 공약을 하자, 고경실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곧바로 반박하며 요일별 배출을 밀고 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며칠 사이에 고경실 시장의 발언은 헛구호가 됐다. 어제 원희룡 지사의 한마디에 고경실 시장은 할 말을 잃게 됐다.

할 말을 잃은 사람들은 고경실 시장 뿐이겠나. 사실은 시민들이 할 말을 잃었다. 어이없어서 그렇다. 곧 사라질 제도를 시행하는 걸 하지 말라고 외쳤음에도 강행되는 걸 봐왔고, 혈세낭비를 지켜봤으니 얼마나 할 말이 없겠는가.

1년 넘게 이상한 제도를 시행해 온 당사자들은 어떤 벌을 받아야 할까. 1년 넘게 시민들은 수없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그걸 감내하는 사이에 행정은 수십, 수백억원의 돈을 요일별 배출에 쏟아부었다. 지킴이를 만들어 감시를 하면서 돈을 뿌리고 다닌 행정이다. 그 돈이었으면 재활용을 더 알차게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그 뿐인가. 전단지도 만드느라 고생을 했는데, 이젠 그것도 무용지물이 됐다. 우리들의 혈세는 허공에 뿌려졌다. 그 혈세를 마구 써버린 사람에겐 어떤 벌을 줘야 하나. 원희룡 지사가 답을 해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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