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상황 속, 비대면 과제 통해 '음악 동화책' 만들어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코로나19가 가져온 변화. 일일이 나열하지 않아도 많은 이들이 잘 알고 있다.
그런 가운데서도 가장 큰 변화를 꼽으라고 한다면, 단연 ‘비대면’ 공연 등과 같이 온라인을 통한 행사가 늘었다는 것.
올해로 7회를 맞는 <미디어제주> ‘전국 청소년 음악캠프’도 그랬다. 대면 행사를 최소화하고, 비대면으로 진행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미디어제주>과 주최, 주관하고 제주특별자치도가 후원하는 ‘전국 청소년 음악캠프’는 음악을 통해 청소년이 꿈과 끼를 펼치는 자리다. 캠프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보컬, 악기, 뮤지컬, 공연 연출기획 등 음악과 관련된 다양한 장르를 체험할 기회를 얻는다. 그리고 저마다 캠프에서 연습한 곡을 ‘연말 공연’ 무대에서 뽐내게 된다.
다만, 올해는 아쉽게도 이같은 ‘연말 공연’을 볼 수 없게 됐다. 알다시피 코로나19 상황 탓이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연말이 다가올수록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심상치 않았잖아요. 청소년들이 한곳에 모여 연습해야 하는 상황에 대해 학부모분들께서 걱정을 많이 하시는 터라 상황이 쉽지 않았죠. 연말 공연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컸고요.” / 양태현 연출가
이번 행사의 총연출과 기획을 맡은 제주문화기획연구소의 양태현 연출가는 올해 유난히 행사에 대한 고민이 컸다. 올해 행사가 불가능하진 않을까 걱정을 하기도 했단다.
“장기간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는데요. 이는 청소년들도 마찬가지예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뛰어놀아야 하는 나이에, 집에서 PC 화면으로 등교를 대신하는 현실. 안쓰럽죠.” / 양태현 연출가
양 연출가는 “이럴 때일수록 필요한 것이 ‘음악’”이라며 이번 행사에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오랜 시간 고민한 결과, 답이 나왔다. ‘비대면’ 과제를 통해 만드는 ‘음악 동화책’이다.
“코로나 상황이 심각해지기 전까지는 캠프에 참여하는 청소년들과 함께 모여 노래 연습을 했고요. 제주에 집단 감염이 발생하며 방역수칙이 강화된 뒤부터는 비대면으로 저마다 과제를 통해 수업을 대신했어요.” / 양태현 연출가
지난 12월 5일 토요일, 음악캠프의 마지막 연습이 있던 날. 함께 부를 노래 연습을 위해 모인 아이들 앞에서, 양 연출가가 말한다.
“여러분, 오늘 연습을 끝으로 이제부터는 집에서 각자 연습을 할 거예요.”
양 연출가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질문을 하는 아이들.
“어떻게 집에서 연습해요?”
“혼자서 연습해요?”
“왜 이제 모여서 연습 못 해요?”
이어지는 양 연출가의 대답. “코로나 때문에요.”
아이들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코로나19 때문에 비대면 수업을 진행해본 경험이 있기에,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모두 이해한다는 표정이다.
“그런데 과제를 하나 내 줄 거예요. 이번 음악캠프 주제가 ‘환경’이잖아요. 환경을 주제로 그림을 그리고, 우리가 연습한 노래를 녹음해서 선생님께 제출하면 돼요. 각자 가사에 맞게 어떤 영상을 찍어야 하는지 적힌 종이, 다 받았죠?” / 양태현 연출가
이날 아이들은 ‘환경 보호’를 주제로 저마다 그림을 그려 제출하는 과제를 받았다. 아이들이 제출한 그림은 영상으로, 아이들의 목소리와 노랫소리는 배경음악으로 만들어진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음악 동화책’이다. 아래처럼 말이다.
서툴지만 '건강한 지구 만들기'를 위한 진심을 담아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른 아이들.
각자에게 주어진 과제를 멋지게 소화해 탄생한 '음악 동화책' 앞에서, 수민이 말했다.
“막상 공연을 못 하게 되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엄청 아쉬웠는데. 영상으로 만들어진 ‘음악 동화책’을 보니까 좀 신기해요. 간직할 추억이 하나 생긴 것 같아서 기쁘기도 하고요. 그런데요, 그래도 내년에는 코로나가 끝나서 공연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캠프 참여자 채수민(13)
수민의 소망처럼 2021년의 음악캠프 때는 ‘연말 공연’이 치러질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길 바라며. 아쉽지만, 새로운 도전이 있었던 <미디어제주>의 제7회 전국 청소년 음악캠프’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