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가는 여행, 문학 읽기
나를 찾아가는 여행, 문학 읽기
  • 미디어제주
  • 승인 2021.07.26 14:04
  •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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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자의 독서 칼럼] <2>

# 감동이 있는 책 읽기

“진정한 여행이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라고 한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문학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또 하나의 새로운 인생을 경험하는 일이며, 그 경험을 통해서 내 삶에 새로운 힘을 불어넣어 나아가는 과정이다.

오래 기억나는 한 권의 책이 주는 감동과 여운이 내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을까?

매리언 울프는 『다시, 책으로』에서 책 읽기를 통한 간접경험이란 ‘안다’는 의미를 넘어 ‘공감’이 될 때 가능하다고 했다. 책 속의 문제나 상황을 내 문제로 인식하고, 함께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있어야 간접경험이 된다는 것이다.

공감이 주는 경험은 세상을 유연하고 새롭게 볼 수 있게 해준다. 적어도 문학작품을 읽고 행복하다, 혹은 아름답다 등의 경험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꼭 문학작품이 아니더라도 공감을 통한 감동을 접할 기회는 많다. 좋은 음악이나, 좋은 풍경 혹은 일상에서 느껴지는 감동의 스토리들, 하지만 더 다양하고, 풍성해질 수 있는 시각과 감정의 기회들은 문학작품 속에서 더 진하게 전달될 수 있다.

좋은 소설을 읽고 그 여운을 오래 느끼고 싶어서 한동안 다른 책을 집어 들지 않았던 경험이나, 첫 장부터 매료된 작가의 문장에 빠져, 한 장 한 장 아껴 읽었던 기억들은 공감이 주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닌가 한다.
 

# 감동, 따뜻한 힘이 되어 주는 책 읽기

중학교 3년 동안을 지도했던 한 학생을 우연히 길에서 만났다. 어느새 청년이 되어있었다. 오랜만이라 반가움이 앞섰는데, 그 친구는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도 하기 전에 불쑥, “선생님, 저 선생님이랑 읽었던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 많이 기억나요.”라고 예상치 못한 말을 먼저 꺼낸다. 인사말 할 겨를도 없이 나를 본 순간 그 책이 떠올랐다는 말을 들으며, 참 뿌듯했다. 그 어떤 말보다도 따뜻했고 기분 좋은 말이었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이 친구는 앞으로 삶을 살아가면서, 적어도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의 느낌으로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 가면서 잘 살아가겠구나. 적어도 어깨를 늘어뜨리고 힘없이 살아가지는 않겠구나’하는 안도가 먼저 와 닿았다.

이 책은 제목만큼이나 따뜻한 책이다. 마지막 인디언인 체로키 족의 한 아이가 조부모의 보살핌에서 따뜻한 유년을 보내고 도시로 나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부분의 인디언 이야기가 시대의 부당함과 아픔을 표현했다면, 이 책은 유년의 기억으로 당당하게 세상을 마주할 힘을 전해주는 따뜻한 이야기다. 좋은 문장들도 많아서, 베껴 쓰기도 했던 기억이 나는데, 그 이야기가 20대 후반의 이 친구에게 큰 울림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이 참 행복하게 느껴졌다. 적어도 ‘이 친구는 기억에 남는 그 책 한 권으로 참 따뜻한 세상과 마주하게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 나를 찾아가는 책 읽기

제주기지전대에서 독서코칭을 하던 중에 만난 장병이 있었다. 전남대 전자공학과를 다니다 입대한 이 장병은 첫 만남부터 강렬했다. 군대라는 특수한 환경이 가지는 여건을 고려하여, 장병들에게 자칫 군 생활에서의 무료함이나 조급함을 덜어주자는 의도에서 얘기를 했던 것 같다. “군대라는 곳은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고, 군에서 만나는 동료들은 오래 기억나는 관계들로 군 생활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인 셈이며, 받아들이기에 따라서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한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때 한쪽에 앉아 있던 장병이 큰 목소리로 “군대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면서 그런 말 하시네요. 강사님이 한 번 와서 생활해보세요”라며 큰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공간에 몇 분의 상사가 있었음에도 아랑곳없이 얼굴을 붉히며 응수했던 기억이 난다. 수업이 끝나고 나서 이 친구는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제가 너무 흥분했어요.”하며 군 생활의 애로를 털어놓았다.

그 후로도 수업이 끝날 때마다 30분 가까이 군 생활의 고단함과 전역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참으로 다행이었던 건 힘든 군 생활 동안 책을 읽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양한 책 읽기를 권하며, 2주에 한 번씩 방문할 때마다 소장하고 있던 『태백산맥』을 비롯한 스테디셀러와 고전 등 문학 위주로 책을 네다섯 권씩 빌려다 주었다. 그 친구는 언제나 그 책들을 완독했고, 책에 대한 느낌들도 공유했던 기억이 난다.

계획되었던 강의 일정이 끝나고도, 독서동아리를 만들어 전역할 때까지 독서토의 시간을 가졌고, 시간이 날 때마다 함께 참여했다. 덕분에 이 친구는 전역할 때 군 생활 동안 300권의 책을 읽는 성과를 이뤘다. 마지막 강의가 있던 날 두툼한 손편지에 독서코칭을 기다리는 날들이 행복했다는 말과 함께, 좋은 만남이 되어 감사하다는 인사로 마음을 전했던 기억이 난다. 군 생활이 힘들어 밤마다 쓰러질 만큼 달리기를 했다는 이 친구는 전역을 앞두고는, 군 생활로 달라진 자신을 소개하는 사례발표에 전국의 해군을 대표해 나갈 만큼 밝고 자신감 넘치는 청년이 되어있었다. 전역 후 복학해서는 사회학과로 전과하고 열심히 대학 생활을 마무리했다. 남들이 기피하는 사회학과를 택한 이유를 묻는 교수에게 당당하게 자신의 포부를 밝히는 것도 자신만만했다고 한다. 지금도 가끔씩 소식을 주고받으며, ‘참 열심히 잘 살아가고 있구나’하는 걸 확인한다. 할 일도 많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은 청년이 되어, 지금은 어느 영상회사에 취업해서 경영기획팀장으로 열심히 자신의 삶을 설계해 나가는 중이다.

 

# ‘무엇이’ 아닌, ‘어떻게’를 꿈꾸며

요즘 아이들에게 꿈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프로게이머가 되거나 크리에이터, 혹은 경찰 등의 공무원이 될 거라고 한다. 과연 내가 하고자 하는 직업이 꿈인 건 맞는 일일까? 이런 아이들을 만나면 얘기해 주고 싶다. 꿈은 ‘무엇이 되겠다’가 아니고 ‘어떻게 살겠다’가 되어야 한다고. 우리가 되고자 하는 무엇은 내가 ‘어떻게 살고자 하는 것’의 수단이어야 맞다. 되고 싶은 무엇을 통해서 어떻게 살고자 하는 꿈이 실현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떻게 살고자 하는 꿈 앞에 할 일도, 하고 싶은 것도 많아지면 하루하루가 가슴 뛰는 삶이 되지 않을까? 예전에 책과 강연을 통해서 만났던 한비야는 그 많은 시간 어떻게 타인을 위한 삶을 살 수 있었냐는 물음에, ‘누군가를 위해서 산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그 일이 내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이어서 선택했고, 지금도 그 선택을 확신하며 살아간다’고 했다.

그러고 보니, 문학 작품을 읽으면서 내 가슴을 뛰게 했던 인물들이 있다. 크눌프가 그랬고, 그리스인 조르바와 연애소설 읽는 노인의 안토니오 호세 볼리바르가 그랬다. 그들은 하나같이 인류애를 가진 인물들이며,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이다. 내 안에 그들을 닮고 싶은 갈망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은 여전히 내 가슴을 뛰게 한다. 문학 작품을 읽는다는 것은, 일상에서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났을 때 갖게 되는 기쁨, 내 삶을 풍요롭게,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또 하나의 이유다. 오늘을 가슴 뛰게 살아가는 일, 우리 모두의 로망이지 않을까 한다. 오래전에 읽었던 책 속의 한 구절이 생각난다.

“왜 지금의 행복을 잡지 못하는가? 우리가 미래에 올지도 모를 행복을 준비하느라 눈앞의 행복을 얼마나 많이 망쳐버렸는가.”-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 중에서.

 



 

김미자 ..... 

(사)한우리독서문화운동본부 평생교육원 전문강사
한우리서귀포지부 지부장
초,중,고 및 성인 대상 독서지도, 부모교육 강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독서활동가
서귀포시민의책읽기위원회 부위원장
제주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석사
논문“동기유발을 통한 효율적인 독서지도 방안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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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현호 2021-08-03 17:10:51
글이 정연하고 품격이 있습니다. 간간히 '출몰'하는 인용이
거슬리지 않고 전체 글과 잘 조응합니다.^^

아지랑이 2021-08-02 10:41:05
감동을 책에서 받을 수 있다는 말이 이해가 됩니다. 아마도 그 이유는 책이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장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의미가 있는 글 한줄 한줄을 읽음으로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이유를 해석하고 작가가 그려낸 상황을 머리 속에서 그려내면서 그 책 속으로 몰입할 수 있게 되는 것 같네요. 저도 옛날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그리고 마지막 글이 위로가 됩니다. 요새 걱정이 많아 행복하다 느낀지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지금이라도 지금의 행복을 찾아 느끼면서 어떻게 살지를 고민해야겠습니다.

미니 2021-07-29 11:06:52
성인이 되어 다시 읽었던 책 나의 라임 오렌지나무가 떠올랐습니다. 책내용은 가물가물하지만 책을 읽을때 너무 슬퍼서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칼럼을 보니 문학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그리고 마지막에 언급하신 오만과 편견의 한 구절이 마음에 와닿습니다. 지금의 행복을 충분히 만끽하며 살아야 겠습니다. 좋은 칼럼 감사합니다^^

Lost stars 2021-07-29 00:06:35
'무엇이 되겠다.' 가 아니고 '어떻게 살겠다.' 라는 말이 많이 공감이 되네요.
꼭 직업이 삶의 목표가 아니어도 된다고.. 삶을 행복하게 살기 위한 수단이 되어도 된다고 했던 선생님의 말씀이 생각납니다.
한비야님 말처럼 내 자신이 행복한 일을 하고 그 일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일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생각숲 2021-07-28 05:39:43
책을 읽다가 너무 감동이 되어 한 장 한 장 아껴 넘겼던 , 이 책 안 만났으면 큰일 날뻔했어 ...칼럼의 내용 처럼 품었던 생각이지요 ~~~선생님의 깊은 삶의 태도가 묻어있는 좋은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