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3-29 15:54 (금)
“구조화되지 않은, 마음껏 놀 공간을 찾자. 그게 숲이다”
“구조화되지 않은, 마음껏 놀 공간을 찾자. 그게 숲이다”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7.29 10: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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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공간] <7> 숲에서 놀다

안트레숲탐험대 이승일 대표에게서 듣다
“아이를 믿고 기다리고 능동적 존재로 봐달라”
제주도는 숲 유치원을 운영하기에 최적인 곳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숲이 뜬다. 산책코스로 숲을 선택하는 이들도 있고, 자연탐구를 위해 숲을 찾는 이들도 있다. 더욱이 여름엔 더위를 피하는 장소로 숲은 선택을 받는다. 숲은 늘 인간과 함께해 온 존재였기에 더 인간을 끌어들인다.

미국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오즈번 윌슨은 자신의 저서 <바이오필리아>를 통해 인간은 자연과 뗄 수 없는 존재임을 강조한다. 인간은 인간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고, 인간이 지구상에 그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간직한 기억이 있다고 말한다. 그 기억은 자연이며, 어쩌면 그게 숲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지구 지배를 당연히 여기는 인간은 숲을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바이오필리아>는 자연을 훼손하고, 생명의 다양성을 없애는 순간, 인간의 미래는 장담하기 힘들다는 경고도 담고 있다.

비록 인간은 자연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지만, 윌슨이 말하는 ‘바이오필리아’는 인간의 마음엔 은연 중에 자연에 대한 사랑이 담겼다고 역설한다. 숲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최근 들어 어린이를 대상으로 다양한 숲 교육이 진행되는 이유도 거기에 포함될 수 있다.

다양한 숲 놀이가 가능한 안트레숲. 여기 아이들은 자유여행도 떠나며 다양한 놀이를 체험한다. 미디어제주
다양한 숲 놀이가 가능한 안트레숲. 여기 아이들은 자유여행도 떠나며 다양한 놀이를 체험한다. ⓒ미디어제주

제주에서 맨 먼저 숲유치원을 운영해온 안트레숲탐험대 이승일 대표. 그는 숲을 비롯한 열린 공간이 아이들에게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숲 높이가 아이들에게 중요한 이유는 공간의 제약이 업다는 점입니다. 숲은 구조화되지 않았어요. 현재 유아교육의 패러다임은 시간 중심입니다. 아침에 등원을 하고 하원할 때까지 시간에 맞춥니다. 애들이 집중하고 몰입을 하다가도, 그 시간에 맞춰야 해요.”

한정된 공간, 한정된 시간은 아이들의 집중을 방해하고 결국은 놀이를 재미없게 만든다. 특히 안전만 중시되면서 놀이에서 흥미는 뺏기고 있다. 이승일 대표는 이 점도 지적했다.

“안전만 중시를 하면서 아이들이 해볼 기회를 뺏기고 있어요. 그물망을 오를 때 아이들을 도와주지 않아요. 왜냐면 자신의 한계를 알아야 하거든요. 올라가다 힘들면 내려오게 됩니다. 그런데 선생님이 도와주면 그게 자기 능력인 줄 알게 되고, 나중엔 오르다가 떨어질 수도 있어요.”

이승일 대표는 2012년부터 자신이 운영하던 어린이집에 숲 놀이를 도입했다. 그러다 2019년부터는 아예 ‘안트레숲탐험대’라는 숲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다. 탐험대는 매일형이다. 숲에서 놀고, 1주일에 한번은 자유여행을 떠난다. 이승일 대표는 특히 자유여행의 매력을 강조한다.

“자유여행을 해본 아이들이 더 많이 바뀌더라고요. 이유는 지정된 장소가 아니라,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놀이를 경험할 수 있어서죠. 놀이의 개념은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하고 놀아보는 겁니다. 그런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해요.”

제주도라는 여건은 어떨까. 이승일 대표는 아이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지닌 곳이 바로 제주도라고 말한다.

“숲유치원을 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죠. 오름도 있고, 바닷가도 있고, 해볼 수 있는 게 많고, 무엇보다 접근성이 좋아요. 문제는 운영하는 분의 교육철학입니다. 아이들을 수동적인 존재로 바라볼지, 능동적인 존재로 볼지에 따라 접근 방법은 달라지죠. 아이들을 가르쳐야 할 존재로 바라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걸 간섭을 하게 됩니다.”

그렇다. 아이들은 관리대상이 아니라, 지켜 봐주며 격려해주는 대상이어야 한다. 숲이라는 공간, 더 나아가 자연이라는 공간은 다양한 놀이가 있다. 아이들이 주도가 되는 놀이공간은 우리 곁에 무한하다. 그걸 이승일 대표는 누누이 강조를 한다.

숲에서 놀던 아이들은 놀이를 만든다. 위험 요소도 안다. 숲이라는 공간을 가보지 못한 아이들에게 숲은, 놀 수 없는 공간이 된다. 어떻게 놀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러다 숲에 익숙하게 되면 놀이를 찾는다. 숲이라는 공간은 번듯한 집도 없고, 구조물도 없고, 정형화된 놀이터도 없지만 아이들은 더 잘 논다. 아이들은 놀이를 직접 만들고, 거기서 창의성을 배운다. 아이들은 숲에서 스스로 깨닫게 된다. 이승일 대표는 그렇게 바뀌는 아이들을 봐왔다.

“아이들에게 ‘하지마!’라는 말이 아닌, ‘해봐!’라는 말을 쓰다 보면 아이들의 자존감도 높아져요. 자유여행을 처음할 때 3분마다, 5분마다 힘들다면서 쉬어가자고 하던 아이들이 2~3주가 지나고 나서는 밧줄을 매고는 빨리 가자고 재촉을 해요. 가장 많이 바뀌는 건 아이들 표정이죠. 무표정한 아이들의 입꼬리가 계속 올라가요.”

이승일 대표는 획일화된 교육의 문제점도 설명했다. 아이들은 다른데 모두 똑같은 교육을 받고, 거기서 다른 행동을 하는 아이들을 ‘문제행동 아이’로 낙인 찍는 경우이다.

안트레숲탐험대 이승일 대표. 구조화된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마음껏 놀 시간과 장소를 제공할 것을 주문한다. 미디어제주
안트레숲탐험대 이승일 대표. 구조화된 공간이 아니라, 아이들에게 마음껏 놀 시간과 장소를 제공할 것을 주문한다. ⓒ미디어제주

“문제행동 아이요? 아닙니다. 활달한 아이일 뿐이죠. 늘 통제를 받던 아이의 행동이 여기서는 허용이 됩니다. 그렇다고 규칙이 없는 건 아닙니다. 규칙내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할 행동을 분명하게 가려서 합니다. 또한 아이들을 다른 아이랑 비교하지 마세요.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세요. 개정 누리과정이 놀이중심, 유아중심이긴 하지만 ‘중심’보다는 놀이를 ‘존중’하고, 유아를 존중하는 존재로 봤으면 해요.”

안트레숲탐험대 아이들은 숲에서 마음껏 뛰어논다. 그 아이들에게 자연은 친구이며 신나는 탐구 대상이다. 비날씨에도 아이들은 숲을 만끽한다. 도랑을 만들고 댐도 만들어본다. 자유여행은 들로 바다로 간다. 낚시도 직접 해보고, 낚아올린 물고기의 미끌미끌한 피부의 촉감을 느끼기도 한다. 윌슨이 강조한 ‘바이오필리아’를 몸소 체험하는 이들이 바로 안트레숲탐험대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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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숲 2021-07-30 20:22:41
숲이 주는 선물은 무궁무진하죠 ㅎㅎ 저는 동네의 숲을 저의 개인 독서방으로 한가하게 쓰고 있는 일인입니다!

아이들의 안트레숲탐험대 너무 바람직하네요 . 인지 발달 학자 피아제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상황에서 '발달'이 일어난다고 했죠 ~ 하루에 한 시간 이상 아무런 프로그램 없이 아이들까리 놀게 내버려 둔다면, 그 안에서 아이들 끼리 놀이를 생각하고 어울리는 과정에서 아이들은 실제로 뇌를 많이 써서 인지 발달이 일어난다고 주장했죠 .
숲텀험대의 철학과도 상통하는 대목입니다! 숲냄새 나는 글만 읽어도 힐링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