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03 (금)
영리병원 ‘불허’ 권고안 존중하겠다던 발언 뒤집은 원희룡
영리병원 ‘불허’ 권고안 존중하겠다던 발언 뒤집은 원희룡
  • 홍석준 기자
  • 승인 2018.12.05 15: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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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허가 발표 … ‘외국인 의료관광객’으로 한정
반대 단체 즉각 반발 … 원 지사 퇴진·공론조사 비용 구상권 청구키로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결국 공론조사위원회의 영리병원 ‘불허’ 권고안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던 자신의 발언을 스스로 뒤집었다.

원희룡 지사는 5일 오후 2시 제주도청 기자실에서 직접 브리핑을 갖고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허가’ 입장을 밝혔다. 지난 10월 공론조사위에서 불허 권고안이 나온지 두달여만에 공론조사위 권고안과 반대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원 지사는 이에 대해 공론조사위 권고안이 구속력을 갖지는 않는다면서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론이라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내국인 진료는 금지하고 제주를 방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진료대상으로 한다는 게 제주도가 내건 개설허가 조건이다.

이같은 조건을 녹지국제병원측이 수용했는지 묻는 질문에 도 관계자는 “애초 녹지국제병원측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도 제시된 조건이고 보건복지부도 같은 조건으로 병원 설립을 승인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원희룡 지사가 5일 오후 2시 도청 기자실에서 직접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발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원희룡 지사가 5일 오후 2시 도청 기자실에서 직접 녹지국제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 발표를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원 지사는 진료 과목이 성형외과와 피부과, 내과, 가정의학과 등 4개 과로 한정됐고 국민건강보험법과 의료급여법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건강보험 등 국내 공공의료체계에는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향후 녹지국제병원 운영 상황을 철저하게 관리, 감독해 조건부 개설허가의 취지와 목적에 위반될 경우 허가 취소 등 강력한 처분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 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 결정을 전부 수용하지 못해 죄송하다”면서 “제주의 미래를 위해 고심 끝에 내린 불가피한 선택임을 고려해 도민들의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숙의형 공론조사위가 ‘불허’ 권고를 내린 취지를 적극 헤아려 의료 공공성 약화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최종적으로 조건부 개설 허가를 한 이유에 대해서도 그는 “국가적 과제인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고 감소세로 돌아선 관광산업의 재도약, 그리고 건전한 외국투자자본 보호를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 외국의료기관과 관련해 우려가 제기돼온 공공의료체계의 근간을 최대한 유지하고 보존하기 위한 방안을 심사숙고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투자된 중국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로 한중 외교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는 점 외에 외국 자본에 대한 행정신뢰도 추락으로 인한 국가신인도 저하 우려, 사업자 손실에 따른 민사소송 등 거액의 손해배상 문제, 이미 병원에 채용된 직원들의 고용 문제 등을 감안했다는 점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녹지국제병원을 비영리 병원 등을 활용하라는 공론조사위 제안에 대해서도 “직접 현장을 방문해 VIP 병실부터 지하 기계설비실까지 꼼꼼하게 돌아본 결과 최고급 병실 등이 갖춰진 현재의 시설은 프리미엄 외국인 의료관광객을 위한 의료·휴양시설 외에는 활용이 불가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밝혔다.

국내 제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돼온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 허가 발표가 나온 데 대해 영리병원 반대를 주도해온 시민단체들이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국내 제1호 영리병원으로 추진돼온 녹지국제병원에 대한 조건부 개설 허가 발표가 나온 데 대해 영리병원 반대를 주도해온 시민단체들이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미디어제주

원 지사가 조건부 개설허가 방침을 발표하는 시간에 도청 앞에서는 영리병원 반대 시민단체들의 거센 항의가 이어지면서 도청 진입을 가로막는 공무원, 경찰과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이들은 원 지사의 기자회견 직후 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부터 즉각 원희룡 지사에 대한 퇴진운동에 돌입할 것임을 선언했다.

또 제주특별법상 영리병원 관련 조항 삭제 투쟁을 벌이는 한편, 영리병원 개원에 따른 문제에 대한 대응과 함께 녹지국제병원 공론조사에 쓰인 3억4000만원에 대해 원 지사에 구상권을 청구하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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