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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작은 우체국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시골 작은 우체국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 김은애 기자
  • 승인 2021.07.19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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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림우체국 강용훈 집배원, 생명 살린 미담
"작은 우체국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 된다"

[미디어제주 김은애 기자] 이웃과 교류가 드물어진 세상 속,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따뜻한 마음은 '살 맛 나는 세상'을 만든다.

사람이 사람을 위하는 온정 앞에서, '자본'의 논리는 힘을 잃는다. '돈'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가치는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테다.

여기, 한 생명을 살린 훈훈한 집배원 소식이 있다. 그의 이야기에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가치가 담겼다. '내 이웃에 대한 관심'이다.

제주 한림우체국은 19일 보도자료를 통해 강용훈 집배원의 선행을 소개한다. 그가 우편물 배달 중 쓰러진 할머니를 발견한 뒤, 응급처치를 통해 생명을 살렸다는 것이다.

한림우체국에 따르면, 지난 7월 15일 오후 2시경 강 집배원은 한림읍 수원리 일대 우편물 배달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강 집배원은 마당 텃밭에 쓰러져있는 할머니를 발견하게 되는데, 그는 119 신고 후 할머니가 안정을 취할 때까지 곁을 지켰단다.

우체국 측에 따르면, 강 집배원은 출동한 소방대원을 도와 할머니를 집 안으로 모시고, 응급처치를 도왔다.

강 집배원에 대한 미담은 이튿날인 16일, 할머니의 자녀 A씨가 한림우체국을 방문해 감사 인사를 전하며 알려졌다. A씨에 따르면, 현재 할머니는 병원에서 무사히 회복 중이다.

혹자는 말한다. 인구가 많지 많은 농어촌지역 몇몇 우체국을 '폐국'하는 것이 어떠냐고. 혹은 인근 우체국과 '통폐합'하는 방향을 고민할 때라고.

실제로 제주지방우정청은 그동안 조천우체국, 협제우체국 등을 사실상 폐국하는 작업을 수 차례 시도하기도 했다. 우편수지 적자가 심화된다는 이유로 읍면지역 작은 우체국을 인근 지역 다른 우체국에 편입시키려 한 것이다.

제주지방우정청이 제주시에 위치한 협재우체국을 사실상 폐국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며, 9월 9일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를 비롯한 협재 및 인근 마을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br>
제주지방우정청이 제주시에 위치한 협재우체국을 사실상 폐국하겠다는 의사를 드러내며, 2020년 9월 9일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를 비롯한 협재 및 인근 마을 주민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와 관련, 제주지방우정청은 2020년 8월 18일 협재우체국, 서귀포예래동 우체국을 ‘우편취급국’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의 행정예고를 고시, 주민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

같은해 9월 9일, 전국집배노동조합 제주지역본부를 비롯한 협재 및 인근 마을 주민들이 우체국을 살리기 위한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는데, 이때 김덕종 민주노총 제주지역본부장이 강조한 말이 있다. '우체국 운영의 문제를 사업성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 안 된다'라는 점이다. 

우체국이란 공공서비스 영역에 있는 기관으로, 정부는 모든 국민에게 편리한 우편서비스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당시 좌성훈 협재리 청년회장은 협재우체국이 없어질 경우,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지역 어르신”인 점을 강조했다. 협재우체국이 없어지면 인근 어르신들이 우체국 이용에 어려움을 겪게 될 거라는 우려다.

그러면서 그는 "주민 의사를 무시하고, 우편 적자를 핑계삼아 우편 공공성을 훼손하는 우체국 폐국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라고 거듭 강조했다.

사실 우체국 우편 사업에 대한 적자는 예정된 수순일 지 모른다.

기술의 발달로 이제 손편지를 쓰는 이는 많지 않다. 스마트폰 앱 하나면 단시간에 소통이 가능하다.

대기업의 택배 서비스가 체계화되며, 소비자의 우편물 업체에 대한 선택 범위도 넓어졌다.

인구의 도시 집중화로 읍면지역에 거주하는 인구 비율은 점점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기계를 통한 배달 시스템이 상용화될 어느 시점엔 많은 집배원이 일자리를 잃게 될 거라 예측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이번 한림우체국 강 집배원의 사례는 오직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내 이웃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강 집배원의 존재는 나아가 '시골 우체국'이 존재할 이유가 된다.

이번 미담을 소개하며, 우정사업본부 제주우체국은 "더없이 자랑스럽고, 강용훈 집배원의 책임감이 마음 깊이 느껴진다"라고 밝힌 바 있다.

언젠가 또다른 '작은 우체국'이 폐국 위기에 놓일 그날. 해당 기사가 '작은 우체국 살리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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