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18 19:18 (목)
원희룡 지사의 ‘모두 까기’ … 도 넘은 중앙정치 행보
원희룡 지사의 ‘모두 까기’ … 도 넘은 중앙정치 행보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0.09.14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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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권순일 전 대법관 겨냥 “중앙선관위 위원장 사퇴해야” 주장
[미디어窓] “제주 현안과 무관 … 현직 지사로서 부적절” 비판론
원희룡 지사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겨냥해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이날 오전 주간정책 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원 지사의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원희룡 지사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겨냥해 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은 이날 오전 주간정책 조정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원 지사의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문재인 정부와 여당을 겨냥해 연일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원희룡 지사가 이번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원 지사는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을 통해 “9월 8일로 대법관 임기가 끈난 권순일 선거관리위원장은 오늘이라도 위원장을 그만두어야 한다”며 중앙선관위 위원장 사퇴를 요구했다.

최근 권순일 전 대법관이 오는 21일 열리는 선관위 위원 회의에서 후임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인선을 마치고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을 두고 정면 비판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그렇게 주장한 순간 이미 선관위의 공정과 중립을 훼손시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권 위원장에 대해 “선거 관리의 절대 가치인 정치적 중립과 선거 관리의 공정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면서 “내년 보궐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관리할 사무총장을 임명할 신뢰를 이미 잃었다”는 논리를 펴기도 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을 향한 원 지사의 이같은 비판은 대권 도전을 공식화한 자신의 정치 행보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함께 박근혜 정부 당시 ‘사법부 적폐’ 중 한 명인 권 전 대법관을 비판함으로써 박근혜 정부와 선긋기를 하는 한편,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하게 될 차기 중앙선관위 사무총장과 사무차장 인선을 견제하는 두 가지 효과를 노린 것이다.

원희룡 지사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권순일 전 대법관을 겨냥해 올린 비판의 글.
원희룡 지사가 14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권순일 전 대법관을 겨냥해 올린 비판의 글.

하지만 원 지사의 이같은 주장은 현직 제주도지사로서 도를 넘어섰다는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정부의 2차 재난지원금 지급 방안에 대해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논쟁을 벌인 것은 국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의 문제인 만큼 현직 지사로서 충분히 거론할 수 있는 얘기였지만, 이번 권 전 대법관에 대한 그의 비판은 말 그대로 제주의 현안과는 전혀 무관한 ‘정치 공방’으로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원 지사의 경우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된 피고발인 신분이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원 지사가 권 전 대법관을 겨냥해 ‘선거 관리의 절대 가치인 정치적 중립과 선거 관리의 공정성을 지키지 못했다’고 한 부분이 지난해 총선 결과에 대한 얘기를 한 것이라면, 민경욱 전 의원의 터무니없는 ‘4.15 부정선거’ 주장에 동조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그게 아니라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고발 조치된 자신의 억울함을 토로하고 싶은 것일까?

한편 권순일 전 대법관은 지난 8일 대법관 임기가 만료돼 이달말 중앙선거관리위원장 직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적으로 중앙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대법관의 경우 대법관 임기 만료와 동시에 선거관리위원장직에서도 물러나는 것이 관례였다.

하지만 권 전 대법관측은 “오는 21일 회의를 마친 뒤 사의를 표명할 것”이라면서도 ‘자리를 보전하려는 것 아니냐’는 야당의 지적에 “매우 모욕적”이라며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며 “이번 선관위 인사에도 영향을 미칠 생각이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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