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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선관위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봐주나’
제주 선관위 누구는 ‘봐주고’ 누구는 ‘안 봐주나’
  • 이정민 기자
  • 승인 2018.05.18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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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窓] 道-市 선거법 위반 관련 예비후보 정보 공개 이중 잣대를 보며

[미디어제주 이정민 기자] 6‧13 지방선거와 관련 제주 선거관리위원회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고발 조치 내용 공개 범위를 두고 ‘이중 잣대’를 적용하는 모양새다.

선거일을 얼마 남겨놓지 않은 와중에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와 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검찰 고발과 관련한 예비후보자의 신상 공개 범위를 달리해 ‘특정 예비후보자를 가려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오해마저 낳을 정도다.

제주도선관위는 지난 17일 모 예비후보자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동창회원들을 참석하게 하고 개소식이 끝난 후 인근 식당에서 참석한 회원 등에게 식사와 주류를 제공한 혐의로 모 학교 동창회장 A씨와 회원 B씨를 제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제주도선관위는 그러나 해당 예비후보자가 제주도지사 선거 예비후보자인지, 제주도교육감 선거 예비후보자인지, 제주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인지, 제주도교육의원 선거 예비후보자인지를 밝히지 않았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7일 내놓은 보도자료. © 미디어제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7일 내놓은 보도자료. © 미디어제주

문의를 해도 보도자료에 적시된 내용 이외에는 말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 해당 예비후보가 특정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보다 사흘 전에 제공한 보도자료는 이와 달랐다.

제주시선관위는 지난 14일 마을 행사에 금전을 제공한 제주특별자치도의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 A씨를 제주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고 밝혔다.

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라고 신분을 특정한 것이다. 여기에 친절하게도 ‘ㅇㅇㅇ 선거구’라고 명기했다.

지난 17일 고발 건은 “특정될 수 있다” 어떤 선거 예비후보인지도 비공개

지난 14일 고발 건은 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선거구 글자 수까지 적시해

도내 도의원 선거구 중 세 글자인 곳은 그리 많지 않고, 지역을 제주시선관위 관할인 제주시로 하면 범위가 더 줄어든다.

제주시선관위 보도자료 역시 제주도선관위가 최종 검토한 것이어서 결국 지난 14일 고발한 예비후보는 도의원 선거 예비후보자이고 ‘ㅇㅇㅇ선거구’까지 밝히도록 한 것이고 17일 고발한 사건은 예비후보자가 누구인지를 ‘가려 놓은’셈이다.

제주도선관위는 보도자료 제공과 언론대응을 공보사무편람을 기준으로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하지만 공보사무편람에는 신분과 선거종류 등을 어디까지, 그리고 혐의 내용을 어디까지 공개해야 하는 지는 적시되지 않았다.

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검토를 거쳐 지난 14일 내놓은 보도자료. © 미디어제주
제주시선거관리위원회가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검토를 거쳐 지난 14일 내놓은 보도자료. © 미디어제주

고발 사건의 경우 원칙적으로 보도자료를 제공하고 유죄를 속단하게 할 단정적 표현이나 추측 또는 예단을 일으킬 우려가 있는 표현은 사용하지 않으며 공보 과정에서 사건관계인의 명예와 인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 기본 원칙으로 되어 있다.

사건관계인의 인적사항은 익명으로 표기하며 특정하거나 유추할 수 있는 표현을 함께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적혀있을 뿐이다.

제주도선관위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 18일 통화에서 지난 17일 고발 시 예비후보 정보가 전혀 언급되지 않은 것에 대해 “조사 부서 요청 및 협의해서 결정한 부분이다. (선거 공개 시) 예비후보가 특정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며 “특정되면 안 된다.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인데 그 예비후보에게 불이익이 가지 않도록 하는 사전적 조치 같다”고 말했다.

사전적 조치에 대해서는 “조사부서에서 그 부분(어떤 선거인지)을 공개하지 말도록 우리에게 요청한 부분이다. 조사개요와 위반 내용을 홍보부서로 보내 보도자료를 내도록 요청하면 공개 범위 등을 협의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14일 고발 건은 왜 도의원 선거 예비후보를 명시했는가’라는 질문에 “제주시선관위 판단이 선거명을 공개해도 그 사람을 특정할 수 없다는 것으로, 제주도선관위는 해당 보도자료를 검토했다”며 “해당 지역 예비후보자의 선거명을 특정해도 후보자가 개최한 행사가 아니고 마을에서 개최한 것이어서 덜 특정화될 여지가 있었다”고 답변했다.

선관위 공보사무편람 기본으로 부서 협의 한다지만 결국 ‘자의적 해석’ 기준

고발해 놓고 ‘예비후보 걱정’은 모순…차라리 밝히는 게 유권자 선택에 도움

선관위가 볼 때 “여긴 해도 되고, 여긴 하면 안 될 것 같다”라는 자의적 해석이 들어갔다는 의미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선관위는 선거 때마다 소중한 참정권 행사를 독려하고 규정된 행위 외의 것들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강력히 단속하며 공정‧공명선거를 강조한다.

이번 선거는 앞으로 4년 동안 제주를 책임지는 이들을 택하는 중요한 사안이다.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 미디어제주
제주도선거관리위원회. © 미디어제주

누가 어떤 행위를 했고 어떻게 연관이 되어 있는지를 투표 이전에 알고 있어야 보다 더 제대로된 사람을 택할 수 있다.

선관위는 위반 사항을 적발해 검찰에 고발까지 해 놓고도 관련된 해당 예비후보가 알려지면 불이익을 받게 되지 않을까 걱정한다.

그러면서 왜 검찰에 고발하고 보도자료까지 내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단순히 공보사무편람에 있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선거에 나서는 사람은 그에 따른 책임을 질 줄 알아야 하고, 잘 못이 있으면 즉각 유권자들에게 숨김없이 공개 및 사과해야 하는 ‘공인’이다.

금권선거, 관권선거 등 각종 불법선거를 색출해 근절해야 하는 것이 선관위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런 측면에서 선관위의 대외 대응은 아쉽기만 하다.

선관위 관계자는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우리의 조치사항을 알릴 필요성이 있다. 보도자료를 제공하면서 구체적인 사항을 공개하지 않는 부분에 대한 모순점이 있긴 하다”는 말도 했다.

차라리 불법선거와 관련된 일이 적발되면 관계된 예비후보자가 누군지 밝히는 게 더욱 경각심을 일깨우고 강력한 대응이 될 것이다.

제3자에 의한 행위로 인해 애꿎은 예비후보자가 피해를 본다면 어떻게 할까.

자신의 주변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는 사람은 선거에 나서서는 안 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리’ 욕심을 낸다면 ‘피해를 보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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