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축소판인 우도를 제발 놔두면 안될까요”
“제주도 축소판인 우도를 제발 놔두면 안될까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3.28 16: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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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우도면 종합발전계획 중간보고서를 보며

우도와는 환경이 다른 섬의 사례 등을 용역 통해 발표
우도에 전혀 적용하지 못할 해저터널 사례 등도 등장
​​​​​​​“우도의 가치에 중점을 두라는 주민들 발언 경청해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뭍과 섬은 다르다. 서로 다르기에 늘 만나려고 하지만 쉽게 만나지 못한다. 그래도 서로 만나려 했다. 뭍에서 섬으로, 혹은 섬에서 뭍으로 향하는 이유는 서로 만나기 위해서다. 만남의 매개체로는 예전엔 배라는 운송수단이 있어서 가능했다. 뭍에서, 혹은 섬에서 떠난 사람들은 낮에는 바람과 조류를 느끼며, 밤에는 별을 보며 자신이 가야할 곳을 찾아 떠났다.

사실 섬은 허락된 자에게만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섬에 있는 사람들은 어딘가로 나서려 한다. 그곳은 뭍이다. 제주에서는 그걸 ‘육지’라고 부른다. 혹시 ‘두독야지’를 아는지 모르겠다. 조선시대에 육지로 나가려 했고, 육지에서 살던 이들을 일컫던 제주도 사람들을 말한다. 그러다 덜컥 출륙금지령이 떨어졌다. 200년간 제주도 사람들은 이동이 자유롭지 못한 환경에 처하기도 했다.

출륙금지령은 제주도 사람을 옥죄는 방식이었으나 거꾸로 생각하면 제주도의 특성을 잘 드러낸 말이기도 하다. 출륙금지령이 되레 제주도라는 섬을 섬답게 만든 요인이기도 했다.

전라남도와 제주도를 잇는 해저터널을 만들자는 얘기가 심심치 않게 나오곤 한다. 제주도 밖에서 나온 얘기들이다. 물론 제주도내 사람들은 시답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이유는 섬에서 육지로 향하는 일상의 자유로움보다는 섬을 지키려는 욕망이 강해서이다.

제주도라는 큰 섬이 아니고 좀 작은 섬으로 옮겨보자. 제주도의 동쪽에 있는 섬, 우도로 향하자.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섬이다. 요즘 이 섬이 시끄럽다. 사람이 많이 와서 시끄럽기보다는 이상한 것들을 마구 집어넣으려고 해서 그렇다. 높이 6m에 달하는 철탑을 세우는 구상이 잡혀 있다. 짚라인이다. 우도 중심에서 바다쪽으로 300m에 달하는 짚라인을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당연히 환경파괴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27일 발표된 우도면 종합발전 계획 중간보고서. 미디어제주
27일 발표된 우도면 종합발전 계획 중간보고서. ⓒ미디어제주

그걸로 끝이 아니다. 어제(27일)는 우도면 종합발전계획 중간보고회가 열렸다. 용역은 재단법인 한국자치경제연구원이 맡았다. 지난해 12월부터 용역은 진행됐다. 용역은 해답을 제시해주지는 못하지만 그럴듯한 밑그림을 그려줘야 한다. 하지만 어제 용역 중간보고회는 전혀 아니었다. 꿈에서나 가능한 해저터널이라는 구상이 어제 보고회 자리에서 발표됐다.

해저터널. 우도에 맞기는 한 걸까. 우도에서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나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리까지 해저터널을 뚫게 되면 3km는 된다.

보고서는 그러면서 다양한 해외사례를 전했다. 그리스 산토리니섬, 일본 나오시마, 대만의 진먼섬 등등이다. 다들 특성이 있다. 나오시마는 안도 다다오라는 세계적인 건축가를 필두로 섬 자체를 예술의 섬으로 바뀌어놓았다. 중국 본토와 바짝 붙어 있는 진먼섬은 ‘전쟁’을 무기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 섬에 해저터널이 있는가. 그건 아니다. 왜 우도 종합발전 계획을 설명하면서 이들 섬을 끼워넣었는지는 모르겠다.

해저터널은 어쩔 수 없는 경우에 선택을 한다. 대부분은 이동의 불편 때문이다. 그러지 않고 단순히 관광객들의 불편을 고려해서 터널을 만든다는 구상을 한다면 그 순간 섬은 깨지고 만다. 섬은 섬이어야 하는데, 터널을 만드는 순간 섬이 지닌 매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용역보고서는 해저터널을 소개하며 다른 지역의 해저터널도 소개하고 있다. 국내 해저터널로는 경남 통영에 있는 충무터널, 마산만 해저터널, 가덕터널을 소개하고 있다. 해외 해저터널로는 일본 간몬 해저터널, 영국과 프랑스를 잇는 채널터널 등이 보고서에 나왔다. 문제는 우도에 적용될 터널이 없다. 어제 용역진은 우도 해저터널은 걸어서 다닐 수 있게 한다고 했다. 자칭 ‘해저터널 올레길’이라는 구상이다.

충무터널은 걸어서 지날 수 있다. 483m다. 마산만 해저터널은 걸을 수 없다. 1353m에 달하는 NLG 이동 터널이다. 가덕터널은 더더욱 걸을 수 없다. 3700m에 달한다. 해외 터널도 마찬가지다. 걸어서 해저밑을 통과한다는 건 정말 상상이다. 그것도 3km를 올레길로 생각하고 걷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지기보다는 덜컥 겁이 난다.

어제 보고회에 참석한 주민들은 오히려 우도의 가치에 중점을 두라고 요구했다. 뭔가 다른 시설물을 만들어놓는 게 중요한 건 아니다. 해저터널 구상은 이뤄질 사안도 아니지만, 만일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바다밑을 3km를 걸어서 본섬에서 우도로 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오히려 차량 위주의 해저터널이 될 우려가 있다. 그러면 섬은 망가진다.

우도는 제주도의 축소판이다. 제주도에서 일어나는 각종 개발행위가 우도에서도 이뤄진다. 개발로 인한 이득은 전체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자본을 가진 소수만을 위한 잔치에 그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다시 대규모 개발이 진행된다면 우도에서의 이득은 누구에게 갈까. 뻔하지 않은가. 제주도의 축소판인 우도는 자연과 문화가 살아있는 섬이다. 용역은 그런 걸 담아야 하는데,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용역 최종 보고회는 4월 6일 우도에서 열린다고 한다. 어제 보고회처럼 똑같은 말만 되풀이할지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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