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7:52 (금)
"코로나19가 만든 교육 격차, 소외된 곳에 더 지원해야"
"코로나19가 만든 교육 격차, 소외된 곳에 더 지원해야"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0.10.30 02: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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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제주> 창간 16주년 기념, 이석문 교육감 인터뷰

지속된 코로나19 상황, 제주 교육의 미래는?
"약하고 소외된 곳 지원, 교육 격차 해소할 것"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2020년 한 해의 끝자락을 바라보는 10월 말, <미디어제주>가 창간 16주년을 맞았다. 특별한 주간이다.

'특별하다'라는 말. 듣기 좋은 칭찬이 될 수도, 부담스러운 기대가 될 수도 있는 말이다.

2020년의 '특별함'은 어떨까. 후자에 가깝지 않을까. 코로나19 사태에 따라 요구되는 특별한 변화들 말이다.

코로나19가 만든 변화된 사회 속에서, 교육에도 이전에 없던 특별한 변화가 요구된다. 

<미디어제주> 창간 16주년 기념,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미디어제주>가 창간 16주년을 맞아 진행한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과의 인터뷰에서도 그랬다. 화제의 단어는 단연 ‘코로나19’. 

일 년 가까이 이어지는 코로나19 상황 속, 제주 교육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고, 이를 위한 대책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석문 제주도교육감과 만나 물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교육 격차'가 우려되는 상황, 제주도교육청은 어떤 대책을 세우고 있을까.

“코로나19가 올해를 지나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 확실해 보이는 상황에서, 제주도교육청은 교육 격차 해소에 총력을 기울이려 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은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줍니다. 따라서 재난일수록 재정을 확대 집행해야 합니다. 재정이 어렵고 소외된 곳에 흐를 수 있도록 해야하죠.” /이석문 교육감

이석문 교육감은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재정을 확대 편성, 학습 복지를 두텁게 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코로나19가 가져온 또 하나의 불청객. 온라인 수업으로 인한 맞벌이 부부의 자녀 돌봄 문제다.

현재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정으로 거의 모든 학교에서 전체 등교가 이뤄지고 있지만, 코로나19 확산 추이에 따라 언제든 온라인 수업으로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이다.

또 맞벌이가 수반하는 어려움으로, 출산율이 나날이 감소하는 오늘날. 더이상 ‘돌봄 문제’는 ‘교육’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다.

“현재 국회 차원에서 초등 돌봄교실 운영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만, 찬반 갈등이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학교와 공동체가 긴밀하게 협력해 안정적인 돌봄 환경을 구축해야 합니다. 사회적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이석문 교육감

돌봄 문제에 있어, 이석문 교육감은 ‘기업의 참여’의 중요정도 강조했다. 실질적으로 맞벌이 부부들이 돌봄 휴가 등을 편하게 낼 수 있도록, 편안한 노동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상황과 함께 해결 과제로 떠오른 전국의 공통 사안, ‘과밀학급’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우선 내년 평준화 고등학교 학급 인원수를 29명으로 줄였고요, 정부와 국회에 교원을 늘려줄 것을 꾸준히 요청 중입니다. 교원 정원이 확대돼야 학급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이석문 교육감

이와 관련, 최근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은 국정감사를 통해 정원 외 기간제 교사 채용 권한을 교육감에게 이양해달라고 국회에 요청한 바 있다. 당장의 교원 정원 확대가 어렵다면, 우선 정원 외 기간제 교사라도 교육감이 채용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거다.

과밀학급 문제는 곧, 교육의 질적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교육부 또한 동의하는 부분이다.

이에 제주도교육청은 국회와 정부의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교육감이 <미디어제주> 김형훈 편집국장과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이 교육감이 추진 중인 대표 과제, ‘IB 교육과정’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한민국 교육의 제1과제로 ‘평가의 혁신’을 말한다. 사람의 생각은 같을 수 없다. 하나의 문제라 하더라도 백 가지 생각이 나올 수 있다.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을 위해 '평가의 혁신'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 수단이 바로 ‘IB’라는 것이다.

“IB는 ‘질문하고 탐구하는 사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 ‘배려하는 사람’ 등을 키웁니다. 도입 초기에는 우려가 많았지만, 이제는 도민들께서 긍정적으로 IB가 잘 추진되길 기대하고 계십니다. 표선고등학교에서부터 IB 교육과정 도입을 시작하는데, 이 흐름을 읍면지역 초,중학교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이석문 교육감

끝으로 <미디어제주>가 꾸준히 지적 중인 문제,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 사업’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코로나19로 자연, 환경 파괴가 지구를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임은 누구나 안다. 하지만 부동산 논리, 경제의 논리에선 환경보다 자본이 우선이다. 자연을 파괴하고, 아이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대규모 도로사업이 여전히 추진 중인 까닭은 여기에 있다.

“도시우회도로 예정지는 서귀포시의 교육 벨트이면서, 시민들과 아이들이 쉬고 즐기는 녹지 공간입니다. 이 공간을 더욱 보존하고, 키우는 것이 서귀포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시민 삶의 질도 높아질 것입니다. 당장의 경제성, 효율성보다 시민들과 아이들이 함께 누릴 미래 가치를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더 많이 대화하고, 설득하겠습니다.” /이석문 교육감

 

다음은 일문일답 내용.

Q. 코로나19라는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맞고 있습니다. 모든 분야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느라 쉽지 않은 길을 걷고 있습니다. 제주도교육청의 코로나19 대응 현황을 우선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가 국가 위기 단계로 격상된 이후 ‘철저한 방역’, ‘대면과 비대면 교육에서 나타나는 교육 격차 해소’, ‘위기 학생 지원’에 모든 힘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 1단계 조정에 따라 거의 모든 학교에서 전체 등교를 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대면 수업의 질이 학교별로 차이가 나서 기초 학력 저하 등의 우려가 있습니다. 대면 수업 질을 높이는 데에도 많은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교육과 방역을 함께 실현하기 위해 교사와 직원들의 노고가 많습니다. 학교가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도록 공문도 일체 내려가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Q. 코로나19는 시대변화의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른 게 맞긴 합니다. 하지만 교육 격차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진 자와 그러지 못한 자와의 격차가 걱정되는데,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 궁금합니다.

코로나19와 같은 재난은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가장 큰 피해를 줍니다. 코로나19가 올해를 지나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 확실해 보입니다. 교육 격차 해소에 총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학습 복지를 두텁게 하면서 어렵고 힘든 아이들을 적극 챙기겠습니다. 정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을 치유하기 위한 ‘정서 치유 공간’을 학교에 마련, 운영합니다. 재난일수록 재정을 확대 집행해야 합니다. 재정이 어렵고 소외된 곳에 흐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내년 예산도 그러한 방향으로 편성, 집행할 계획입니다.

Q. 코로나19가 가져온 게 또 있죠. 맞벌이 부부들의 자녀 돌봄도 문제입니다. 돌봄은 교육 차원으로만 접근해서는 장기적 해결책이 나오기 힘들다고 봅니다. 사회학적으로는 공동체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회 차원에서 초등 돌봄교실 운영을 지자체로 이관하는 특별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습니다. 찬반 갈등이 크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서로의 감정을 소모하기 보다는 더 나은 돌봄 체계를 구축하는 공론의 기회로 삼았으면 합니다. 학교와 공동체가 긴밀하게 협력하며 안정적인 돌봄 환경을 구축할 수 있기 위한 사회적 지혜가 충실히 모아져야 합니다. 기업의 참여도 중요합니다. 맞벌이 부부들이 필요할 때마다 돌봄 휴가 등을 편하게 낼 수 있는 노동 환경이 수반돼야 할 것입니다.

Q. 비대면 온라인 교육은 앞으로 나갈 중점 정책입니다. 그런 면에서 코로나19가 2025년도부터 전면 시행될 고교학점제와 연관도 있어 보입니다.

코로나19로 미래학교가 갑자기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미래학교를 구현하기 위한 기반이 아직은 허약합니다. 고교학점제와 연관성도 있겠지만 그보다 시급한 건, 비대면 수업 체계를 지역‧학교별로 균등화하는 것입니다. 비대면 수업의 질도 지금보다 높여야 합니다. 새로운 수업 환경에 교사들이 적응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비대면 교육에 대한 신뢰도를 회복하기가 어렵습니다. 비대면 교육 체계를 안정화한 뒤에 고교학점제를 논의해야 하겠습니다.

Q. 제주시 동지역은 과밀학급이 많습니다. 초등학교도 그렇지만, 일반고 역시 과밀학급입니다. 코로나19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죠. 그렇다고 학생수가 자연스레 줄어들기만 기다릴 수 없습니다. 대안은 있으신지요.

우선 내년 평준화고등학교 학급 인원수를 29명으로 줄였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국회에 꾸준히 교원을 늘려달라고 요청하고 있습니다. 교원 정원이 확대돼야 학급을 확대할 수 있습니다. 제주는 인구 증가로 학생 수가 늘고 있지만, 교원 정원은 여기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교육감에게 정원 외 기간제 채용 권한이라도 달라고 건의한 바 있습니다.

Q. 교육감님이 추진하는 IB 교육과정은 여전히 논란 중입니다. 잘 모르는 이들도 많고, 우려도 많습니다.

대한민국 교육의 제1과제는 ‘평가 혁신’이라고 봅니다. 지금껏 수능 경향에 맞춰 한 개의 질문에 한 개의 정답만을 요구하는 평가와 수업을 해왔습니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학년이 올라갈수록 정답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생각을 부인합니다. 이는 인정 욕구의 불만족으로 나타나고 나아가서는 중도 탈락의 흐름으로 나타납니다. IB는 한 개의 생각에 백 개의 생각을 존중하는 교육을 합니다. 주입이 아닌, 생각을 꺼내는 교육을 합니다. ‘질문하고 탐구하는 사람’,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 ‘배려하는 사람’ 등을 키웁니다. 도입 초기에는 우려가 많았지만 이제는 도민들께서 긍정성을 갖고 IB가 잘 추진되길 기대하고 계십니다. 표선고등학교에서부터 IBDP를 시작하는 데, 이 흐름을 읍면지역 초‧중학교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Q. 어릴 때부터 책을 읽는 문화가 무척 중요합니다. 그래서 제주도서관에 어린이도서관을 신축중입니다. 언제 그 도서관을 만날 수 있으며, 어떤 도서관으로 계획을 하고 계십니까.

당초 계획보다 시설 기간이 늘어났습니다. 내년 하반기에 도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은 인공지능과 공존하며 살아야 합니다. 인공지능과 차별되는 인간의 고유 본성을 함양해야 합니다. 인간의 고유성을 확인하고 갖추는 과정이 ‘독서’입니다. 독서가 아이들 성장의 중심이 되도록 할 것입니다. 책을 중심으로 다양한 토론과 만남, 동아리 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할 것입니다. 그 역할을 수행할 핵심 기반이 ‘어린이 도서관’입니다.

Q. 놀이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옛 회천분교에 들어설 유아체험교육원을 어떻게 만들지 궁금합니다.

현재 아이들의 놀이터는 천편 일률적이고 획일적입니다. 너무나 안전해서 위험에 대비할 역량을 갖추기 어렵습니다. 인공물 중심의 놀이터에서 창의나 상상력이 나오기 힘듭니다. 기존 놀이터의 문제점을 해소하고, 놀이 본질에 충실한 놀이터가 아이들과 함께해야 합니다. 이러한 방향으로 ‘유아체험교육원’을 만들려 합니다. 제주 자연과 생태를 그대로 이용하면서, 그 속에 제주의 신화와 전설, 다양한 이야기들을 담아낼 것입니다. 햇빛이 좋으면 햇빛을 맞고, 비가 오면 웅덩이에서 첨벙거리며 비를 맞을 수 있는 건강하고 적당히 위험한 놀이터로 만들겠습니다. 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마음껏 꿈꾸고 상상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Q.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에 대해 여쭤보겠습니다. 이 문제는 <미디어제주>가 줄기차게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제주도나 는 서귀포학생문화원, 서귀포도서관, 제주유아교육진흥원 등 교육시설 부지를 당연히 통과하는 걸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교육권 침해인데, 어떻게 문제를 해소하시겠습니까.

꾸준히 대화하고 설득하고 공감대를 높이는 방법 밖에 없을 것입니다. 도시우회도로 예정지는 서귀포시의 교육 벨트이면서, 시민들과 아이들이 쉬고 즐기는 녹지 공간입니다. 이 공간을 더욱 보존하고 키우는 것이 서귀포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시민 삶의 질도 높아질 것입니다. 당장의 경제성‧효율성보다 시민들과 아이들이 함께 누릴 미래 가치를 주목해주기를 바랍니다. 더 많이 대화하고 설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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