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0:03 (금)
"도민 혈세 100억원 사용한다는데, 우리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도민 혈세 100억원 사용한다는데, 우리는 왜 이제야 알았을까?"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05.18 17:2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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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제주문화예술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 (가)한짓골아트플랫폼 조성 계획을 바라보며 (2)
제주문화예술재단 박경훈 이사장이 주민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제주문화예술재단 박경훈 이사장이 주민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재)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문예재단.)이 삼도2동 메가박스 건물로 익히 알려진 ‘재밋섬’ 건물 매입을 향해 본격 시동을 걸었다.

지난 15일 문예재단은 주민과 문화예술인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었다. 그로부터 이틀 뒤, 문예재단은 임시이사회를 열어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는 방향으로 만장일치 의결을 완료했다.

이로써 100억원의 혈세가 투입된 ‘재밋섬 건물 매입’ 프로젝트는 도의 승인절차만이 남게 됐다. 도의 승인이 떨어지면 재밋섬 건물은 문예재단 소유가 될 것이다.

 

 

과연, 문예재단은 공론화 절차와 과정에 최선을 다했는가

16일, 기자는 미디어窓을 통해 “속전속결 추진, 100억원 육성기금을 이렇게 써도 되나?”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기사를 통해 이미 언급했지만,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기에 이번에 한번 더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혈세(血稅)란 ‘피와 같은 세금’이란 의미를 지니는 단어로, 그야말로 시민들의 피와 땀이 담긴 귀중한 세금이다.

혈세라는 말이 미디어를 통해 자주 노출된 탓인지 그 소중함의 의미가 다소 퇴색된 것은 아닐까 우려가 들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혈세’로 모인 기금이라면 그 어느 누가 독단적으로 쉬이 사용할 돈은 아니라는 말이다.

공기업인 문예재단은 매년 도에서 지급되는 출연금으로 사업을 운영한다. 도에서 지급하는 출연금의 기원은 도민이 낸 세금이다. 엄밀히 따지면 문예재단은 도민의 세금으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문예재단의 사업은 재단을 위함이 아니라 도민과 문화예술인을 위해야 한다. 이는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다. 무려 100억원이라는 재단 육성기금을 본래 목적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겠다는데 충분한 공론화 과정 없이 단 한 차례의 설명회만으로 추진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

문예재단에 따르면, 재단이 ‘300억원 육성기금 조성’이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은 “은행 이자율이 낮아지고, 금융 환경이 달라졌기 때문에 기금의 누출 없이 자산가치를 제고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그래, 여기까진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은행 이자율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고, 상승할 기미는 안 보이고, 이자만으로 기금 운용을 한다는 것은 무리한 일이다.

하지만 은행 이자율이 낮아진 지는 이미 오래다. 170억원의 육성기금 중 그 절반을 훌쩍 넘는 100억원을 다른 목적으로 운용하겠다고 밝히기 전, 여러 방안을 모색해볼 수는 없었을까? 그것이 힘들다면 적어도 도지사 보고 전, 공론화 과정을 통해 도민과 주민, 문화예술인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는 없었을까?

문예재단이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기 위한 협의과정은 아래와 같았다.

2017.09.20. 제주도의회 문화관광스포츠위원회 김동욱 의원실과 공동으로 ‘제주문화 예술육성기금 합리적 운용방앙 모색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개최

2018.02.01. 제1차 위원회 : 현 문예재단 건물 매각 및 기본재산 활용한 건물 매입 후 리뉴얼 제안

2018.02.26. 제2차 위원회 : 원도심 기존 건물을 매입해 문화예술 플랫폼 공간 조성키로 의결

2018.03.14. 도지사 보고 (재밋섬 건물 매입 후 문화예술 플랫폼 공간 조성 계획)

2018.03.20. 이사회 보고

2018.04 매입대상건물(재밋섬) 감정평가 시행, 4월 평가 완료. 감정평가 평균가액 11,044,000,000원

2018.05.10. 이사 간담회

2018.05.15. 문화예술계 및 주민 설명회

2018.05.17. 임시 이사회 통해 재밋섬 건물 매입, 만장일치로 의결

문예재단의 재밋섬 건물 매입을 위한 지금까지의 행보를 보면, 어딘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바로 도지사 보고와 이사회 보고, 이사 간담회 이후 주민 설명회가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상식적으로 주민 설명회는 어떠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전에 실시한다. 주민의 의견을 듣고 사업 추진여부를 결정하고, 추진방향을 검토, 결정하기 위함이다. 이것이 주민설명회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토록 중요한 주민설명회가 왜 사업 추진의 가장 마지막에, 그것도 평범한 시민이라면 참여하기 어려운 평일 대낮에 열린 걸까.

문예재단이 재밋섬 건물 매입과 함께 추진하는 (가)한짓골제주아트플랫폼 조성의 목적은 △공공 공연연습공간 부재에 따른 공연예술 육성 △문화예술활동 거점이 되는 ‘아트 플랫폼’ 형성 △재단 육성기금의 합리적 운용 필요성 대두 △원도심 도시재생 및 주변 상권 활성화에 기여 등이다.

문예재단이 주장하는 위 내용이 현실화되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면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한 도민으로서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뚜렷한 공론화 과정 없이 속전속결 추진되는 양상을 보며, 걱정스러운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단지 기자만의 기우이길 바라며, 문예재단의 다음 행보를 지켜보아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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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소 2018-05-18 17:39:56
옳소

문제가 매우 심각 2018-05-18 19:11:08
작년 9월 부터 재밋섬 건물 매입하기 위한 절차를 도의회에서 밟으면서 도민들은 전혀 몰랐네요. 재밋섬 건물 소유주와 제주문예재단 사이에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 알아야 할 차례입니다. 도민의 알 권리를 위해 김은애 기자님께 계속 심층보도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