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토피아와 타미우스만 있는 선거판이 즐거운가요”
“비오토피아와 타미우스만 있는 선거판이 즐거운가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8.05.28 10:5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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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폭로전에만 혈안된 제주도 선거판을 보며
개발 신음 앓고 있는 제주에 대한 정책은 가려진 상태
​​​​​​​조선시대 도민을 위해 죽음 택한 김정 목사 그리울 뿐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세상에 이런 선거판이 있나. 지금 제주도가 그렇다. 다들 남을 죽여야 하는 절체절명의 상황이라고 판단했는지, 도민은 안중에도 없다. 무조건 상대를 죽이고 보자는 게 지금의 선거판이다. 50평생 이런 선거판은 처음 본다.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투표를 거른 일은 없다. 첫 투표는 군 생활을 하면서였다. 1987년 대통령 선거 때였다. 이후 선거 당일은 표를 버리지 않고, 반드시 표를 행사했다. 올해 6월 13일에 치러지는 선거 당일에도 발걸음은 투표소를 향하게 된다. 하지만 지금 제주도를 바라보면 올바른 선택이 힘들다.

선거는 이기기 위한 싸움임은 분명하다. 지기 위해 나오는 사람도 없다. 당연히 자신이 될 것으로 느끼기에 선거판에 뛰어든다.

이기고자 하는 그 욕망. 동물이면 다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은 동물과 다른 욕망을 지녔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논리적인 판단이 가능하다. 그게 바로 이성(理性)이다. 욕망이 이성을 이기는 순간 인간은 동물과 다를 게 없어진다.

선거판은 이기려는 욕망으로 가득한 하나의 ‘섬’이다. 그런데 그 섬에서 이성이 뭉개지는 순간 탐욕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만다. 후보자들이 그렇고, 후보자를 지지하는 자들도 그렇다. 그들의 순간순간을 보도하는 언론도 마찬가지이다. 다들 사생결단이다.

누구를 죽이고 보자는 선거판. 때문에 현재 제주도의 선거판은 비오토피아와 타미우스만 남았다. 아무나 갈 수 없는 비오토피아의 특별회원이라는 폭로, 타미우스골프장의 명예회원이라는 폭로. 서로 못난이 게임을 하고 있다.

유권자 입장에서 후보가 어떤 인물인지를 들여다보는 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후보자의 도덕성만큼은 지킬 것을 요구한다. “난 이처럼 깨끗하게 살았소”라고 말하는 후보자가 됐으면 좋으련만, 이번 선거판은 “너는 나보다 못났어”라는 헐뜯기만 남은 느낌이다.

선거판의 섬에 사는 이들은 너무나 이중적이다.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만 떠들지 실상은 남을 헐뜯을 일만 찾고 있다. 마치 떼거지로 돌아다니며 음식을 탐하는 하이에나와 다를 바 없다. 다음엔 어떤 폭로가 나올지 궁금하다. 그런데 비오토피아와 타미우스로 대변되는 폭로에 젖다보니, 후보자의 정책은 뭔지도 모르겠다. 6월 13일 당일까지도 정책은 없고, 폭로만 이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제주도는 개발에 따른 부작용을 호소하는 섬이다. 쓰레기 문제는 적잖고, 부동산은 오를데로 올랐다. 제주도는 겉보기는 화려하지만 정작 도민들의 삶은 갈수록 피폐해지고 있다. 선거판이라는 섬에 갇혀 사는 이들은 이런 걸 아는지 모르겠다. 상대편을 향해 고소고발만 난무하고 있다. 현 상황은 사생결단이라는 표현 이외에 적당한 단어를 찾기 힘들 정도이다.

사생결단의 전장에서 이기게 되면 뭐가 남을까. 당연히 전장에서 ‘사즉생’의 자세로 싸웠던 이들에게 보은을 해줄 수밖에 없다. 사실은 그게 더 걱정이다. 투철한 폭로의 자세로 임하며 후보자를 지켰던 이들, 호위무사가 된 언론들. 어찌 보상을 해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조용한 화북포구. 조선 영조 때 제주목사로 부임한 김정 목사는 자신이 직접 화북포구 축항 때 돌을 지어 나르기도 했다고 한다. 제주목사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기에 앞서 운명을 달리하자 화북 아낙네들이 머리카락으로 운구할 끈을 직접 만들어 옮겼다고도 한다.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도민을 우선 생각하는 그런 도지사를 선택해야 하지만 현재 선거판은 폭로전 양상만 띠고 있다. 미디어제주
조용한 화북포구. 조선 영조 때 제주목사로 부임한 김정 목사는 자신이 직접 화북포구 축항 때 돌을 지어 나르기도 했다고 한다. 제주목사 임무를 끝내고 돌아가기에 앞서 운명을 달리하자 화북 아낙네들이 머리카락으로 운구할 끈을 직접 만들어 옮겼다고도 한다. 6월 13일 지방선거에서 도민을 우선 생각하는 그런 도지사를 선택해야 하지만 현재 선거판은 폭로전 양상만 띠고 있다. ⓒ미디어제주

얼마전 사단법인 제주관광진흥회 부설연구소인 ‘성안연구소’가 조선시대 제주목사 가운데 다섯 명을 선정하는 ‘오목(五牧)을 찾아라’는 행사를 진행했다. 다섯 명의 목사로 뽑인 이들 가운데 1순위는 김정 목사였다. 조선 영조 때 제주목사로 부임한 그는 화북포구 축항공사를 진두지휘하며 스스로 돌을 나르며 일을 수행했다. 재임 2년 5개월의 소임을 마치고 화북포를 떠나기에 앞서 죽게 되자 화북의 아낙네들이 머리카락으로 운구를 운반했다고도 한다. 우리가 원하는 도지사는 최소한 이런 인물이어야 한다. 상대 후보를 향해 ‘사즉생’의 자세로 나오는 게 아니라, 도민을 위해 죽도록 일하는 그런 인물을 원한다. “내일은 뭘 폭로할까”에 대한 고민보다는 “내일은 어떤 정책으로 도민을 품에 안을까”라는 그런 고민을 해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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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창 2018-05-28 15:27:06
공감합니다! 제주도의 실정도 흐려지고 후보들의 미래비전도 흐릿하게 보여질뿐입니다!

속히 성숙한 비전제시를 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