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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가족을 하나로 만들어줘요. 집안 분위기도 바뀌죠”
“책이 가족을 하나로 만들어줘요. 집안 분위기도 바뀌죠”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7.30 17:4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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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 맛있는 책읽기] <4> 라원·채원이네 가족

육아를 하면서 집안 곳곳에 책이 등장하기 시작
자매의 주문에 아빠도 자연스레 책 읽기에 동참
추천을 해준 책은 안녕달 그림책 <수박 수영장>

서귀포에 사는 홍라원·채원이네 가족의 책읽기를 소개합니다. 책을 아주 맛있게 읽고, 아주 많이 읽는답니다. 서귀포시중앙도서관은 이들 가족의 집과 같아요. <미디어제주>는 한우리제주지역센터의 소개로 라원·채원이네 가족을 만나게 됐습니다. 이들 가족 구성원의 맛있는 책읽기는 어떤지 들어보세요.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를 라원채원 가족. 미디어제주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를 라원채원 가족.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6학년 홍라원, 3학년 홍채원. 자매의 집에 가면 책이 날개를 가진 듯 여기저기 뒹군다. 소파에도, 방바닥에도, 침대에도, 집안 곳곳에 책은 날아다닌다. 그러다 잠을 잘 시간이 되면 소파에 있던 책이, 방바닥과 침대를 뒹굴던 책이 책꽂이를 찾아간다. 그들도 잘 시간을 아는 듯.

라원·채원 가족의 흔한 풍경은 이렇다. 책이 없으면 안되고, 책도 정리정돈 되어야 하는 나름의 규칙을 알고 있다.

책이 있는 흔한 풍경은 첫째 라원이가 태어나고부터였다. 전에는 책이 널브러진 풍경은 아니었다. ‘깔끔’이 지배하던 집안 풍경에 라원이는 책이라는 새로운 풍경을 안겼다. 둘째 채원이가 태어나고부터는 책은 더더욱 집안의 주인이 되어버렸다. 자매를 둔 엄마 김상희씨는 육아에 책을 입혔다.

“집안 곳곳에 책을 두게 된 건 육아를 하면서였어요. 집안 정리에 신경을 쓰지만 책만큼은 놔두고 있어요.”

그렇게 한지 10년은 넘었다. 아이들은 커갔고, 늘 책과 함께하는 풍경이 좋다. 그러나 자매의 책 읽기 습관은 다르다. 도서관에 들어가서도 라원이는 읽을 책을 빨리 집어오는 반면, 채원이는 책을 잡고 읽기에 바쁘다. 둘은 하루에 3권에서 6권까지 읽곤 한다. 자매의 손에서 책은 쉬이 떨어지지 않는다. 손과 책은 원래가 하나였다는 시늉이다.

“애들이 어릴 때부터 책을 가까이 뒀는데, 그래서인지 애들이 늘 책을 펼치고 있어요. 이를 닦으면서도 책을 읽기도 해요. 가족 모두가 책을 같이 읽기도 하고요.”

자매가 좋아하는 책은 뭘까. 라원이과 채원이는 책을 통해 뭘 배울까. 그에 앞서 기자에게 <수박 수영장>을 고른 이유를 부탁했다. 우선 예쁜 그림에 꽂혔다고 한다. 책 속의 내용은 따뜻하고, 수박이 담긴 수영장에 들어가면 시원한 느낌도 전해온다고 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즐겨 보는 책은? 라원이는 역사와 과학책에 관심이 높다. 채원이는 분야를 가리지 않지만 ‘역사’를 덧붙였다.

“책을 읽는 느낌은? 재밌죠. 책은 지식을 가르쳐줘요. 모르는 어휘도 우리에게 일깨워줘요.”(라원)

“책은 그냥 읽어요. 책은 샌드위치에 계란이 빠지면 안된다는 느낌? 책이 없으면 안돼요. 새로운 걸 배워요.”(채원)

자매는 경쟁하듯 책의 중요성을 설명한다. 엄마의 책읽기를 얘기해달랬더니 두꺼운 책을 읽는단다. 엄마는 여행을 좋아하는데, 코로나19로 해외로 가지는 못하지만 책으로 세상을 본다. 엄마가 최근에 읽은 책은 <인도에는 왜 갔어>라고 한다. 그러다 자연스레 아빠 이야기로 넘어갔다. 두 딸의 책을 읽으라는 잔소리(?)가 통해서인지, 아빠도 책에 빠졌다. 소파에 뒹굴고, 침대 곁에 놓이고, 방바닥을 차지하는 여러 종류의 책은 라원·채원 가족 모두의 친구인 이유를 그제야 알았다. 라원·채원네는 그야말로 ‘가족독서단’이다. 가족이 책을 읽으면 어떤 느낌일까.

“공감할 수 있어요. 취미는 같지 않지만 책을 통해 이야기를 나누고, 책이 가족을 하나로 만들어줘요. 집안 분위기가 그야말로 바뀌게 되죠.”

그림책 '수박 수영장'을 들고 있는 라원채원 가족. 왼쪽부터 홍채원, 라원, 엄마 김씨. 미디어제주
그림책 '수박 수영장'을 들고 있는 라원채원 가족. 왼쪽부터 홍채원, 라원, 엄마 김상희씨. ⓒ미디어제주

라원·채원 가족엔 가끔 책을 지원하는 도우미도 있다. 바로 외삼촌이다. 외삼촌이 가끔 책을 선물해준다. 외삼촌은 집안에 고전이 없다며 전집을 배달한다. 이 정도면 외삼촌은 특급 도우미로 ‘가족독서단’의 단비가 된다.

라원·채원 가족의 책일기는 현장과도 연결된다. 각종 도서관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고, 책을 읽은 후의 느낌은 박물관 투어로도 연장된다. 책을 통해 세상을 더 알아가는 기회 제공을 가족들이 해내고 있다.

마지막으로 할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더니 ‘서점보다 도서관이 낫다’는 이야기를 건넨다. 무제한으로 책을 읽을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곳이 바로 도서관 아닌가. 그런데 아쉬움이 있다. 라원·채원 가족은 이런다. “서귀포 도서관엔 없는 책이 많아요.”

 

책 소개 : <수박 수영장>

 

더운 여름. 수박을 떠올리게 한다. 그만큼 수박은 여름이 제격이다. 어릴 때 기억을 잠시 소환하면 가족들이 숟가락을 하나씩 들고, 수박덩어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다. 숟가락이 차례차례 오가더니 어느새 빨갛게 익은 수박의 속은 텅 빈다. 속을 다 드러낸 수박은 겉껍질만 남았지만 아이들에겐 군인들의 철모를 닮은 장난감도 된다.

가운데손가락을 모아 수박을 두드린다. 작 익었는지 감별을 할 때 가운데손가락은 쓰인다. 수박을 파는 이들은 수박에 삼각형 모양을 내고, 잘 익은 수박임을 보여주곤 했다. 어찌 보면 옛 풍경이지만 여름철 흔한 모습이다.

기억에 있는 그런 풍경에 <수박 수영장>은 상상을 더했다. 한아름도 되지 않은 수박 한덩어리가 수영장으로 변한다는 기발한 상상력을 작가 안녕달이 풀어냈고, 상상이 현실이 되기를 꿈꾸게 한다.

수박은 온통 물이다. 두꺼운 껍질만 없다면 생존이 가능할지 여부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물로 차 있다. 반쪽으로 자른 수박을 손으로 눌러보라. 움푹 들어간다. 작가는 그런 상상력을 그림책으로 표현했다.

~’하는 소리를 내며 갈라진 수박. 수박 수영장은 개장을 기다린다. 수박씨를 걷어내니, 수박씨가 떠난 공간에 누군가가 들어갈만큼의 공간이 생긴다.(이 부분은 그림을 봐야 잘 이해된다.) 수박 수영장이 개장했다는 소식은 온 마을로 퍼진다.

빨간 수박 속에 온 마을의 아이들이 다 모였다. 아이들이 밟을 때마다 수박 속은 !’ 혹은 철퍽!’ 소리를 낸다. 몇 차례, 아니 몇백 번의 !’ 소리가 수박 속에서 울렸을까. 빨간 수박 속은 철퍽의 소리가 아니라, ‘첨벙!’이라는 소리로 바뀐다. 빨간 수박 속은 물이 가득한 수영장으로 바뀌고 말았다. 단단한 껍질은 수박 수영장의 매력 포인트인 미끄럼틀로 변신을 한다.

!’ 혹은 철퍽!’, 수박 수영장은 속을 다 내주고 만다. 수많은 숟가락은 , 하며 속을 파내고, 빨갛던 수박 속은 하얀 색을 드러낸다. 수박은 그렇게 운명을 다한다. 더운 여름을 이기라며 남에게 자신의 모든 걸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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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 2021-08-05 21:46:07
밝고 환한 아이들의 표정만으로도 참 따뜻해보입니다. 아이들에게 책을 가까이하며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 것, 부모로서 해줄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라원, 채원이가 부모님의 책선물 덕분에 행복한 어른이 될것같네요. 조카에게 기꺼이 책을 안겨준 외삼촌에게도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네요~^^

생각숲 2021-07-30 19:11:45
멋진 글감 덕분인지 기사 표현이 넘 재밌어요ㅎㅎ~
채원이네 집에 뒹구는 책들을 보니, 책도 하나의 생명체 같아요. 채원 자매가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 다니는 ....이런 곳에서는 절로 책이 좋아지겠다는 ㅎㅎ 온가족이 맛있게 책을 냠냠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