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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다고 나무를 마구 잘라내는 게 우립니다”
“불편하다고 나무를 마구 잘라내는 게 우립니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3.17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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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窓] 고기호 어르신이 전화는 나무의 가치

“나무는 자연이고, 인간은 자연을 벗어나지 못해”
나무도 사람처럼 생명지닌 가치물로 봐주길 당부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사람은 사람들끼리만 사는 건 불가능하다. 사람 곁엔 자연이 있어야 온전한 삶이 가능하다. 하지만 자연은 무척 화를 낸다. 자연이 화를 내면서 나타나는 현상은 바로 ‘온난화’라는 이름으로 펼쳐진다. 우리는 온난화의 문제점을 부르짖는다. 온난화가 인류를 망가뜨릴 수 있다고. 온난화는 수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데, 잘 들여다보면 인간들이 해온 결과물에 다름 아니다. 개발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온난화는 심해지고, 그에 따른 재앙의 대상이 되는 이들은 인간이다.

지구변화에 정통한 학자인 월러스 브로커는 지금의 온난화 기후를 ‘화난 짐승’이라고 표현한다. 누가 기후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있을까. 다름 아닌 인간이다. 인간들이 기후를 건드렸고, ‘화난 짐승’은 포크로 찌르듯 인간을 마구 위협한다.

온난화의 주범 가운데 하나는 탄소 배출인데, 제주특별자치도는 탄소를 아예 없애겠다며 ‘탄소 제로’를 선언했다. 그게 말처럼 쉽지 않다. 왜냐하면 탄소를 줄이는 일등공신은 인간이 아니라 자연이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러니한 현상이 주변에서 많이 발생한다. 탄소를 줄인다면서 전기차는 수없이 만들어내지만, 탄소를 저감해 줄 우리 주변의 나무나 숲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을까. 서귀포시 도시우회도로만 해도 그렇다. 서귀포학생문화원 일대의 소나무숲을 없애고 도로를 만드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탄소 제로’에 역행하는 건 아닐까.

눈에 보이는 가로수나, 눈에 보이는 수많은 나무를 들여다보라.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장사를 하는데 걸림돌이 된다, 낙엽이 떨어진다, 여러 등등의 이유로 나무는 온전히 살아남는 길을 택할 수 없다.

간혹 기자에게 전화를 주는 서귀포시 서홍동에 사는 어르신이 있다. 나무를 무척 아끼는 어르신이다. 고기호 그 어르신은, 인간을 향해 왜 나무를 아끼지 않느냐고 질책을 하곤 한다. 그에겐 나무도 사람처럼 생명을 지닌 자연물로 알고 있다. 과연 우리는 나무라는 자연물을 인간처럼 대하기나 할까? 아니다. 나무의 가지는 무참히 잘린다. 고기호 어르신이 서귀포학생문화원 동쪽에 있는 소나무 숲의 소나무 가지들이 수난을 겪고 있다며 기자에게 전화를 해왔다.

나무 정상 부위까지 난도질당한 소나무들. 미디어제주
나무 정상 부위까지 난도질당한 소나무들. ⓒ미디어제주

오늘(17일)에야 시간을 냈다. 소나무 숲을 걸었더니, 이건 아니지 싶다. 어떤 소나무는 정상까지 가지들이 난도질당했다. 가지도 없이 홀로 나무의 원줄기만 남겨두는 경우도 있을까. 그럴 경우 나무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진다. 그런 경우는 심심치않게 본다. 가지를 수없이 쳐내면 곁가지들이 나오면서 생명을 연장하려고 하는 게 속성이다. 줄기를 중심으로 쑥쑥 뻗어가지 못하기에 곁가지를 생성해서 어떻게 해서라도 살아보려 한다.

겉보기엔 100년은 넘어 보이는 나무임에도 기형적인 형태로 자라는 나무들이 있는데, 이유를 들라면 심한 가지치기의 후유증이다. 서귀포고 북쪽에 있는 소나무와 벚나무들이 그런 몸살을 받고 커오고 있다.

나무의 가지들이 잘리는 모습을 보면서 고기호 어르신은 속상해한다. 행정에 문제제기를 해도 제대로 된 답을 얻지 못하고 있다.

“나무는 순수한 자연이고, 우리 인간은 자연 곁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우리가 불편하면 마구 잘라내요. 주변 민원이 들어오면 나무를 잘라내기 바쁘지. 아무도 그런 문제점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나무는 살기 위해 가지를 뻗는데, 그런 가지를 잘라버리잖아.”

서귀포학생문화원 동쪽의 소나무 숲은 때아니게 푹신한 땅바닥을 얻게 됐다. 소나무 가지를 왕창 잘라내면서 솔잎이 수cm를 덮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생명에 대한 존엄이 없지. 그야말로 무지가 아닌가. 집이 우선이고, 도로가 우선이라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나무는 자연인데, 그 자연과는 함께 살아갈 생각을 해야 해요. 하지만 우리는 나무를 불필요한 걸로만 알거든. 인간은 자연 곁에서 벗어나서 존재할 수 없는 것임을 알면서도 말이야.”

공존. 중요한 단어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인간과 자연의 공존에 무심할까. 그 가치를 모르고 있을까, 아니면 무지일까. 도심 숲을 만들겠다며, 도심 숲을 없애는 행정의 이율배반은 언제까지 지속될까. 고기호 어르신은 그런다. 함께 살자는 의식 부족이란다. 학교 교육도 그렇겠지만, 가정 교육도 중요하다고 기자와의 만남에서 내내 강조했다. 그는 그러면서 나무를 마구 자르지 못하게 하는 조례라도 만들었으면 하는 마음을 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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