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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문예재단 한짓골사업 건물매입, 본질을 보라"
"제주문예재단 한짓골사업 건물매입, 본질을 보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8.10.23 17:03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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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본질, “비상식적인 계약, 행정은 왜 강행하나
-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오랫동안 준비했다는데, 문제는 왜 자꾸 발견될까?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문제의 본질, "비상식적인 계약, 행정은 왜 강행하나"

제주문화예술재단(이하 재단)이 진행하는 한짓골 아트플랫폼 조성사업과 관련, 재밋섬 건물을 매입하는 것에 대한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지금이다.

10월 22일 있었던 행정사무감사에서도 문화관광체육위원회 의원들의 지적이 끊이질 않았고, 혈세 173억원이 투입되는 사업 진행 과정에서 드러난 행정의 부실함은 도민 사회에서 뭇매를 맞고 있다.

지금, 의회와 언론에서는 ‘재밋섬 건물에 대한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쟁점으로 둔다.

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재단은 도대체 왜, 도민 정서에 반하는 비상식적인 계약을 맺은 것인가. 그리고 제주도정은 왜 이를 감싸고 묵인하는 태도를 보이는 것인가."

이것이 이 사건의 본질이다.

‘왜’라는 질문으로 기자는 취재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취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드러나는 문제점을 보며 의문점은 점점 커졌다.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사업에 의혹이 제기된다면, 행정은 이를 해소시킬 의무가 있다. 

하지만 제주도와 재단은 사업을 강행하고자 한다.

지금은 한발 물러서 '도 감사위원회 결과를 따르겠다'는 입장이지만, 자칫 '제 식구 감싸기' 식의 감사 결과가 나오진 않을까 우려되는 현실이다.

 

"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 그때그때 달라요~"

신탁된 부동산의 소유권을 누가 가지느냐에 대한 것은 신탁원부의 내용, 거래 당사자 간의 상황, 거래 의도, 변호사의 해석 등에 따라 갈린다.

등기부등본상 소유권을 가진 것은 은행일지라도 위탁자가 소유권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말이다. 아래 예시를 보면 이해가 쉽겠다.

▶위탁자가 나쁜 의도로 신탁 부동산을 제3자에게 임의로 처분할 경우, 상황에 따라 수탁자(은행)는 소유권을 행사할 수 있다.

▶수탁자(은행)가 임의로 제3자에게 신탁 부동산을 처분할 경우, 상황에 따라 위탁자는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위탁자의 건물 가치가 떨어지고, 이로써 수탁자(은행)이 채권을 보장받기 힘들게 된다면? 상황에 따라 수탁자(은행)는 소유권을 행사해 건물을 임의 처분할 수 있다.

▶위탁자가 제3자에게 부동산을 처분했는데도, 대출금을 수탁자(은행)에게 갚지 않는다면? 상황에따라 수탁자(은행)은 소유권을 근거로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다.

많은 문헌에서는 “신탁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소유권의 분화(division)와 형평(equity)”이라고 정의한다. 수탁자(은행)는 위탁자에게 돈을 빌려주고, 부동산 소유권을 넘겨받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부동산을 수탁자(은행) 마음대로 처분할 권리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것이 바로 소유권의 분화와 형평의 기본이다.

재밋섬 건물 소유권 논란이 일어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보는 이의 시각과 해석, 혹은 상황에 따라 어느 한 쪽의 소유권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준비했다는데, 문제는 왜 자꾸 발견될까?"

기사 서두에서 언급했듯 이번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단이 상식에서 어긋난 계약’을 '서둘러' 했다는 점이다. 계약 과정 곳곳에서는 이상한 정황들이 발견된다.

<문제 1>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래에서 계약금은 부동산 매매가의 10%, 계약해지위약금은 계약금의 2배로 산정한다. 하지만 재밋섬 건물에 대한 계약금은 1원, 계약해지위약금은 20억원이다.

<문제 2>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4조에는 ‘매도인은 계약체결 당시 위 부동산과 관련하여 근저당권 등 일체의 제한물권은 물론 이를 담보로 한 채무가 존재하지 않음을 확인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그리고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재밋섬 건물에는 채무가 존재한다. 재밋섬 건물은 신탁된 건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계약서상 문제점이 발견됐으니 계약을 파기할 수 있는걸까?

정답은 '아니오'다. 계약서보다 우선적으로 권리를 갖는 특약사항 4번에 “계약 체결 후 이 부동산과 관련된 채무가 발견되는 경우 매도인과 대표이사가 연대하여 이를 부담해야 하며, 이는 본 계약 제6조의 계약해제 및 손해배상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라고 명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재밋섬파크와 재단은 계약체결 당시 재밋섬 건물이 신탁된 건물이고, 채무가 있는 건물임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도 계약서상에 ‘건물에 채무가 없다. 그런데 만약 채무가 존재한다고 밝혀지면 손해배상 청구는 불가능하다’라는 내용의 조항을 넣은 이유는 뭘까.

그냥 솔직하게 "이 건물은 신탁된 건물이지만, 중도금을 받는 즉시 은행에 대출금을 상환, 신탁해지하겠다"라고 기재하는 편이 훨씬 투명하지 않았을까.

<문제 3> 부동산 매매계약서 제7조에는 ‘매도인은 2차 중도금을 수령함과 동시에 위 부동산에 대해 소유권이전 청구권 보전을 위한 가등기를 매수인에게 신청해 주기로 하며, 이와 관련된 비용은 균분하여 부담하기로 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가등기’란 이중계약 등의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소유권에 대한 순위를 보전하는 등기다. 소유권 이전이 예정되어 있다는 것을 표시한 행위라는 뜻이다.

가등기 설정은 소유권을 가진 자만이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재밋섬 건물은 신탁된 부동산이다. 현재로서는 ㈜재밋섬파크가 재단에 가등기 설정을 해줄 방법이 없다. ㈜재밋섬파크가 은행 측에 빌린 돈을 다 갚고, 신탁을 해제해야만 가등기 설정이 가능하다.

만약 재밋섬파크 측에 사정이 생겨 채무 상환이 늦어진다면? 재단은 가등기 설정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재밋섬파크 측에서 의도적으로 채무 상환을 늦게 할 이유는 없겠지만 재단은 공공기관이기에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을 철저히 점검했어야 옳다.

따라서 '매매계약서 제7조가 있기에, 재단의 권리가 보장된다'라는 재단 측의 주장은 그다지 설득력이 없다.

이처럼 계약서만 살펴봐도 문제가 보이는 상황이다.

국민의 세금이 있기에 행정이 있고, 공공기관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니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면 말끔하게 해소 후에 일을 진행하는 것이 옳다.

제주도 조상범 국장은 도의회 회의 때 ‘재단-신한은행’ 간 확인서류가 존재한다고 자신 있게 밝힌 바 있다. 기자 역시 제주도청에 찾아가 해당 서류를 요청했으나 재단 측에서 받으라는 답변만 얻었다.

그래서 기자는 재단 측에 서류를 요청했다. 재단이 신탁자(신한은행, 제주은행)와 맺은 계약서, 혹은 확인서 등 관련 문서가 있다면 공개해달라고 말이다.

재단 측은 아래 문서를 보내왔다.

'신한은행-재단' 사이 작성된 신탁 부동산 소유권 관련 서류를 요청하자 재단 측이 위 서류를 보내왔다. 이 서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서류로, 신탁원부에도 나와있는 내용이다. 

이 문서는 ‘돈을 갚으면 부동산 신탁을 해지해준다’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리고 이 문서는 지금의 사태에 아무런 답이 되지 않는다.

기자에게 왜 이 서류를 전달했는지 모를 정도로 의미 없는 서류다.

돈을 갚으면 부동산 신탁이 해지됨은 당연한 사실이다. 신탁원부에도 명시된 내용이라 따로 확인서를 받을 필요도 없다.

조상범 국장이 ‘있다’고 말했던 서류가 아니기에, 재단 측에 다시 문의를 했다.

재단 관계자는 기자가 요청한 서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재단 측이 받은 서류는 이것이 전부라고 말이다. 결국 재단은 신탁된 부동산을 위탁자와 거래하면서도 수탁자(은행)에 제대로 된 확인서류조차 발급받지 않았음을 시인했다.

만약 재단이 ㈜재밋섬파크와 거래하기 전, 신한은행 측에 소유권 관련 확인서류를 발급받았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혹은 재단-재밋섬파크-은행 3자간 거래가 이뤄졌다면 ‘위험한 계약’이라는 의혹을 사지 않았을 것이다.

재단은 말했다. 계약을 오랫동안 준비해왔고, 이를 위해 변호사 자문도 구했다고.

그토록 열심히 준비한 사업인데, 끊임없이 각종 의혹이 난무하는 까닭은 어디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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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애 2018-10-23 17:47:15
직접 은행에 물어봐서 취재하세요
원래없는서류라는데 답변되지않느단 말
말고
기자가 직접취재하면 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