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릴 책을 팝업책으로 환생시키는 ‘책 리사이클링’ 집이에요”
“버릴 책을 팝업책으로 환생시키는 ‘책 리사이클링’ 집이에요”
  • 김형훈 기자
  • 승인 2021.08.12 08:0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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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 맛있는 책읽기] <5> 승리·봄이네 가족

제주시에 사는 진승리·봄이네 가족의 책읽기를 소개합니다. 책을 아주 맛있게 읽고, 연계활동도 많이 한답니다. 집안엔 수천 권의 책이 책꽂이에 가득해요. <미디어제주>는 한우리제주지역센터의 소개로 승리·봄이네 가족을 만났습니다. 이들 가족 구성원의 맛있는 책읽기는 어떤지 들어보세요.

아이가 태어나고부터 책을 사주며 ‘접근성’ 확보

가족 전체가 환경에 관심 두고 다양한 독후활동

추천해준 책은 이욱재의 <어디 갔을까, 쓰레기>

[미디어제주 김형훈 기자] 새하얀 눈을 맞는 날은 마냥 행복하다. 눈을 마주해서 행복하고, 눈을 맞아서 행복하다. 특히 살포시 내려앉는 눈은 마음 깊은 곳의 감성도 불러낸다. 안타까운 건 금세 내리고, 금세 사라질 때이다. 하지만 눈 위에 내린 눈은, 눈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눈만 그런가? 아니다. 책도 마찬가지이다. 책 한 권은 보잘것없는 무게를 가졌다. 그러다 한 권은 두 권이 되고, 책꽂이에 꽂히는 책도 는다. 그때 책은 무게를 지니고, 책을 지닌 자는 머리에 가슴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양식을 얻는다. 책이 주는 기쁨은 여기에 있다.

승리와 봄이네 집안에도 책을 닮은 눈이 내린다. 한 권, 두 권…. 식탁 뒤에 있는 책장에 가득, 거실엔 아주 커다란 책장에 서로 나를 불러달라고 책이 눈처럼 쌓였다. 승리·봄이의 방에도 책장 가득 책 눈이 쌓인다.

어쩜 이렇게 수많은 책이 승리와 봄이네 집을 덮었을까. 초등학교 4학년인 진승리, 2학년인 진봄. 이들 가정에 책 눈이 쌓이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다. 그러고 보니 승리가 태어나고부터 첫 책 눈이 내렸고, 이젠 수를 세기도 버거울 정도이다. 그래도 몇 권인지 세어볼까? 놀랍게도 4000권은 넘어 보인다. 왜 이렇게 책이 많을까. 엄마 박단비씨는 이렇게 말한다.

버릴 책으로 팝업책을 만드는 승리, 봄이 가족. 엄마 박단비씨(왼쪽)와 아이들이 책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버릴 책으로 팝업책을 만드는 승리, 봄이 가족. 엄마 박단비씨(왼쪽)와 아이들이 책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미디어제주

“아이들이 언제든 읽고 싶을 때 꺼내볼 수 있도록 하려고 책을 사주기 시작했어요. 방학 외에는 도서관에 갈 시간이 부족했고, 최대한 집에서 책을 읽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려고 해요. 아울러 아이들이 책을 접할 때 단순 책으로만 끝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책에 대한 좋은 기억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자연스럽게 잘 연결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죠.”

승리와 봄이네 이런 풍경은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책장은 한계가 있다. 세상의 모든 책을 다 담기엔 책장이 부족하다. 새로운 책이 등장하면서 물러나는 책도 생겼다. 승리와 봄이 지금보다 어렸을 때 읽은 책은 나눔을 통해 다른 이들의 집으로 선택을 받지만 그러지 못한 책도 있다. 그걸 마냥 버릴 수도 없었다. 환경을 먼저 생각하는 집안 풍경은 쓰레기를 만들어내는 게 용납되지 않았다. 아니, 용납할 수 없었다. 고민 끝에 쓰레기통으로 향할 위기였던 책은 새로운 책이 됐다. 어떻게? 승리·봄이네만의 비결을 들어본다.

“그림이 많고 좋은 책들은 팝업책으로 만들었어요. 아이들이 마음에 드는 그림을 오려내고, 팝업책을 어떻게 만들지 구상을 하죠.”

밋밋하던 평면의 책은 3D를 구현하는 팝업책으로 거듭났다. 승리와 봄은 팝업책을 만들며 인내심도 기르고, 실패를 배우기도 한다. 그렇게 탄생한 책은 엄마와 아이들의 합작품이다. 버릴 책이 활용되는 ‘책 리사이클링’이 승리와 봄이네 집안에서 이뤄진다. 팝업책은 책을 즐겨보게 만드는 연관활동이다.

자신들이 직접 만든 팝업책을 보여주는 승리(왼쪽)와 봄. 미디어제주
자신들이 직접 만든 팝업책을 보여주는 승리(왼쪽)와 봄. ⓒ미디어제주

책 눈을 맞는 아이들은 어떤 마음일까. 파일럿이 꿈인 승리, 화가를 꿈꾸는 봄이가 건네는 이야기를 들어보자.

“책을 읽으면 지식을 받아들이고, 지식도 쌓이고, 책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요. <탈무드>를 특히 자주 읽는데 제게 많은 도움이 돼요. 반장일 때 <탈무드>가 도움을 줬는데, 아이들이랑 우리반을 함께 이끌어가는 걸 책에서 배웠어요.”(승리)

“책을 읽을 때 동물이나 주인공들의 재밌는 사건이나 말을 잘 기억했다가 친구들과 놀 때 사용하는데, 그때 친구들이 웃어주고 재밌다고 하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곤충에 관심이 많은데, 책을 읽곤 사슴벌레도 키우게 됐어요.”(봄)

승리·봄이네는 ‘책 리사이클링’을 하는 집안답게 지구의 미래도 떠올린다. 취재 당일 지구온도가 1.5도 올랐다는 뉴스가 나왔다. 그 뉴스는 그날 아침, 승리·봄이네 가족들의 이야기 주머니가 됐다. 지난해 코로나19가 닥쳤을 때는 세계 곳곳의 청명한 랜드마크 풍경을 이야기 나누기도 했다.

지구 환경을 생각하며, NIE(신문활용교육)도 집안에서 하고 있다.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읽은 책과 관련된 기사를 찾는 흥미로운 활동이다. 더욱 중요한 건 실천이다. 우유팩을 깨끗하게 씻고 따로 모으는 등 쓰레기를 자원으로 만드는 도우미 가족이다. 승리는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우리지역 가꾸GO’ 캠페인을 벌이며 학교 주변에 널려 있던 담배꽁초를 없애는 데 일조(?)를 하기도 했다. 지구 환경은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승리는 깨끗한 지구를 바란다. 앞으로 환경 관련 책을 더 읽을 계획이다. 맑은 하늘 위에서 비행기를 조종하는 파일럿이 그의 꿈이니까.

그림을 좋아하는 봄이는 곤충에 관심이 있는만큼, 곤충 그림을 더 잘 그려볼 날을 꿈꾼다.

 

책 소개 : <어디 갔을까, 쓰레기>

 

자연은 되돌리는 힘을 지녔다. 자연의 자정 능력이다.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는 오염 물질도, 물속에 포함된 오염 물질이 있더라도 자연은 그 이전의 상태로 깨끗하게 되돌린다. 그게 자연의 자정 능력이다. 그러나 자정 능력은 무한대가 아니다. 오염이 어느 수준을 넘는 순간 자연의 자정 능력은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무능력 상태가 된다. 자연의 자정 능력을 무능력으로 만든 건 다름 아닌 지구를 빌려 쓰는 인간이다.

태평양 바다 위엔 쓰레기섬이 돌아다닌다. 조금만 발걸음을 옮기면 바다를 볼 수 있는 제주도 곳곳에도 쓰레기가 넘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도 있고, 머나먼 나라에서 건너온 쓰레기도 있다. 쓰레기는 지구에 있는 모든 인간이 들여다봐야 하는 문제임을 쓰레기섬이나, 제주에 도착하는 쓰레기들이 말한다.

<어디 갔을까, 쓰레기>는 책을 쓴 이욱재 작가의 경험담에서 비롯됐다. 아파트 재활용 수거 날. 청개구리 한 마리가 플라스틱 음료수병 안에서 발견된다. 청개구리가 왜 자연이 아닌, 재활용 쓰레기에 있을까. 그걸 모티프로 책은 만들어졌다.

책의 주인공인 산아는 가족, 친구들이랑 계곡에 놀러 갔다가 유리조각에 발을 벤다. 산아는 병원에서 나오자마자 친구들이랑 계곡에 있는 쓰레기를 담아 집에 가져오고, 그 쓰레기 더미에 있던 캔 속에서 물고기 한 마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은 산아가 쓰레기 더미에 눌리는 꿈이 들어 있고, 물고기를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과정을 그렸다.

<어디 갔을까, 쓰레기>는 자연을 마구 할퀴는 인간들의 행동에 경고를 보낸다. 그러지 말라고. 우리가 쓰면서 무심코 버리는 플라스틱, 아무 생각없이 쓰는 종이컵. 결국은 자연의 자정 능력을 무능력하게 만든다. 쓰레기가 넘치면 우리는 지구에서 살 수 있을까? 책 속의 주인공 산아는 걱정을 담아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동안 우리가 버렸던 쓰레기 때문에 어느 순간 우리가 사는 집을 빼앗길지도 모르잖아요. 물고기처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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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숲 2021-08-31 09:57:56
책 리사이클링 좋네요~~~책도 읽고, 지구환경 생각하며 실천하는 승리네 가족 멋져요! 응원합니다