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4-20 02:42 (토)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만드는 분위기 조성
집안에서 자연스럽게 책을 읽게 만드는 분위기 조성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7.06 11:34
  •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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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 맛있는 책읽기] <3> 준혁이네 가족

“유모차를 끌고 다닐 때부터 책을 접하게 해야”
추천을 해준 책은 <미세먼지 해결사 슈퍼피시>

책을 읽는 습관을 가장 방해하는 요소는 뭘까. 주변의 잡음? 아니다. 다름 아닌 ‘과도한 평가’이다. 책을 읽고 나서 마치 시험을 치르듯 진행되는 평가는 책을 먼 거리에 두게 만들고, 책과 단절을 부르기도 한다. 책은 자연스럽게 친해지는 대상이어야 한다. 마치 시간이 되면 봄·여름·가을·겨울이 찾아오듯, 책 읽기도 그렇게 되어야 진정성을 지닌다.

준혁이네 가족은 자연스럽게 책을 만난다. 집안 분위기가 그렇다. 준혁이는 아빠를 향해 “책중독”이라고 말한다. 엄마도 늘 만나는 게 책이다. 그러다 보니 준혁이네 집안은 스마트 기기와는 거리가 멀어진다. 거실에 있는 텔레비전도 그야말로 ‘장식품’에 불과하다. 주변 사람들은 준혁이 엄마의 책 활동을 보면서 ‘책 육아’를 한다고 한다. 준혁이 엄마인 양혜진씨는 솔직히 ‘책 육아’는 몰랐다고 한다.

책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준혁이네 가족. 미디어제주
책을 자연스럽게 접하는 분위기를 만든다는 준혁이네 가족. ⓒ미디어제주

“자연스럽게 책을 접하고, 아이를 위해 책을 빌렸어요. 사람들이 제가 하는 걸 보고서는 ‘책 육아’라고 하더라고요. 사실 그게 뭔지는 몰라요. 준혁이 아빠는 집에 오면 준혁이가 읽는 책을 보며 늘 반응을 해줘요. 그것 말고는 없어요. 식당이든 커피숍이든 무조건 책을 가지고 다녀요.”

준혁이네 가족은 책이 친구이며 동반자이다. 늘 붙어다닌다. 일상의 아주 흔하면서도 자연스러운 활동일 뿐이다. 준혁이는 심심하면 책을 꺼낸다. 집안에서나, 집밖에서도 자연스럽게 몸에 뱄다. 이들 가족이 다니는 도서관은 모두 3곳이다. 준혁이가 볼 책을 위주로 아빠 이름으로 다섯 권, 엄마 이름으로 다섯 권, 준혁이 이름으로 다섯 권을 빌린다. 집은 아주 작은 도서관이 된다.

“준혁이가 지구에 관심이 있다면 조사를 해서 준혁이랑 책을 빌리러 가요. 준혁이가 학교에서 가면을 만들어 오는 날은 가면과 관련된 책을 찾아보죠. 준혁이는 도서관에서 직접 검색도 하고, 책을 찾아보기도 해요. 집에 오면 자연스럽게 책을 읽도록 곳곳에 책을 펼쳐놓아요.”

모든 게 자연스럽다. 준혁이는 거실과 바로 붙은 방을 ‘도서관방’이라고 부른다. 방과후 활동으로 2개의 수업을 듣는다는 준혁이는 중간에 틈이 생기는 시간에 학교와 가까운 곳에 있는 마을도서관을 찾을 정도이다. 몸에 배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준혁이네 책 읽기 활동은 책 속의 작가를 찾아가는 활동으로도 연결이 되고, 전시와 공연을 직접 보는 활동으로 진화를 하곤 한다. 준혁이 엄마의 이야기를 더 들어본다.

“전이수 동화작가의 책을 읽고, 준혁이가 작가를 만나보고 싶다고 해서 가보기도 했어요. 정말 만날 수 있을지는 몰랐는데 운이 좋아서 전이수 작가의 가족들도 보게 됐어요. 그러면서 그림에도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책과 관련된 무료 공연을 보러 가기도 해요.”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인지, 어떤 때는 헷갈리기도 한다. 올해부터는 읽은 책 제목을 써서 붙이는 ‘준혁이 독서나무’를 잘 키우고 있다. 수십권의 책 이름이 독서나무에서 자란다.

준혁이가 읽은 책 제목을 써둔 '준혁이 독서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준혁이가 읽은 책 제목을 써둔 '준혁이 독서나무'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미디어제주

준혁이 아빠 신정호씨는 환경에 관심이 높다. 환경과 사회 관련을 우선 생각하는 ‘ESG’ 경영을 펼치는 기업에 눈길이 간다. 자연스레 환경 관련 책을 접하면서 기업과 기업의 CEO를 바라본다고 한다. 준혁이에게도 환경의 중요성을 이야기해주는 아빠이다.

엄마는 준혁이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 먼저 책을 읽는다. 준혁이와 느낌을 공유하고, 함께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이다. 준혁이네 일상은 이렇듯 책이 무척 중요하다. 그렇다면 책은 언제 접하는 게 좋을까. 준혁이 아빠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닿는다.

“책을 손에 잡게 만드는 토대는 한 두 살 때인, 유모차를 끌고 다닐 때부터라고 봐요. 엄마와 아빠들이 해줘야 하죠. 부모들이 편하라고 스마트폰을 아이의 손에 주곤 하는데, 그건 그때 뿐이지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는 건 아니거든요.”

준혁이는 초등학교 1학년이다. TV를 접하지 않으면서 책이 준혁이 손에 다가왔고, 책을 통해 세상을 배운다. 준혁이에게 책을 읽는 즐거움을 물었더니 “지혜를 알게 되고, 위기를 닥쳤을 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답한다. 책을 많이 읽은 아이다운 답이다. 준혁이는 자연과 과학과 관련된 책에 관심이 많단다. 준혁이가 읽는 자연과 과학책은 환경을 생각하는 집안의 분위기와 잘 맞는다. 준혁이 가족은 지구 살리기를 몸소 실천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준혁이네 가족이 추천한 책은 <미세먼지 해결사 슈퍼피시>이다.

 

책 소개 : <미세먼지 해결사 슈퍼피시>

 

코로나19는 많은 걸 이야기한다. 그 중에 인간들이 한 행위를 되묻는다. 우리가 얼마나 자연을 마구 대했는지를 코로나19는 알려준다. ‘맑은 하늘을 다시 보게 만든 건 코로나19였다. 세계 곳곳의 하늘이 그랬다. 인도 북부 지역의 갇혔던 하늘도 40년만에 걷히면서, 230km 떨어진 히말라야산맥이 사람들의 눈앞에 다가왔다고 한다.

히말라야산맥이 자연 모습 그대로 사람들에게 등장한 건 미세먼지가 사라져서이다. 공장에서 쏟아내는 온갖 물질, 자동차에서 나오는 매연, 개발 행위로 인한 파괴행위는 하늘을 가렸다가 코로나19가 인간들의 행동을 멈추게 하고 나서야 하늘이 우리 곁에 왔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릴 땐 맑은 하늘에 눈이 맑았다.

<미세먼지 해결사 슈퍼피시>는 아주 작은 금붕어 한 마리와 관련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주인공 는 일곱 살 생일선물로 강아지를 받고 싶었지만, 엄마는 어항 속에 담긴 금붕어를 선물했다. 실망이 잔뜩 쌓인 였으나 어항을 창가에 두고 금붕어에게 바깥세상을 구경시키기로 했다. 그러면서 주인공이 금붕어에게 지어준 이름은 슈퍼피시였다.

슈퍼라면 뭔가 다를텐데, 그 다름은 일곱 살의 시선에 있다. 어항에 있으면서도 물방울을 만들지 않고, 어항을 돌아다니지도 않는 금붕어였다. 더욱이 지느러미를 꿈쩍하지 않고 몇 시간동안 가만히 있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금붕어였다. 주인공에겐 숨도 쉬지 않는 듯 보였다. 그야말로 슈퍼였다. 마치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비밀요원처럼.

슈퍼피시를 가지고 있다는 건 자랑거리였다. 그러나 사람들은 주인공이 데리고 있는 슈퍼피시를 보며 피식웃기만 한다. 정말 슈퍼피시는 피식~’하며 웃고 말, 비웃음의 대상이었을까. 아니었다. ‘슈퍼에 걸맞게 지구를 살려낸 금붕어였다.

주인공이 사는 아파트는 10층이다. 숨 막히는 더운 어느 날, 창문을 연 순간 미세먼지가 습격을 해왔고, 슈퍼피시는 창문 너머로 몸을 날렸다. 아스팔트 위 도로 한복판에 떨어진 슈퍼피시. 빨간 몸을 팔딱거리는 슈퍼피시를 구하려 달려든 건 주인공이다. 도로 위에 있는 일곱 살 아이를 본 자동차 한 대가 멈추고, 그 다음 자동차도 멈추고, 도시에 있던 그 나라에 있던 자동차도 모두 멈춰섰다. 그걸로 그치지 않고 온 세상의 자동차도 함께 숨을 죽였다. 이후 어떻게 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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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리반 2021-07-14 10:46:04
자녀를 지혜롭고 사회에 기여하는 사람으로 키우고 싶은 모든 엄마들의 소망이 책을 통해 이루어짐을 알면서도 실천이 어렵습니다. 훌륭히 실천하시는 준혁이 가정을 응원합니다!

유수화 2021-07-08 09:33:48
어른이 어린이에게 지혜를 배울때가 더 많은 것같아요. 8살 어린이의 생각에서 책을 통해 어려움을 극복하는 지혜를 배우며 오늘도 다시 힘든 코로나 상황을 책으로 극복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잼잼 2021-07-08 04:00:30
“얘야, 책 좀 읽어라”가 아닌 “무슨 책 읽어요?”라고 물을 수 있게 자연스러운 책읽기 환경이 만들어지도록 노력해야겠네요.
코로나 사태는 어쩌면 인재라는 시각이 있는데 현대문명의 발달 이면에 있는 환경파괴가 원인 중 하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몸소 불편함을 체험하는 만큼 관련 주제로 아이들에게 책을 추천한다면 책읽는 습관을 기르는데 한발 나가지 않을까 하네요. 좋은 책 추천 감사드려요!

돌채 2021-07-07 13:04:43
와우 자극됩니다 ㅎㅎ 이렇게 노력하면 책이 저절로 좋아지겠네요 !!!!

홍성희 2021-07-07 11:21:04
어린 시절부터 책을 가까이 접할 수 있도록 해주신 엄마, 아빠의 노력이 너무 대단하네요!
정말 쉽지 않은 일이에요~ 아이들에게는 책을 읽으라하고 어른들은 스마트 폰을 보게 되지요^^;;
준혁이 부모님 덕분에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어른이 먼저 실천해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