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9일 오후 5시, 제주 탑동해변공연장 다목적실에서 열려
청소년이 만든 소담한 선율, "완벽하지 않아도 무엇보다 소중해"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그리스의 철학자이자 사상가인 플라톤은 이런 말을 했다.
“음악과 리듬은 영혼의 비밀 장소로 파고든다”
언뜻 철학적인 말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리 어려운 말은 아니다. 어쩌면 우린 이미 위 명언처럼 살고 있다.
-우울할 때, 더 우울한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달래본 적이 있다면
-경쾌한 모닝콜 벨소리로 기분 좋은 아침을 맞이한 적이 있다면
-마음이 힘들 때, 어떤 노랫말을 듣고 위로받은 경험이 있다면.
당신은 이미 ‘영혼의 비밀 장소로 파고든’ 음악과 리듬을 즐겨본 적이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여기, 영혼의 비밀 장소로 파고든 자신만의 음악을 무대 위에서 선보인 청소년들이 있다.
12월 21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 ‘제6회 전국 청소년 음악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이다.
<미디어제주>가 주관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한 ‘제6회 전국 청소년 음악캠프’는 보컬(성악, 합창 등), 악기(피아노, 목관, 현악), 뮤지컬, 음원미디어, 공연 연출기획 등 다양한 음악 분야를 체험하고 배우는 기회다. 강좌는 자신의 희망에 따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기존 음악캠프가 2박 3일 일정으로 진행된 반면, 이번에는 기간을 대폭 늘려 부족했던 연습 시간을 더 확보했다. 음악캠프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각 분야 베테랑 강사의 지도 아래 7박 8일간의 일정을 소화하게 되는데, 거의 온종일 음악과 함께하는 스케줄이다.
그리고 캠프의 마지막 날, 29일에는 수료식과 함께 특별한 발표회가 열렸다.
오후 5시, 탑동해변공연장 다목적실에서 열릴 발표회를 앞두고, 현장은 오후 3시부터 리허설 준비에 한창이다.
무대는 소담하다. 마치 ‘우리들만의 발표회’ 같아 포근한 인상을 풍긴다. 다소 아쉬운 점은 객석 또한 그리 크지 않아 앉을 자리가 조금 부족했다는 점이다.
공연이 시작되기 전, 대기실에서 춤 연습을 하던 세 명의 아이들을 만났다.
“이따가 친구들과 함께 춤추며 노래를 할 건데요. 곡은 세 곡을 부를 거예요. ‘바람이 불어오는 곳’, ‘비타민 친구’, ‘꽃게 우정’. 이 중에서 ‘비타민 친구’와 ‘꽃게 우정’은 여기 와서 배운 거예요!” / 한은지 (12세)
무슨 공연을 준비 중이냐 물으니 무려 ‘세 곡’이나 부를 예정이라며 자랑을 하는 은지. 은지 옆에 있던 수민이도 말을 거든다.
“저는 사실 선생님이 꿈이에요. 그런데 합창도 재미있어서 취미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요, 힘들 때도 있어요.” / 채수민 (12세)
“제 꿈이요? 회사원이요. 어른들이 회사에 다니는 걸 보면 뭔가 멋진 것 같아요!” / 박예서 (12세)
합창이 좋아 캠프에 참가하게 됐다는 수민과 예서. 이중 수민은 기자에게 속삭이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쉬는 시간 없이 합창 연습이 길게 이어질 때, 힘이 든다는 것이다.
“어떨 때 힘들진 하지만, 그래도 재미있으니까 괜찮아요. 친구들과 같이 노래 부르는 건 즐겁거든요.” / 채수민(12세)
행사 내내 바쁘게 현장을 뛰어다니던 한 남자. 양태현 연출가도 말을 이었다.
“이번 음악캠프에는 8~90여 명의 청소년이 참여했는데요. 전공자는 거의 없고 정말 음악이 좋아서 취미로 배우는 친구들이 많아요. 지난 21일부터 하루 종일 연습하는 일정으로 캠프가 진행됐는데, 모두 즐거워하는 것 같아 저도 기쁩니다.” / 양태현 연출가
이번 행사의 총 연출과 기획을 맡은 제주문화기획연구소의 양태현 연출가는 비전공자도 누구나 일상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음악’이라며, 음악캠프의 취지를 부연했다.
이어 이번 음악캠프에서 바이올린 파트를 지도한 김진희 강사도 ‘음악이 가진 긍정적인 힘’을 이야기했다.
“바이올린은 혼자 켜는 것도 좋지만, 여럿이 화음을 맞춰 연주하는 것은 또 다른 매력이 있거든요. 합창과 같아요. 여러 소리가 모일수록 풍부한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그리고, 다른 사람의 소리를 들으며 연주하는 것은 ‘나 혼자’만 생각해서는 잘할 수 없거든요. 함께 연주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협주, 합주의 매력인 것 같아요.” / 김진희 강사
문화예술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누구나 좋아하는 노래 한 곡쯤은 마음속에 있을 터.
음악캠프 발표회 무대에 서 자신만의 소리를 들려준 우리 청소년들처럼. 2019년이 가기 전, 당신도 마음속 노래를 불러보면 어떨까. 노래방도 아닌 곳에서, 갑자기 노래를 부른다는 것이 다소 부끄럽게 느껴지더라도, 용기를 내어 불러보자.
당신의 마음속 일렁이는 음악의 선율이라면. 당신의 소리라면. 그 자체로 가치가 있는 것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