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희생자 배‧보상 기준 논란 “차등 지급은 또 다른 차별”
4.3 희생자 배‧보상 기준 논란 “차등 지급은 또 다른 차별”
  • 홍석준 기자
  • 승인 2021.08.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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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4.3기념사업위 “행안부, 용역 결과 발표 전에 공론 과정 거쳐야”
제주4.3평화공원 조형물. ⓒ 미디어제주
제주4.3평화공원 조형물. ⓒ 미디어제주

[미디어제주 홍석준 기자] 제주4.3특별법 개정 후속 조치로 과거사 배‧보상 기준을 제도화하기 위한 용역이 진행중인 가운데, 배‧보상 기준을 차등지급하는 방안이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10일 관련 성명을 내고 최근 언론에 보도된 일부 내용에 대해 “4.3 배보상 차등 지급은 또 다른 차별”이라면서 4.3특별법 개정 취지에 역행하는 차별지급 기준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달말 용역 결과를 발표하기 전에 배‧보상 기준에 대한 공론 과정을 거칠 것을 행정안전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진 내용을 보면, 우선 배‧보상 관련 지원금액에 대해 ‘손해3분설’을 원칙으로 적극적 손해(의료비 등)와 소극적 손해(급여 등), 정신적 손해(위자료)를 보상한다는 기준(안)이 제시됐다.

배‧보상의 범주로 제시된 부분은 생활지원금, 의료지원금, 위자료, 일실이익 등 4가지로, 이 가운데 생활지원금과 의료지원금은 현행 제도를 통해 시행되고 있고 위자료와 일실이익이 새롭게 포함됐다.

하지만 위자료의 경우 정신적 손해배상이라는 측면에서 동일 금액 지급이 예상되지만, ‘일실이익’은 사실상 차등 지급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실이익’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있다고 여겨지는 이익을 말하는 것으로, 4·3 당시 희생당하거나 행방불명된 당사자의 당시 평균임금에 취업 가능 기간을 곱한 값에 생활비 등을 공제한 금액으로 지급하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4.3 관련 단체에서는 “제주4.3특별법 정신에 역행하는 것”이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있다.

4.3기념사업위도 이날 성명에서 “일실이익 방식을 택한다면 예를 들어 동일한 ‘북촌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4·3희생자가 발생했는데, 4·3 당시 10세였던 희생자와 70세였던 희생자간 ‘차등지급’을 하는 셈이 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기념사업위는 같은 나이에도 직장인인 경우와 농사를 짓는 경우 차이가 클 것이고, 55세 이상은 생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해 받을 수 있는 금액이 적을 수 없다는 점을 들기도 했다.

더구나 소득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입증을 유족들이 개인별로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게 돼 결국 4.3 희생자들을 배‧보상 금액을 기준으로 다시 구분해 분열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기념사업위는 이에 대해 “4.3특별법 개정 취지와 4·3의 진정한 명예 회복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내용”이라면서 “배·보상 금액의 많고 적음이 아니라 구조적인 차별을 조장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일실이익’을 계산하려면 4·3 당시 연령뿐만 아니라 성별, 직업군 등까지 파악해야 한다는 점에서 당시 이를 공신력을 갖추고 입증할 수 있는 세부적인 임금통계나 정확한 생활비 산정금액 등이 존재했었는지도 의문인 데다, 통상적인 물가상승률만이 아닌 임금상승률을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는 것이다.

4·3 후유장애인과 4·3수형인에 대한 객관적인 지급 기준 마련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부분도 함께 지적됐다.

이어 기념사업위는 “배·보상 절차와 관련해 신청주의 채택이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유족의 입장에선 4·3 희생자 개개인에 대한 사실상의 세부적인 재심사가 불가피하다는 측면에서 배·보상 기준으로는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내놨다.

기념사업위는 이어 이번 연구용역이 배‧보상 지급액 기준 뿐만 아니라 청구권자의 범위, 지급 절차‧방법, 가족관계등록부 작성‧정정 등 난제들이 많이 남아있다는 점을 들어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내년 4.3 배보상 지급 관련 정부예산안 편성에도 중요한 기준이 되는 만큼 즉각 공개적인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4.3 희생자이면서도 집단학살 등으로 인해 법률상 유족이 없는 ‘무연고 4.3희생자’ 문제와 4.3 수형인에 대한 직권재심 조항을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시켜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기념사업위는 행안부에 “관료 사회를 중심으로 용역 최종안을 작성하려 하지 말고, 공론화를 통해 국민들의 지혜를 모아 제대로 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면서 “잘못된 과거사를 제대로 바로잡아야 하는 정부의 역할을 망각하고 4·3 명예 회복의 진전이 아닌 차별과 갈등을 불러오는 결과를 초래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엄중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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