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00:04 (금)
“오랜 마을에 도시재생을 하는 게 맞지 않나”
“오랜 마을에 도시재생을 하는 게 맞지 않나”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7.26 16: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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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 제대로 되고 있나] <4>

탁상 행정으로만 그친 ‘도시재생 전략계획안’
화북·조천 등 역사성 담긴 마을은 아예 제외
“도시재생 요구하는 이유를 제대로 들어봐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제주특별자치도 도시재생 전략계획. 제주특별자치도는 지난 6월 30일 관련 공청회를 열면서 계획안을 펼쳐놓았다. 300쪽을 조금 넘는 전략계획안은 특별하게 고민한 흔적은 없다. 있는 자료를 펼쳐놓았다고 하는 게 맞지 않을까.

전략계획이라는 이름처럼 도시재생은 전략이 필요하다.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지역을 골라야 하고, 지역주민과도 의견이 잘 맞아야 한다. 그러기에 이왕이면 의지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면 좋고, 지역사람들이 “여기에 해달라”고 한다면, 그 이유를 찾아보면 된다.

제주시 화북동이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 그 지역은 유별나다. 일제강점기부터 유별난 곳이었다. 현재 제주항이 화북포구가 아니라 산지천이 된 이유를 지역에서 오래 산 이들의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 “우리 지역에 오지 말라”고 했다고 하니, 일제강점기부터 유별나긴 하다.

그뿐인가. 제주시가 마을 안길을 직선으로 뚫겠다고 하자, 반대를 했던 곳이다. 결국 제주시는 사업을 접었다. 도시재생에 화북은 들어가지 않는다면서 “화북 무근동네를 주민들이 참여하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진정서를 내고, 제주특별자치도와 도의회에 공식 건의하기도 했다.

이쯤 되면 왜 화북 무근동네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요구하는지를 알아보는 게 우선이다. 그건 ‘행정’이라는 단어를 붙이면서 사는 사람들의 당연한 임무이다. 요구가 합당한지 현장을 확인하며 제대로 들여다보고, 요구가 불합리하면 “아니다”고 말하면 된다. 그 조차도 하지 않으면 책임 방기가 아니고 무엇일까.

화북 무근동네는 일주도로를 기준으로 바닷가에 해당한다. 100년이 넘은 주택도 있고, 몇 대를 이어 대대로 거주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고 있다. 일주도로에서 한라산 방향의 삼화지구와는 생활권 자체가 다르다. 그럼에도 도시재생 전략계획안엔 삼화지구에 속한 화북과 무근동네를 모두 포함시켜서 쇠퇴도를 분석했다. 새로운 건물이 계속 들어서는데 쇠퇴도가 떨어질 리가 없다. 현장을 보지 않고, 탁상에서 그림만 그린다면 화북 무근동네의 도시재생은 언감생심이다.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6월 내놓은 '도시재생 전략계획안'. 미디어제주
제주특별자치도가 지난 6월 내놓은 '도시재생 전략계획안'. ⓒ미디어제주

제주특별자치도의 도시재생 전략계획안은 솔직히 주민 의견을 제대로 들어서 반영된 보고서가 아니다. 현장은 가보지도 않고, 서류로 계획안을 작성했다고 보는 게 맞다. 현장을 찾은 마을도 몇 되지 않으며, 한두 번 지역의 자생단체장 등을 만나서 의견을 수렴한 게 고작이다. 그걸 두고 전략계획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도시재생의 큰 줄기는 그동안 ‘양적인 팽창’을 해온 도시정책의 사고 전환에 있다. 지금도 제주특별자치도의 행정은 ‘양적 팽창’에 몰두하고 있다. 민간특례사업만 해도 그렇다. 중부공원과 오등봉공원에 대규모 아파트를 지을 수 있도록 하는 행위는 ‘양적 팽창’의 끝판왕이다. 그런 이들에게 도시재생을 맡기니, 제대로 될 수 있을까.

도시재생은 무분별한 개발을 버리고, 공동화를 예방하는데 초점을 둔다. 여기에다 지역주민들의 자율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물론 행정은 재생이 시급한 지역에 집중 지원을 해줘야 한다. 이런 게 잘 맞아야 한다. 여기서 간과를 해서는 안되는 게 있다. 행정이 콕 집어서 시혜를 베풀고 싶은 지역에 지원을 하는 경우가 해당된다. 물론 그러지는 않겠지만.

원도심은 ‘예전에 사람이 많이 살던 곳’이다. 지금의 제주시 원도심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제주시 원도심과 아울러 동쪽으로 더 가면 화북 바닷가 마을이 있고, 더 동쪽으로 향하면 조천의 바닷가 마을도 있다. 이들 마을은 역사와 문화적인 배경이 탄탄하다. 다만 수십년간 마을은 정체가 되면서 활력을 잃었을 뿐이다. 이런 곳이 도시재생 후보지가 되지 못한 게 더 이상하지 않은가.

나이 든 마을은 고유의 정체성을 지녔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다 보면 정체성은 흐려진다. 나이 든 마을의 어른들이 모두 떠난다면 마을의 정체성과 마을의 기억을 누가 보존해줄까. 부동산의 광풍에 휩쓸려서 마을은 초토화될 수도 있다. 도시재생의 가치는 여기에 있다. 도시재생은 현재를 들여다보고 미래를 영속하게 해주는 가치 영역이다. 오랜 마을의 품위와 품격을 안겨주는 도시재생은 그래서 중요하다. 오랫동안 공동체를 파괴하지 않고 지키는 마을은 눈여겨봐야 한다. 왜냐하면 곧 사라질 수도 있어서다. 더구나 도시재생 전략계획이 계속된다는 보장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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