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21:06 (금)
“제주도정은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곳인가”
“제주도정은 서민들의 등골을 빼먹는 곳인가”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4.05 13: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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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민원실] 코로나19에 관심없는 제주신용보증재단

기업에 보증을 해주면서 ‘보증수수료’ 한꺼번에 받아
다른 지역 보증재단은 1년 단위이거나 보증만기일까지
“일시 납부 규정 있더라도 코로나19 감안해주지 않아”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들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다. 특히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이들은 직원들의 월급을 주는 일도 벅차, 빚을 내기 일쑤이다.

제주 도내에서 30년 넘게 기업을 운영해 온 A씨는 IMF도 겪고, 세계금융위기도 겪었다. 그런데 이들 파고보다 지난해부터 불어닥친 코로나19는 더 힘들게 만들고 있다.

업종을 밝히지 말아 달라는 A씨는 “코로나19로 매출이 너무 떨어졌다. 빨리 이 상황이 끝났으면 한다”면서 “직원들 급여를 줘야 하니 대출도 받고, 살고 있는 아파트까지 담보로 잡혔다”고 말했다.

좀체 상황이 나아지지 않자 A씨는 마지막 수단을 쓰기로 했다. 다름 아닌 제주도 산하 지방출자기관인 제주신용보증재단의 문을 두드린 것. A씨는 제주신용보증재단은 제주에서 만들었고, 제주사람들의 희망이라는 생각에 자신을 도와줄 곳으로 판단했다.

A씨는 정부 지원금을 받으려 했기에 재단의 보증이 더욱 절실했다. 그런데 제주신용보증재단이 제주도내 작은 기업을 위한 곳인지는 의문이 들었다. 왜냐하면 보증에 따른 수수료를 재단에 한꺼번에 뱉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제주신용보증재단은 담보력이 부족한 작은 기업의 채무를 보증, 기업에 도움을 주고 있다. 대신 보증을 해주면서 그에 따른 보증수수료를 받고 있다. 보증료율는 최저 0.5%에서 최고 2.0%까지 차등 적용된다.

제주신용보증재단인 경우 4월 현재 0.7%의 보증료율을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0만원의 대출을 받으면, 연간 보증수수료는 14만원이며, 5000만원일 경우는 35만원이다. 그러나 제주신용보증재단은 연간 보증수수료를 한꺼번에 요구하고 있다. 대출금이 5년 상환조건이라면 2000만원 대출금에 따른 보증수수료 70만원을 한꺼번에 대출금에서 제외해버리고, 5000만원 대출금이라면 175만원을 받는 식이다.

A씨는 “며칠 전 보증을 받으려고 재단 사무실을 찾았다. 옆에 있던 다른 기업 사람이 보증료를 두고 실랑이를 하고 있었다. 재단이 5년치 보증료를 한꺼번에 달라고 했고, 그 기업 사람은 ‘왜 그렇게 하느냐’며 항의를 했다”고 말했다.

제주신용보증재단이 기업에 대한 보증을 해주면서 보증수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재단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으로 '만기일까지 일시 수납 원칙'이라고 돼 있지만, 실제는 '만기일'까지가 아니라 기업이 신청을 할 때 보증수수료를 한꺼번에 내도록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제주신용보증재단이 기업에 대한 보증을 해주면서 보증수수료를 받고 있다. 사진은 재단 홈페이지에 실린 내용으로 '만기일까지 일시 수납 원칙'이라고 돼 있지만, 실제는 '만기일'까지가 아니라 기업이 신청을 할 때 보증수수료를 한꺼번에 내도록 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A씨는 이어 “나도 재단에 그렇게 항의를 하고 싶었지만 말을 하지 못하겠더라. 혹시 항의를 했다가 보증을 해주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며 “3년 거치 5년 상환 조건인데, 보증 접수를 받으면서 5년치 보증료를 한꺼번에 받는 건 제주도가 서민의 등골을 빼먹는 것이나 다를 게 없다. 칼집을 쥐고서 칼을 마구 휘두르는 갑질과 뭐가 다른가”라고 말했다.

제주보증재단이 실제 그렇게 하고 있는지 확인한 결과, 홈페이지에 당당히 ‘일시 수납 원칙’을 명기하고 있다.

제주신용보증재단 관계자와의 통화에서도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재단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증수수료를 한꺼번에 받고 있다”면서 ‘일시 수납’이 기본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줬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몇 분 후 <미디어제주>에 부랴부랴 전화를 걸어와서 “고객이 원하시면 잘라서 받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렵다. 비대면이라는 특성을 활용해서 돌파구를 마련하는 기업도 있지만, 대면을 기본으로 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코로나19 상황이 빨리 끝나기만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다른 지역은 어떨까. 전국의 신용보증재단은 10곳이며, 이들 재단 가운데 제주신용보증재단처럼 ‘만기일까지 일시 수납 원칙’을 홈페이지에 명기하고 있는 곳은 서울신용보증재단이며 나머지 지역은 보증만기일까지 보증수수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경기신용보증재단은 1년 단위로 끊어서 보증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료 5년치를 다 냈다는 A씨는 “제주신용보증재단은 제주특별자치도가 만든 곳 아닌가. 업무 편리성을 따질 게 아니라, 보증수수료를 일시에 납부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더라도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을 적용하지 않아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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