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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 제주여행, 콘텐츠 있어야 살아남아”
“코로나 이후 제주여행, 콘텐츠 있어야 살아남아”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3.19 11: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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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태풍서귀>로 들여다본 제주여행의 방향성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올해 설 연휴 전에 받은 책이 있다. 그때는 따끈따끈했다. 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온기가 가시진 않았다. 연휴 때 읽고 나서 바로 글을 쓰려다 그만 시기를 놓쳤다. 그 책 위로 다른 책들이 수북이 쌓이다 보니 그만 잊고 지냈다. 어제야 책상 정리를 하다가 밑에 깔린 책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 그 책을 잡았다. 덜 따끈따끈한 책이 되었지만 연휴 때 읽은 감정을 살려 책을 들여다본다.

<태풍서귀>라는 이름의 책이다. 책 이름만 보면, 우리나라에서 태풍을 가장 먼저 맞는 서귀포에 대한 이야기려니 싶다. 서귀포의 풍광을 담았지만 책은 치유를 말한다. 더더욱 지금은 코로나19 시대가 아닌가. 모두 마스크를 쓰고 살며, 스스로 통제한다. 만남도 주저하고, 그러다 보니 어떤 이들은 한 공간에 갇혀 답답함을 호소한다. 책은 그런 이들에게 위로를 던진다.

책은 오랫동안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 온 강홍림씨가 썼다. 사진도 그의 작품이다. <태풍서귀>는 ‘아버지의 바다’와 ‘태풍서귀’라는 두 소설을 담았다. 책을 읽다 보면, 화자가 걸어서 돌아다니는 서귀포의 풍광이 머리에 그려진다. 책은 여행 콘텐츠 저자답게 두 소설에 담긴 서귀포의 거리를 알려주는 답사안내도 친절하게 해준다.

책은 소설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지만, 흔히 텍스트로 만날 수 있는 소설로 읽히지 않는다. 오히려 <태풍서귀>는 코로나19 이후의 제주여행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말한다.

지금처럼 무한대로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관광은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하나. 제주에 들어온 관광객은 렌터카를 타고 한 바퀴 도는 식이다. 싼값의 비행기를 타고 왔다가 카페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시며 제주 자연을 음미한다. 스마트폰 하나면 제주관광에 대한 정보는 다 알 수 있다. 볼거리, 먹을거리를 뱉어내는 수많은 사람들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한다. 코로나19를 맞으면서 그런 경향은 더 강해졌다. 여행 콘텐츠가 없더라도 누구나 제주에 와서 제주를 즐긴다. 그것도 값싸게.

코로나19 이후, 즉 ‘포스트 코로나19’를 맞게 되면 제주여행은 어떻게 될까. 지금의 추세가 이어진다면 제주관광은 더 이상 갈 곳을 잃게 마련이다. 특별한 여행 콘텐츠가 없기 때문이다. <태풍서귀>는 소설이지만, 잘 들여다보면 ‘포스트 코로나19’ 여행 패턴에 대한 밑그림이 보인다. 특별한 주제를 지닌 여행 콘텐츠, 위로를 받으면서 치유도 하고 제주의 속살을 챙겨보는 여행 콘텐츠. 이와 같은 콘텐츠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사실을. <태풍서귀>에 실린 글을 보며 새로운 여행 콘텐츠를 떠올려 보자.

“버스정류장이 ‘남성마을’이다. 마을 이름에 생각이 멈춘 바람에 슬픔도 잠시 잊었다. ‘이 마을 남성들은 무엇인가 특별할까?’ 다정다감한 남성들이 사는 마을이면 좋겠다는 동화 같은 생각이 스쳤다. 지나던 행인에게 슬쩍 남성마을을 물었다. 남극노인성이라는 별을 보기 위한 ‘남성대’라는 정자가 있어서 남성리라는 지명이 생겼다고 한다.”

태풍을 맞는 서귀포 바다. '태풍서귀'는 코로나이후 제주여행의 새로운 패턴을 말한다.
태풍을 맞는 서귀포 바다. '태풍서귀'는 코로나이후 제주여행의 새로운 패턴을 말한다. 사진은 책에서 발췌

여행 콘텐츠는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남성마을이라면 남극노인성을 떠올리고, 별자리는 찾는 행위도 할 수 있고, 별을 떠올리며 이야기를 할 수도 있다. 아픈 이들에겐 별을 보는 치유 프로그램도 가능하다.

저자는 인생태풍을 겪는 이들을 향해 서귀포로 오라고 한다. 그의 말을 들어볼까.

“인생태풍을 겪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개인이 겪기도 하고, 가족·그룹·지역, 심지어 국가가 태풍을 맞기도 한다. 어쩌면 바이러스가 인류에게 태풍으로 다가온 것인지 모른다. 바이러스에 힘겨워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IMF 시기 대한민국은 국가 차원에서 태풍을 겪기도 했다. 태풍을 맞는 사람 가운데는, ‘왜 하필 나에게 이런 고통이 찾아왔느냐?’고 원망한다. 태풍이 오거든 서귀포로 오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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