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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에 사람은 몰리지만 외면받는 ‘갤러리’
원도심에 사람은 몰리지만 외면받는 ‘갤러리’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02.19 16: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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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생각이 중요하다] <10> 텅 빈 산지천갤러리

의욕적 출발에도 불구 콘텐츠 제대로 활용 못해
혈세는 투입됐으나 ‘공공건축’에 대한 인식 부족
그럼에도 또다시 세금 투입해 ‘재밋섬’ 매입 시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의욕은 좋았다. 2017년 12월까지는. 그때 산지천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열정은 대단했다. 산지천갤러리를 사진 전문 갤러리로 만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실제 그 구상은 현실이 됐다. 제주출신 다큐멘터리 작가 김수남의 사진전을 여는 그런 공간이었다.

문제는 그걸로 끝이었다. 산지천갤러리라는 이름은 그 순간 반짝하더니 세상 어디에서도 쉽게 들을 수 없게 됐다. 산지천갤러리를 지원해줄 주변 자원은 풍부한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 사람들이 많이 찾는 동문시장이 곁에 있다. 주차할 공간도 많다. 인근 지하에 공영주차장 두 곳이 있다. 게다가 제주시 원도심이라는 끌릴 수밖에 없는 요인이 있다. 더더욱 산지천갤러리는 ‘사진 전문’을 내세운 곳 아니던가.

더 있다. 산지천갤러리는 예전 숙박시설을 활용한 곳이다. 높은 굴뚝이 말해준다. 요즘 도심에서 굴뚝을 볼 수 있는 곳은 흔치 않다. 건물을 싹 밀어버리지 않고,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 태어났다는 점은 눈길을 끌 만한 충분한 요소가 된다.

텅 빈 산지천갤러리. 미디어제주
텅 빈 산지천갤러리. ⓒ미디어제주

이쯤 되면 산지천갤러리는 떠야 한다. 산지천갤러리에 ‘파리가 날린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현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말 그대로였다. 오후 3시. 갤러리를 둘러본 이는 단 2명이다. 기자와 동행한 이를 포함해서이다. 오후 3시쯤이면 갤러리가 노는 시간은 아닐텐데, 사람은 없다. 1층엔 음악동호인으로 보이는 이들 4명이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뿐이다.

산지천갤러리를, 갤러리가 아닌 ‘건축’이라는 틀만 놓고 보더라도 충분히 이야깃거리를 만들 수 있다. 갤러리 내부엔 굴뚝을 오르락내리락하는 강철 디딤 손잡이가 있다. 예전 누군가가 그 디딤 손잡이를 잡고 굴뚝까지 올라갔으리라는 유추가 가능해진다. 어떤 이들은 실제 굴뚝을 현장에서 보고 싶은 욕망도 생기리라. 그런데 그런 욕망은 채우지 못한다. 4층에서 옥상으로 향하는 계단은 단단한 문으로 잠겨 있다. ‘굴뚝’이라는 멋진 포인트를 활용하지 못하는 현장이다. 솔직히 말하면 산지천갤러리 옥상은 탐라문화광장 일대를 조망하는 최고의 포인트이다. 왜 그런 포인트를 썩히는지 알 수 없다.

산지천갤러리 옥상의 굴뚝. 옥상에서 원도심 일대가 훤하게 보인다. 사진은 산지천갤러리가 갓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옥상에 올라가 찍은 장면. 지금은 문이 닫힌 상태여서 볼 수 없다. 미디어제주
산지천갤러리 옥상의 굴뚝. 옥상에서 원도심 일대가 훤하게 보인다. 사진은 산지천갤러리가 갓 오픈하고 얼마 되지 않아 옥상에 올라가 찍은 장면. 지금은 문이 닫힌 상태여서 볼 수 없다. ⓒ미디어제주

단지 작품만 늘어놓으면 사람들이 오겠지라는 생각은 통하지 않는다. 혹시 그 시간에 원도심을 찾는 사람이 없는 건 아닐까. 그 때문에 사람들이 산지천갤러리를 오가지 않는가라고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러진 않았다. 기자가 찾은 그 시간대엔 산지천갤러리와 이웃한 지하 공영주차장은 7면을 빼고는 다 찬 상태였다. 원도심을 찾는 이들은 분명히 있지만 산지천갤러리는 찾지 않는다는 증거가 된다.

산지천갤러리는 제주도의 공유재산이면서, 제주문화예술재단이 관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왜 산치전갤러리는 파리를 날리고 있을까. 이에 대한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 답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제주도의 재산은 사실, 주민의 재산이다. 주민들의 세금으로 만들어진 자산이다. 산지천갤러리가 그렇다. 내가 낸 돈으로 산지천갤러리가 만들어졌다라는 사실을 안다면 확 달라진다. 내가 낸 세금으로 만들어진 갤러리가 운영되지 않고 있다면 가만히 있을 사람이 어디에 있나.

개인이 투자한 건물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적극 홍보를 하든가, 아니면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든가, 아니면 요즘 인기가 높은 SNS를 활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활성화시키려 할 게 당연하다.

산지천갤러리라는 공간을 만들 당시부터 ‘내 것’이라는 주인의식이 부족했다. 공공건축은 사실 공공기관이 발주해서 만드는 공간이라는 발상이 문제이다. 지역 사람과 도민들이 직접 산지천갤러리 변화과정에 참여를 하지 못한 점이 지금의 문제를 일으킨 건 아닌지 안타까울 뿐이다.

'사진 전문'을 내세운 산지천갤러리. 좋은 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미디어제주
'사진 전문'을 내세운 산지천갤러리. 좋은 콘텐츠를 활용하지 못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미디어제주

그렇다고 산지천갤러리를 지금처럼 파리만 날리게 만들면 안된다. 왜냐, 우리의 세금이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고민을 해봐야 한다. 산지천갤러리 옥상을 살릴 방안도 연구를 하고, 작품만 구경하는 공간이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시설이 들어가서 숨을 쉬게 만들 줄 알아야 한다. ‘부천아트벙커 B39’ 등의 예만 참고해도 된다.

제주문화예술재단이 손을 댄 다른 곳은 어떨까. 매한가지이다. 그럼에도 제주문화예술재단은 100억원의 넘는 돈을 들여 ‘재밋섬’ 건물을 사들이려고 한다. 그 건물을 사들여 도시재생을 한다고 욕심을 부린다. 가칭 ‘한짓골 아트플랫폼’이라는 사업이다.

산지천갤러리는 제주문화예술재단의 욕심이 들어간 도시재생 사업 결과물이다. 그것도 제대로 하질 못하는데, 우리 시민들이 낸 돈을 더 써서 도시재생을 하겠다며 생떼를 부린다. 제발 그러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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