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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특별자치도, 4개 시‧군 폐지 볼모로 실험무대 역할만(?)
제주특별자치도, 4개 시‧군 폐지 볼모로 실험무대 역할만(?)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03.23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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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특별지방정부’ 배제, 혼돈에 빠진 제주 정치권
대통령 개헌안 발표에 도내 각 정당, 후보간 ‘네 탓’ 공방만
지난 1월 30일 제주근로자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도민 대토론회’ 모습. ⓒ 미디어제주
지난 1월 30일 제주근로자종합복지관 대강당에서 열린 ‘제주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를 위한 도민 대토론회’ 모습.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발표 이후 제주 지역 정치권이 대혼란에 빠졌다.

국민헌법자문특위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고한 복수의 자문안 중 ‘자치권의 범위를 달리하는 특별지방정부’를 헌법에 명시하는 방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결과를 두고 각 정당과 후보들간 서로 ‘네 탓’ 공방만 벌이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원희룡 지사는 지난 21일 대통령의 개헌안 내용 중 ‘특별지방정부’가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자마자 안동우 정무부지사가 대신 발표한 긴급 성명을 통해 “제주도민의 열망과 시도지사협의회 및 지방분권 전문가들의 의견을 저버렸다”면서 깊은 유감의 입장을 표명했다.

‘특별지방정부’의 헌법적 근거가 없이는 전국 통일성과 지역 형평성이라는 정부부처의 논리에 막혀 명실상부한 특별자치가 실현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제주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가 특별자치도 출범에 앞서 정부가 악속한 사항이며 제주도민의 오랜 숙원 사항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실제로 제주도는 특별자치도 출범 직후부터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공론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왔다.

중앙 정부로부터 각종 권한과 제도를 이양받아 조례로 운영방안을 만들더라도 개별 법령의 범위 안에서만 조례 제정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법적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었고, 제도개선이나 규제 완화를 추진할 때마다 지역 형평성 논리에 막혀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2008년 6월 당시 김태환 지사가 기자간담회에서 “특별자치도의 지위가 헌법으로 보장돼 있지 않아 추진과정에서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면서 헌법이 개정될 경우에 대비해 헌법적 지위 보장 방안을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물론 문재인 대통령의 개헌안 내용을 보면 헌법 제1조 제3항에 ‘지방분권 국가를 지향한다’는 선언적 내용이 포함돼 있는 데다, 현재 ‘법령의 범위 안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한 것을 ‘법률에 위반되지 않는 범위에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지방세 조례주의’를 도입하는 등 자치입법권과 자치재정권에 대해 기존 헌법에 비해 파격적인 수준의 지방분권 모델을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민사회가 허탈함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주민투표를 통해 종전 4개 시군을 폐지하면서 출범한 특별자치도가 이렇다할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12년 동안 지방분권 모델의 ‘실험무대’ 역할로만 끝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특별자치도 헌법적 지위 확보 방안에 대한 논의 과정에서 제주도가 스스로 정부 형태를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자기 결정권’을 갖고 기초단체를 부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은 공감을 이끌어낸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였다.

그럼에도 개헌안 발표 이후 잇따라 쏟아져나오는 논평과 성명을 보고 있노라면 결국 ‘특별자치도의 헌법적 지위 확보’를 통해 이루고자 했던 목표가 제각각이었다는 걸 각자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굳이 부연하자면, 눈 앞에 닥친 선거에서의 유불리 문제만 따져 아전인수격의 해석으로 쏟아내고 있는 논평들은 스스로 ‘특별지방정부’ 수준의 자치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고백이 아닌가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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