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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별오름, 들불축제 화약으로 여기저기 생채기
새별오름, 들불축제 화약으로 여기저기 생채기
  • 김은애 기자
  • 승인 2019.03.11 18:3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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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들불축제 '불놓기'에 사용된 화약, 새별오름 생채기 만들어
자연과 공생하는 목축 문화 아닌, '자연 훼손하는 인위적인 문화'
축제 위해 훼손되는 새별오름...'들불축제의 방향, 다시 생각해야'
2019 제주들불축제 현장. 거센 비 때문에 대다수의관람객들이 우산을 들고 있다.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올해로 22회를 맞은 제주들불축제가 지난 3월 9일 막을 내렸다. 본래 10일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지만, 전국적인 폭우 소식에 마지막 일정은 전면 취소됐다.

매년 많은 사람이 제주들불축제를 찾는다. 거대한 새별오름이 활활 타오르는 장관을 보기 위해서다.

제주들불출제는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연속 ‘대한민국 축제 콘텐츠 대상’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런 점을 본다면 제주들불축제는 제주에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꽤 유명한’ 축제라 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제주들불축제는 ‘성공적인 축제’인 걸까?

아마 상당수의 축제 관계자들은 “그렇다”라고 말할 것 같다. 하지만 기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제주들불축제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

뜬금없이 웬 ‘시대의 흐름’이냐고? 바로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새별오름 불놓기’가 그렇기 때문이다.

본래 제주들불축제의 기원은 ‘화전’이다. 화전이란 산이나 숲을 불태운 뒤 비옥해진 땅에 농사를 짓는 경작 방식이다. 단, 제주에서는 농작의 목적보다는 말과 소에게 양질의 새 풀을 먹이기 위한 ‘불놓기’를 했다고 한다.

이처럼 ‘불놓기’는 생명을 앗으면서도, 새 생명을 나게 하는 조상의 지혜다. 먼 옛날 ‘불놓기’를 했던 늦겨울과 경칩 사이, 중산간 지역은 불로 빨갛게 물들어 장관을 이뤘단다.

하지만 오늘날의 제주들불축제는 다르다. 무엇이 다른가 하면, 가장 먼저 ‘불 놓는 목적’이 다르다.

과거에는 ‘목축’이라는 생계를 위해 불을 놓았다. 불을 놓지 않아 새 풀이 돋아나지 않으면, 키우는 말과 소는 병든 풀을 먹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제주들불축제에서 새별오름에 불을 놓는 이유는 ‘볼거리’를 만들기 위해서다. 축제에 볼거리가 있어야 사람이 모이고,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매김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 제주들불축제가 끝난 뒤 '불놓기'를 한 새별오름 현장. 정체를 알 수 없는 쇳덩이들이 많다.

두 번째로 다른 점은 ‘생명감수성’이다. 제주들불축제에는 생명감수성이 없다. 특히 불을 놓는 방법 때문에 더 그렇다.

제주들불축제에서는 새별오름의 갈대에 불을 놓기 위해 화약을 사용한다. 화약으로 불을 놓는다면, 과연 그 자리에 건강한 풀이 자라날 수 있을까?

올해 제주들불축제에서 ‘불놓기’ 행사가 있었던 9일 오후에는 비가 많이 왔다.

오전부터 꾸물꾸물했던 하늘은 2시부터 작은 빗방울을 떨구더니 오후 4시경이 되자 꽤 굵은 빗방울을 뿌려댔다.

제주들불축제가 끝난 후 이틀 뒤인 3월 11일 현장 사진. 10일까지 계속된 빗방울 탓에 물 웅덩이가 그대로 남아있다.

알다시피 ‘불’과 ‘물’은 함께할 수 없다. 젖은 풀이나 나무에 불을 피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미 잘 알 것 같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이날의 ‘불놓기’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빗속에서도 불은 매우 잘 탔으며, 새별오름에 새겨진 ‘2019 제주들불축제’ 글자는 꽤 오래 붉게 타올랐다.

빗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활활 타오른 불길. 그 비결은 앞서 말했듯 ‘화약’이었다.

11일, 제주시 관계자는 <미디어제주>와의 통화에서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화약을 썼기 때문에 빗속에서도 불이 꺼지지 않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혹시 기름을 함께 쓴 것은 아닐까 묻자 “기름은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못 박았다.

또한, 그는 과거 축제에서도 기름이 아닌, 화약을 사용해 불을 붙였다는 사실도 함께 강조했다.

제주들불축제 새별오름 중턱에서 찍은 사진. 불에 타고 난 잔해들이다.

자, 그러면 여기서 한 번 다시 생각해보자.

제주들불축제에서 오름의 토양을 망가뜨리는 기름은 사용되지 않았다. 처음 불놓기에 사용된 횃불에는 기름이 사용됐지만, 오름 자체에 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니 논외로 치겠다.

그렇다면 이제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이를 알려면 먼저 축제에서 사용된 ‘화약’의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화약은 열이나 전기, 충격 등 가벼운 자극에 의해 반응한다. 자극에 반응한 화약은 높은 온도와 압력을 가진 가스를 발생시키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아는 ‘화약 폭발’ 반응이다.

화약은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힘을 갖고 있기에, 땅 위에서 이를 사용한다면 토지에 균열이 가게 된다. 전쟁 영화에서 화약이 폭발하고, 땅이 움푹 패는 경우를 상상하면 이해가 쉽다.

이러한 화약을 새별오름에서 터트린다면? 당연히 오름은 상처를 입는다. 아래 사진처럼 말이다.

화약 등으로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 새별오름의 모습.

이번 기사에 게재된 사진들은 2019 제주들불축제가 끝나고 이틀 뒤인 3월 11일 오후 2~3시경 찍은 사진들이다. 제주시 관계자에 의하면 이때 현장 정리는 거의 완료된 상태라고 한다.

하지만 사진에서 보다시피 오름의 정상 부근 여기저기에는 생채기가 나 있다. 상처의 크기도 제각각인데, 기자의 손 크기와 비교해본다면 절대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새별오름의 상처가 모두 화약으로 인해 난 것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제주들불축제로 인한 생채기라는 점이다.

제주를 대표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큰 축제가 되기 위해 오랜 시간 지속한 제주들불축제.

화약을 터뜨려 인위적으로 불을 지르는 행위를 매년 지속하는 지금의 방식이 과연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을까.

‘문화’라는 이름을 내걸고 있지만, 자연과 함께 살았던 제주 조상들의 목축 문화와는 전혀 다른, 엉뚱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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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03-12 22:02:09
들불 축제하면 미세 먼지 다량 발생하니 폐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