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8 18:31 (목)
“책을 읽을 때마다 다른 나라 아이들이 생각나요”
“책을 읽을 때마다 다른 나라 아이들이 생각나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19.12.30 14: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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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일도초등학교 1학년들의 ‘독서 기부’ 활동
그림책 읽을 때마다 기부
행복을 전하는 여덟살 아이들

1년간 권 읽어서 모은 27350사랑의 열매에 전달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책을 읽는 게 힘들다고요? 왜 그럴까요. 책을 읽은 소감을 말로 표현해야 하거나, 글로 억지로 써내야 하기에 그런 건 아닐까요. 그런데 책을 무척 즐겁게 읽는 아이들이 있어요. 어떤 아이들인지 궁금하죠. 말씀드릴게요. 제주시 일도초등학교 1학년들입니다.

흔히 우리는 아이들을 향해 이렇게 말하죠. ‘고사리손’이라고 말이죠. 고사리손이 그림책을 한쪽씩 넘기는 걸 상상해보세요. 그 아이들에게 독후감을 써내라고 하면 어떨까요. 책을 접하기 싫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일도초 1학년 아이들은 서로 다투어 책을 잡습니다. 이유가 있어요. 그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내가 라면을 먹을 때>라는 그림책이 있답니다. 일본 작가 하세가와 요시후미가 쓴 그림책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내가 라면을 먹을 때, 다른 나라 아이들은 빵을 팔아야 하고, 소를 몰아야 하고, 전쟁터에서 죽기까지 합니다.

1년간 독서기부 활동을 해온 일도초 1학년 어린이들.
1년간 독서기부 활동을 해온 일도초 1학년 어린이들.

<우리는 학교에 가요>라는 책도 잠깐 소개할게요. 우리나라 작가 황동진이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어요. 다른 여러 나라의 등굣길 풍경이 여기에 담겨 있습니다. 우리는 엄마·아빠가 태워주는 차를 타고 곧잘 학교를 오가죠. 아주 편하게 오가는 길이 우리의 등·하굣길입니다. 그런데 캄보디아나 케냐, 네팔 등에 사는 아이들은 그러질 못해요. 2시간씩 달려야 하고, 배를 타기도 하고, 산길을 돌아돌아 가야 합니다. 그제야 만나는 게 학교라는 공간입니다.

일도초 1학년은 2개반으로, 모두 30명입니다. 이 아이들이 느끼는 학교는 어떤 곳일까요. 고사리손들은 과연 <내가 라면을 먹을 때>와 <우리는 학교에 가요> 등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어떤 생각을 했을지는 다들 알 겁니다.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지를 깨달았죠. 그렇게 느낀 행복을 다른 세상의 아이들에게도 나눠주면 어떨까요.

일도초 1학년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행복을 다른 여러나라의 아이들에게도 나눠주자고 했답니다. 바로 ‘독서 기부’라는 활동입니다. 책 1쪽당 1원을 기부하기로 했어요. 1원은 물론 큰돈은 아니죠. 하지만 1원이 쌓이고, 또 쌓이면 어마어마한 돈이 될 수 있어요. 1학년 아이들에겐 한쪽, 두쪽, 세쪽…. 선생님들은 이렇게 쪽수를 세는 게 버겁기에 1권에 50원을 기부하자고 아이들과 약속을 합니다. 그림책은 보통 40쪽을 넘지 않기에 ‘50원’으로 통일하기로 했어요.

아이들은 책을 읽었습니다. 스스로를 위해 읽고, ‘내가 기부할’ 다른 여러 나라 아이들을 생각하며 책을 넘겼습니다. 1년간 진행된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열렬한 호응을 끌어냈습니다.

아이들이 읽은 책이 몇 권인지 궁금하시죠. 무려 5407권입니다. 대단하지 않나요. 돈으로 환산하면 많진 않습니다. 27만350원입니다. 돈으로는 적게 보이지만, 아이들은 돈을 바라고 책을 읽진 않았답니다.

아이들은 생각했어요. “난 행복해. 나는 행복하게 지내지만 지구 반대편 친구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이죠. 아이들이 한쪽 한쪽 넘긴 책장은 희망을 말합니다. 고사리손으로 펴든 그림책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을테죠.

아이들의 독서기부는 자발적으로 이뤄졌습니다. 일도초 1학년 선생님들은 제안만 했을 뿐입니다. 아이들의 독서기부는 사랑의 열매를 통해 다른 이들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아이들은 참 좋겠어요. 여덟살 때 기부라는 참 맛을 봤으니까요. 독서기부를 생각해낸 선생님들도 참 고마워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하게 살고 있는지를 제대로 알려줬으니까요. 선생님과 일도초 1학년 30명 어린이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1년의 활동을 곁에서 지켜보며 함께 행복을 나눠준 학부모님께도 큰 박수를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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