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5 14:17 (목)
“자연과 더불어 산다면 풍요로움 느낄 수 있어요”
“자연과 더불어 산다면 풍요로움 느낄 수 있어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0.03.06 15: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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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초록을 원해요]
③ 아이 셋과 초록을 찾는 황지현씨

호주 생활, 울산 생활 때도 녹지를 곁에 둬

우회도로는 또하나의 갇힌 공간 만드는 일

동화책 읽어줄 때도 자연과 담긴 책을 찾아

사람들은 자연과 하나라는 생각 하지 못해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언제부터인가 두 다리로 걷는 것보다는 네 개의 바퀴를 지닌 자동차에 의지하는 비율이 높아졌다. 그러다 보니 길이 필요해졌고, 사람보다는 자동차를 어떻게 하면 더 편안하게 다니도록 만들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세상은 바뀌고 있다. 자동차 위주가 아니라, 사람 위주의 교통정책이 필요하다고 말을 한다. 우리나라의 지자체도 변화중이다. 우리나라는 아니지만 걷기 위주의 대표적인 마을을 들라면 영국의 파운드베리가 아닐까. 영국 남부의 도체스터에 있는 파운드베리는 굽은 도로에 걷기 편안한 환경을 제공한다. 지난 2014년 영국의 브룩스대학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민의 86%가 파운드베리로 이사한 걸 좋아했다고 한다. 파운드베리에 사는 걸 좋다고 느끼는 이유는 다양할테지만, 자동차 이동에 목숨을 거는 사람들에겐 이 마을이 좋을 리 없다.

파운드베리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제주에서 일어나고 있는 자동차 위주의 도로 환경 때문이다. 곧 서귀포시 도시 우회도로(6차선) 확장 공사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6일 만난 서귀포시민 황지현씨에겐 6차선 도로 확장이 반갑게 다가오지 않는다. 호주에서도 살아봤고, 울산에서 살 때도 그의 곁엔 늘 초록이 만발했다.

제주 이주 3년차인 황지현씨와 아이들. 미디어제주
제주 이주 3년차인 황지현씨와 아이들. ⓒ미디어제주

“호주는 도심지내에도 공원이 잘 발달돼 있어서 도시락을 싸오고 공원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 당연한 일이었어요. 울산에 살 때도 대공원 바로 곁에 살면서 아이들을 공원에 풀어놓곤 했어요.”

황지현씨는 제주 이주 3년차이다. 서귀포의 삶 역시 호주와 울산에 있을 때랑 비슷하다. 도심의 아파트 숲이 아닌, 녹지가 있는 곳에 살 곳을 마련했다.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면 좋은데, 사람들은 뭔가 다른 행동을 통해 인정을 받으려고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어요. 그게 곧 개발이라는 생각과 맞물리는 건 아닐까요.”

그렇다. 눈에 보이는 그 자체를 사랑하지 않고, 더 변화를 시키려는 물리적인 충격이 가해지는 게 현실이다. 도시는 그렇게 해서 변화를 거듭한다. 그 이름이 바로 ‘개발’이 아닐까. 황지현씨는 그게 안타깝다.

“있는 그대로에 만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집이라는 공동체도 투자와 투기로 바라보는 게 아닐까요. 우린 너무 편의만 찾아요. 자연에서 훨씬 더 배울 게 많은데도 말이죠. 그러다 보니 자연과 우리는 하나라는 생각을 하지 못해요. 그러다가 문제가 터지면 그제야 자연이 인간의 일부라고 느끼곤 하죠.”

사람들은 참 무심하다. 곁에 아무리 좋은 게 있더라도 그 가치를 등한시한다. 잘 보존된 녹지를 없애고, 자동차를 위한 길을 만들어주는 게 그런 행동 중의 하나이다. 나중에야 그 사실을 알고 후회하지만 때는 늦게 된다. 황지현씨는 서귀포시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란다. 특히 그에겐 3명의 자녀가 있기에 자연을 품은 녹지는 더 가치있게 다가온다.

서귀포학생문화원 앞에 있는 먼나무 아래에서 자연을 만끽하는 황지현씨와 아이들. 미디어제주
서귀포학생문화원 앞에 있는 먼나무 아래에서 자연을 만끽하는 황지현씨와 아이들. ⓒ미디어제주

“아이들이 뛰어놀 공간이 점점 사라져요. 아스팔트가 덮고 있고, 놀 공간은 줄어들고, 대신 자동차의 위협을 받는 위험공간만 늘어나고 있지 않나요. 서귀포시내에 도시 우회도로가 생긴다면 또하나의 ‘갇힌 공간’을 만드는 일이죠. 인간 스스로 인간을 가두는 일이라고 봐요. 자연은 늘 인간을 품으려 하는데, 인간은 자연이 숨쉴 공간을 막아버리잖아요. 그건 우리 인간이 숨쉴 공간을 막고, 숨막히게 하는 거죠.”

황지현씨의 세 자녀 가운데 둘은 초등학생이다. 그런 인연으로 학부모 사서로도 활동하고, 아이들이 다니는 초등학교의 ‘책 읽어주는 어머니’ 활동도 한다. 그가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자연과 관련돼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데, 주로 자연에 대한 이야기들이죠. 아이들이 동화책을 접하면서 스스로를 생각하게 하고, ‘우리’라는 가치도 느껴보게 만들어요. 그런데 제가 동화로 아이들을 만나보면 아이들은 자연의 가치를 무척 잘 알고 있어요.”

아이들이 자연의 가치를 안다면, 어른들은 더더욱 그 가치를 더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개발에 파묻히는 이유는 뭘까. 황지현씨는 ‘경제적 가치’와 ‘편의적 가치’ 때문이란다. 황지현씨가 걱정을 하는 건, 자연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지금의 어른들처럼 ‘경제’와 ‘편의’만을 따지지 않을까였다.

“인간만 살 수는 없죠. 모든 생명이 함께 살아야 하잖아요. 그럼에도 인간들은 인간만 살려고 해요. 자연과 더불어 산다면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는데도 말이죠.”

황지현씨와 그의 딸이 먼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다. 도시 우회도로가 나면 만나지 못할 먼나무이다. 미디어제주
황지현씨와 그의 딸이 먼나무를 올려다보고 있다. 도시 우회도로가 나면 만나지 못할 먼나무이다. ⓒ미디어제주

그러면서 황지현씨는 기자에게 그림책 하나를 선물했다. 이태수 작가가 글을 쓰고 그림도 그린 <가로수 밑에 꽃다지가 피었어요>라는 그림책이다. 그림책 <가로수 밑에 꽃다지가 피었어요>는 도심에 있는 작은 생명을 말한다. 그 생명은 눈에 잘 띄지도 않고, 혹은 ‘잡초’로 치부해버리는 작은 것들이다.

<가로수 밑에 꽃다지가 피었어요>에 나오는 생명은 사람과 살아갈 운명을 지녔다. 아니다. 사람들이 관심을 주지 않아도 그들은 살아간다. 자연이어서…. 아무튼 자연은 자연일 때라야 빛이 난다. 이왕이면 사람과 어울려 살 수 있다면 금상첨화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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